경기도내 장례식장 55%... "장애인 편의시설 미비"
경기도내 장례식장 55%... "장애인 편의시설 미비"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0.07.28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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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향실 통로의 단차 등으로 휠체어 접근이 어려운 차별시설
분당서울대병원, 수원아주대병원 등 대표급 시설도 마찬가지
인간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데도 장애인은 차별받아
한뼘도 안 되는 턱 하나…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거대한 장벽
장애인 출입을 가로막는 장례식장 분향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경기도내에서 운영 중인 장례식장 149개 중 55%인 82개의 장례식장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휠체어 장애인이 분향실에 접근하는데 단차가 있어 접근이 곤란하다는 것이다.

(사)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의 부설기관인 경기도장애인편의시설설치도민촉진단(이하 도민촉진단)이 경기도내 모든 장례식장에 대하여 장례식장에 설치된 분향실과 접객실에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확인된 것이다.

도민촉진단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영업 중인 149개 장례식장에 대해 지난 6월 전화상담 방식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82개의 장례식장이 복도에서 분향실로 접근하는 통로에 단차를 이루고 있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장례식장은 대부분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에서 운영하는 곳이 많다. 경기도내 장례식장도 53%에 해당하는 79개가 병원에서 운영하는 장례식장이다.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장례식장은 분당서울대병원, 고려대안산병원, 분당차병원, 수원아주대병원 등 경기도를 대표하는 병원들이 운영하는 장례식장이 모두 포함됐다.

장례식장은 대부분 수십억 또는 수백억대에 달하는 시설이다. 단 몇 십 만원 또는 몇 백 만원만 투입하면 해결될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출 수 있다. 이 비용은 경제적으로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절반 이상의 시설에서 편의시설을 갖추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1(편의시설의 구조•재질 등)의 “7. 장애인 등의 통행이 가능한 복도 및 통로”에서 “바닥면에는 높이 차이를 두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별표2에서는 장례식장에 대해 이러한 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민촉진단의 이지성 대리는 조사 중 응답한 다수의 장례식장에서 “분향실로 올라가는 통로에 턱이 있지만 하나뿐이고, 그 턱도 10cm 내외로서 높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소셜포커스

휠체어 장애인에게 턱은 단 하나만 있더라도 통행이 불가능하다. 그 턱의 높이가 10cm 정도라면 법적 허용단차 2cm를 5배나 넘는 시설로서 휠체어의 진입이 불가능하다.

주변에서 도와주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휠체어 장애인의 실상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수동휠체어라면 턱 하나 정도는 주변사람의 도움을 받아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요즈음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휠체어는 대부분 전동이다. 복지수준의 향상으로 전동휠체어 구입이 쉽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수동휠체어는 누군가가 항상 밀어주는 사람이 없이는 독립활동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전동휠체어는 수십Kg에 불과한 경량도 있다. 하지만 무게가 보통 100kg이 넘는다. 특히 전동장치로 구동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쉽게 도와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겠다고 무작정 덤벼들어 아무데나 붙잡고 들어 올려 휠체어를 고장 내는 경우도 많다.

어떤 장례식장에서는 장애인이 찾아오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는 곳도 있다. 너무나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런 표현은 장애인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말이다.

장애인도 필요한 경우 장례식장에 가서 인간의 도리를 하고 싶다. 이럴 때 장애인은 미리 장례식장에 전화로 알아보고 편의시설이 없으면 방문을 포기한다. 그러니 당연히 장애인 방문이 적을 수밖에….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소셜포커스

기자는 1년 전 각별하게 지내는 지인의 부고를 받고 안산고대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고려대학교병원이라는 국내 최고의 명문대 병원에서 운영하는 장례식장이었다. 당연히 이름만으로도 휠체어 통행쯤이야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알고 그냥 방문했다.

복도를 거쳐 해당 분향실로 향했다. 한 뼘도 되지 않는 턱이 가로막고 있었다. 바로 옆의 접객실도 마찬가지였다. 휠체어를 타고 간 필자는 조문을 하지도 못했고, 물 한잔 얻어먹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받은 것이다. 상주는 괜히 자기가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러한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여러 사람들이 자기들도 다른 예식장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미투(Me too) 행렬을 이어갔다.

“휴~ 그러게요. 나는 모친이 돌아가셨는데 출입이 힘들어 제 아들이 업고 다녔어요. 손님이 오시면 업고 나오고 가시면 또 업어서 옆방에 데려다 주고… 경사로를 부탁해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정말 힘들었어요!”

“저도 얼마 전 형부가 돌아가셔서 조문을 갔었는데 새로 지은 건물인데도 높은 턱이 있어 조카 여러 명이 휠체어를 들어서 겨우 조문을 했어요.”

몇 년 전 도내 어느 도시의 장애인단체 회장을 맡고 있는 휠체어 장애인이 부친상을 당했다. 분당차병원 장례식장에서 장례식을 했다. 장애인 단체의 회장이니 장애인 조문객들이 많이 찾아왔다. 분당차병원도 얼마나 유명한 병원인가? 그런데 그 병원의 장례식장에도 분향소로 진입하는데 턱이 있어 많은 장애인들이 엄청난 불편을 겪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하실에 위치한 그 장례식장에는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시신안치실로 통하는 시신 운구용 엘리베이터가 하나 있다. 꼭 엘리베이터가 필요한 장애인 조문객들은 한사람씩 그 엘리베이터로 식장 직원의 동행 안내를 받아 영안실을 거쳐 간신히 빈소로 접근할 수 있었다.

며칠 전에 그 병원 장례식장으로 전화를 해 봤다. 지금도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하려면 그 방법이 아니면 빈소로 접근할 수 없다고 했다.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었다.

얼마 전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과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가보았다. 각 분향실은 한 결 같이 한 뼘도 안 되는 단차로 막혀 있었다. 휠체어 장애인은 출입할 수 없는 차별구역이었다.

경기도내 장례식장의 절반이 이상이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다른 지역의 장례식장도 마찬가지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

도민촉진단 김기호 단장은 “장례에 조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예절인데 장례식장 편의시설이 문제가 되어 장애인이 차별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면서 “앞으로 장례식장협회 등과 연계하여 장례식장 편의시설 설치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휠체어 통행이 가능하도록 단차 없이 경사로가 설치된 장례식장의 사례(원 안 확대 부분 참조)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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