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딛고 다시 교단에… "시련을 발판 삼아 더 성장하는 학생들 되길"
실명 딛고 다시 교단에… "시련을 발판 삼아 더 성장하는 학생들 되길"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7.29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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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간의 재활 끝에 지난해 5월 동천고등학교 특수교사로 복직 성공
이희진 교사, "요새 장애학생들과 감사일기 써, 행복 느끼게 해주고 싶어"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울산동천고등학교 이희진(36) 교사의 사연이 뭇 사람들의 마음에 용기를 주고 있다. 그녀는 교직경력 10년차가 되고, 결혼한 지 2년 6개월이 되던 해에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었다.

2017년 1월 안압조절 수술 중 망막이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후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그 해 3월 최종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이희진 교사는 "힘든 재활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아이들 앞에서 당당하고 나눌 것이 풍성한 교사로 다시 교단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어려운 재활의 시간을 보내는 데 큰 힘이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재활치료를 이어가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를 익히고, 음성출력으로 컴퓨터 조작하는 법을 배우고 흰 지팡이를 통한 보행법을 배워 나갔다.

천신만고 끝에 2년간의 재활을 끝내고서야 지난해 5월 동천고등학교 특수교사로 복직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매일 재활에 동행하며 시각장애인으로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한결같이 지지해줬다"며 "사고 후 삶의 방식과 수업 방법이 조금 달라졌을 뿐 변함없는 애정과 사랑으로 학생들을 대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이 교사는 요즘 반 학생들과 함께 매주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 "처음에는 감사일기 쓰기를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화창한 날씨에 감사하고, 가족의 존재에 감사할 줄 알게 됐다. 이미 주어진 감사에 눈을 돌릴 때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그녀는 주로 장애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일반 학급에 찾아가 '장애인식개선교육활동'을 진행하기도 한다.

"실명의 시련이 비장애학생들에 '다름이 얼마든지 다채로운 향기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준다"며 "아픔이 자산이 돼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감사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 교사는 "시련의 아픔이나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시련의 아픔 그 자체만으로 우리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인생이 펼쳐질 수 있는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시련을 바라볼 수 있는 학생들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로나19 때문에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두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탓에 지금은 막막하지만 교사들이 일선에서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우리 모두가 영웅이다. 힘을 내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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