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협동조합" 코로나19발 경제위기 살릴 "동아줄"될까?
"장애인협동조합" 코로나19발 경제위기 살릴 "동아줄"될까?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7.3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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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창업을? 창업 두려움 큰 장애인들... "육성"하고 "홍보"하는 게 핵심
장애인에게도 인식 낮은 협동조합... 중증장애인 일자리 확충 도움될까? 
장애인이 주인이자 조합원, 정신ㆍ발달장애인 교육은? "IL센터와 접목도 가능"
어제(29일) 영등포구의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대회의실에서 '장애인협동조합 육성과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소셜포커스(사진=유튜브캡쳐화면)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장애계에 불어닥친 코로나19발 경제위기를 이겨낼 동아줄이 절실한 가운데, 장애인협동조합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어제(29)일 영등포구의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장애인협동조합 육성과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지난 6월 20일 「장애인기업활동 촉진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협동조합이 장애인 기업에 포함될 수 있게 됐다.

장애인기업활동 촉진법 시행령」은 협동조합을 포함해 장애인기업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장애인 기업 확인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고유식별 번호 처리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본 시행령에 따라 장애인협동조합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른 일반 협동조합이면서, 총 조합원수의 과반수가 장애인이고, 총 출자 좌수의 과반수가 장애인 조합원에 의한 것이고, 이사장이 장애인 조합원인 3가지 조건을 다 충족해야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협동조합이 장애인 기업으로 인정받게 되면 공공기관의 장애인 기업 제품 우선 구매(구매 총액의 1%)와 정부 지원 사업 참여 우대로 중소벤처기업부 R&D(연구개발), 수출ㆍ정책 자금 지원 대상 선정 시 가점 우대(0.5~5점)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타 기업의 형태와 차별되었던 장애인협동조합이 장애인 일자리 창출 대책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을지, 합리적 장애인협동조합 모델을 창출하기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장애인협동조합의 최대 장점은 "공동체성", 아이템 좋다면 창업 가능성↑

전문성 가진 장애인 기업이 모여 만든 좋은 협동조합 모델도 많아 

(왼쪽) 위즈온 협동조합의 오영진 이사장과 (오른쪽) 아지오의 유석영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사진=유튜브캡쳐화면)

협동조합은 특성상 설립과 가입, 탈퇴가 쉽다보니 조합원들이 이익을 내서 서로 경제적인 측면을 보다 쉽게 충당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장애인들조차 협동조합과 같은 제도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실정이다. 비단 영국과 비교해보면, 2011년 통계 기준으로 영국은 인구 약 3%가 사회적 기업에 취업이 됐지만, 한국은 0.08%만이 취업이 되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은 269만 개가 넘고, 2억5천 개의 일자리가 운영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협동조합수는 아직 1만9천 여개에 머물러 있어 더 많은 관심과 개발이 필요하다는 평이 따랐다. 

발제를 맡은 아지오 유석영 대표는 '구두만드는풍경'의 사업 철학을 설명하면서, 장애인협동조합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이겨낼 자산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언택트 사업이 많아지면서 제조업이나 생산에 몰려있는 장애인 일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구두만드는풍경' 또한 기계가 모든 걸 만드는 세계에서, 원시적인 방법으로 역주행을 해서 효과를 보았다는 것.

소비자들의 발이 변형되어 있고 불편해서 빨리 피로가 온다는 점을 이용해 점포가 많이 없는 대신 고객을 찾아가 발 사이즈를 재고 청각장애인들의 섬세한 손을 최대한 활용해서 맞춤형 구두를 제작했더니 소비자의 선호도가 굉장히 높았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템들이 청각장애인에게 대물림되는 일자리가 될 수 있다며 장애인협동조합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청각장애인 35명이 운영하는 카페. 누구나 자유롭게 수어로 주문하고 수어로 대화할 수 있게 되어있다. 착한 소비를 유도하는 만큼 현지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렇게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장애인협동조합 창업도 어렵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소셜포커스(사진=유튜브캡쳐화면)

위즈온 협동조합 오영진 이사장도 장애인협동조합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발제를 이어갔다. 장애인협동조합 운영 8년 차에 접어든 그는 조합의 독특한 특징으로 '공동체성'을 꼽았다. 협동조합은 일반 기업과 달리 조합원들이 기업의 목적을 정하고 결정한다는 장점을 가진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 자사의 경우,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업무 시간 2% 안쪽으로 기초학습 수준의 경영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젝터에 은행계좌를 온라인으로 로그인해서 같이 보거나 통장 내역을 따로 정리해서 재무재표 보는 법을 알려주는 등 조합원들과의 정보 공유를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협동조합의 '공동체성'을 활용한 긍정적인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도배 및 타일, 샤시, 전기공사 등 각각의 전문 분야를 가진 영세업자들이 모여서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한다. 전문성을 가진 여러 장애인 기업이 모여서 사업자 협동조합 모델을 만들어도 좋은 협업 모델이 될 수 있다. 

물류창고를 함께 공동으로 출자해서 운영하는 협동조합, 동네 빵가게가 모여서 프렌차이즈 빵집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비싼 효모빵 반죽기계나 공동 반죽 생산 공장을 만든 협동조합도 있다. 

오 이사장은 보편적으로 협동조합이 무조건 좋다는 게 아니라, 위 사례와 같이 협동조합으로 운영했을 때 장점이 큰 비즈니스는 협동조합으로 키우고, 그렇지 않으면 주식회사나 다른 법인을 갖추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며 의견을 제시했다.  

단, 그는 현재 협동조합 지원기관들이 존재하지만, 정작 장애인기업으로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중간지원 기관의 차별성은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간지원 기관의 최우선 역할은 장애인 기업의 근로환경 개선이라며 실제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고용공단)에서 진행하는 장애인근로환경 개선사업이 있지만, 모든 법 기준에 맞춰서 환경 개선을 해야하니 실상은 지원받기가 어렵다는 것. 

오 이사장이 재직하는 위즈온의 경우에도, 장애인 화장실을 고치기 위해 고용공단에 접수를 했지만, 화장실 하나를 고치려면 건물 전체를 고쳐야했고, 지원금이 1천만 원이었지만 자부담금이 5천 만원이 소요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사회적경제지원기관이나 협동조합지원기관 어디에 문을 두드려도 도와줄 수 있는 곳이 없기에, 장애인협동조합이든 장애인기업이든 창업시 여타 기업과의 출발선이 같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들이 모여서 협동조합이나 장애인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소통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지원'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에게도 인식 낮은 협동조합... 중증장애인 일자리 불 끌 수 있을까? 

내가 창업을? 창업 두려움 큰 장애인들... "육성"하고 "홍보"하는 게 핵심

아직 장애인협동조합 활성화는 미비한 상태다. 대부분 영세하고 미운영되는 곳이 50%나 되는 현실에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 모델로서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권재현 국장은 "대부분의 사회적기업 자체가 사회적 가치창출보다는 일자리 창출에 방점이 가있고, 비영리 형태에 머물러있다. 그런데 사회적협동조합이 아닌 협동조합만 들어온 상태에서, 게다가 일자리 창출이나 중증장애인 일자리 고용문제가 해결되지않은 상태에서 소득창출이나 기업적인 측면으로서의 접근이 가능할까"라며 고민을 말했다. 

그는 현재 장애인들이 고용되거나 참여한 사회적 기업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기존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나 장애인단체 표준사업장에서의 전환이 더 유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왼쪽)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과 (오른쪽)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권재현 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사진=유튜브캡쳐화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실장은 장애인협동조합과 센터가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가장 고민하고 힘써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중증장애인 취업률이 불과 25%로 5년 간 답보 상태에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사회적협동조합이 장애인취약계층 일자리를 18.1%나 창출했다고 한다. 장애인협동조합이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 모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장애계와 소통해서 가장 먼저 적용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사회적협동조합과 일반협동조합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많은 수익창출 모델을 만들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일반 수익창출 모델로, 협동조합은 신체ㆍ정신장애인, 약물중독자, 범죄로 집행유예가 있는 사람들까지 사회적 약자들의 일자리를 마련하기위한 유형으로 활성화됐고 크게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러나 이 실장이 주목한 점은 양적인 성장이 아니라 질적인 부분의 개선이었다. 이 실장은 "기존 직업재활시설 모델들이 비판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일자리는 생겼지만 월급이 10만원 남짓한 상태로 아주 저질의 불량한 일자리만 양산했다는 것이었다. 장애인협동조합도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우리나라 복지체계에서 제공하는 일자리와 전혀 차별성이 없을뿐더러, 애초에 조합 활성화 목적마저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석 실장은 협동조합이 나아가아햘 방향과 해결방법으로 장애인협동조합과 기존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이하 IL센터)를 접목시키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미 발달, 정신 등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IL센터가 운영되고 있고, IL센터의 운영 자금을 협동조합의 운영을 통해 대체할 수 있고, 동시에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조합원이 주인이기도 하면서 사원이기도 한 이중적 구조를 가진 협동조합에서 발달, 정신장애인들이 적극적으로 조합 활동에 참여하려면 그에 따른 교육도 중요하기에 센터가 그런 역할을 맡아야한다고도 강조했다. 

타 기업의 형태와 차별되었던 장애인협동조합이 장애인 일자리 창출 대책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을지, 합리적 장애인협동조합 모델을 창출하기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소셜포커스(사진=유튜브캡쳐화면)

권재현 국장은 대안으로 장애인협동조합의 특성과 장점을 알려야한다고 말했다. 보통 장애인 대다수가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사회적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이라는 익숙치않은 개념도 설명해야하고, 성공 사례를 홍보해서 유인책을 늘려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위즈온 오영진 이사는 자신의 실제 창업 경험을 담아 해결책을 제시했다. 

사회를 맡은 고은영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기획조정팀장

오 이사는 "다들 어떻게 회사를 창업하게 됐냐고 묻는데, 솔직히 빡쳐서(화가 났다의 비속어) 모이게 됐다고 말한다"며 "저만 해도 IT와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지만, 대전 지역 IT회사가 자주 망하다니보니 장애인의 몸으로 1년마다 이직을 해야하는 상황에 닥치게 됐다. 그래서 화가난 장애인 IT경력자들이 모여서 지금의 회사를 만들게 된 것"이라며 회상했다.  

그는 "물론 이런 사례가 흔한 건 아니다. 그러나 장애인협동조합과 가장 협업이 필요한 것은 센터와 장애인 단체다. 오랜기간 사회를 등지고 살아온 칩거 장애인들에게 당장 창업을 하라고 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사회로 나올 수 있게 돕는 것은 장애인단체가 하고, 센터는 그들을 육성할 프로그램을 만들고 창업을 위한 사업ㆍ영업전략 등 지원책을 강구해야한다. 무엇보다 홍보물을 제작해서 전국 방방곳곳에 알리고 참여를 유도해야한다"며 실질적인 협동조합 육성 방안을 내놨다. 

아지오의 유석영 대표는 창업을 두려워하는 장애인들에게 좋은 아이템과 소상공인 분야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임원이 5명 이상이면 누구와도 창업을 할 수 있는 특성상, 너무 크게 생각하지말고 가족 등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좋은 아이템부터 구상하고 센터에 적극적인 지원을 구하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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