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이나 말지... 위정자들 원망스러워" 더 비참해지는 수급자들
"약속이나 말지... 위정자들 원망스러워" 더 비참해지는 수급자들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7.31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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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60차 중생보위 개최, 3년 당락 지을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 논의
문재인 정부의 공약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단계적 폐지정도면 다 이룬 것인가
이상한 나라의 기준중위소득 "최저임금받고 사는 노동자가 가난한 편은 아니다?"
코로나로 경제위기이니 작년 수급 인상률 빼고 인상하자는 기재부 "에누리하나"
오늘(31일) 오후 2시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제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열렸다. 오늘 회의를 통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간 시행될 '제2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이 결정된다. 같은 시간 정부청사 앞에서는 장애인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모여 2차 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폐지와 기준중위소득 인상 계획을 담으라며 시위를 벌였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간의 기준중위소득과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당락이 오늘 결정된다. 오늘(31일) 오후 2시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는 "제6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이하 중생보위)"가 열렸다.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은 오늘 중생보위에서 다루게 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이하 2차 종합계획)에 반드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계획을 수립하고, 기준중위소득을 대폭 인상해야한다며 7월 23일부터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농성을 진행해왔다. 

이들은 오늘 중생보위 회의가 열리는 같은 시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중생보위 위원들을 향해 이같은 요구안을 외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방적인 요구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 중 하나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였고, 박능후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장관의 입에서도 나왔던 말이었다. 

7월 4일 중생보위 회의가 있었던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박능후 장관은 "2차 종합계획 안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생계, 의료급여 둘 다 하겠다고 약속하지않았냐"라는 질문에 "맞습니다"라고 답을 했었다.

차라리 약속이나 안했으면 모른다고 말하는 이들은 위정자들이 '약속'을 하면 물건 깎듯 조금씩 덜 이뤄도, 에누리를 해도 족하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한다며 분노했다. 누군가에게는 당장 생계가 급한 문제였으니 말이다. 


"가난한 이들의 생사를 가르는 기준중위소득" 피켓을 들고 있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곽남희 활동가 ⓒ소셜포커스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있어왔다. 우리나라에서 중간 쯤의 소득을 버는 사람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기준을 만들어놓은 것이 기준중위소득이고, 이것을 다음해에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한 70개가 넘는 복지제도 기준선으로 활용하게 된다. 그만큼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이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된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려면 기준중위 소득의 30% 미만이 생계급여를 탈 수 있고, 40% 미만은 의료급여, 45% 미만은 주거급여, 50% 미만은 교육급여를 탈 수 있다. 그럼에도 3년동안 기준중위소득 평균 인상률은 2% 남짓이었고, 그에 따라 최저생계비도 하향 곡선을 탈 수밖에 없었다. 

모순적이게도 최저임금은 동기간 14%나 오르는 수치를 보였다. 임금소득자들의 임금은 14%가 올랐는데, 중간 소득보다 못 버는 사람들의 소득이 평균 2%올랐다는 것은 사실상 말이 안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울려퍼졌다. 

서울장차연 문애린 대표 ⓒ소셜포커스

또한 이 기준중위소득의 기반이 되는 통계청의 자료도 문제가 되고 있다. 원래 가계동향이라는 통계조사를 사용했었지만, 올해 새롭게 활용하게 될 가계금융복지조사와는 1인 가구 기준 30만원이나 차이가 나고 있다. 2020년 기준 기준중위소득은 가계동향에서 162만원이지만, 가계금융복지조사로는 200만원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제까지 가계동향만 사용해왔을까? 이유는 알 수 없다. 중생보위 회의 자체가 비공개이고, '통보'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아마 수급비를 덜 주려고 그러지않았을까라는 의심까지 나왔다.

무엇보다 작년부터 통계청이 가계동향에 대한 수치를 내지않기로 결정하면서, 모든 행정자료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토대로 진행하게 됐다.  

문제는 가계금융복지조사 인상률이 4.6%정도이기에 내년에는 당연히 기준중위소득도 4.6%정도가 오를 것이라 예상할 수 있지만, 복지부의 입장은 너무나 냉담했다. 

코로나19때문에 경기가 악화됐으니, 작년에 올랐던 수급비 인상분을 빼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 올해 경기가 어려웠으니 가난한 사람들한테 올려줬던 복지 수급비를 다시 빼겠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4.6%가 인상되어도 모자를 판에, 작년에 올라갔던 2.9%의 수급비 인상률을 제외하면 1.7%만 올리고 끝내겠다는 결론이 난다. 한 술 더 떠서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니 1.5%를 더 빼자고 했다고 한다. 그럼 남는 건 0.2%의 인상률이다. 3천 원을 올려주겠다는 말이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올해 경제가 어려워졌으면 누가 제일 어려웠겠냐. 가난한 사람들이다. 재난으로 인해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차별을 받는데 코로나19때문에 가난한 사람들 수급비를 더 뺐는다는 건 국민적인 설득력도 없을뿐더러 논리에도 안 맞고 위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수급비를 더 뺄 수 있을지 그것에만 골머리를 썩히는 것 같다. 지금 그 회의가 이 안에서(서울정부청사 건물) 벌어지고 있다!"며 크게 분노했다.

심지어 이날 정부서울청사 현장에서는 시도지사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정책위원들이 수급인상률이 너무 높으면 지방 재정에 부담이 되니 천천히 높여달라는 요청을 하러 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윤영 사무국장은 "복지부가 결정하기 2~3일 전에 이미 기재부가 3가지 안을 내놓고 고르라고 한다. 이게 민주적인 절차냐. 회의 과정 자체도 비공개이고 정확히 어떤 위원들이 어떤 이유로 복지 수급 확대를 반대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기에 민주적인 과정을 전혀 담보할 수가 없다" 며 중생보위 회의 과정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모습 ⓒ소셜포커스

최근 발표된 한국형 그린뉴딜 종합계획에 정부는 "2022년까지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고재산ㆍ고자산가 제외)을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폐지는 '개선'하겠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장애인단체는 여기까지 오는데만해도, 1차 종합계획이 시행되어왔던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동안 무수한 줄다리기를 해야했다고 토로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부양의무자기준폐지를 공약했다고 해서, 바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복지부를 비롯한 여러 행정부처 관료들이 주로 하는 말이 주거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만 해도 거의 다 폐지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라며 얼렁뚱땅식의 태도로 일관한다고 꼬집었다. 

푹푹 찌는 더운 날씨에도 장애인 당사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신 부채질에 서로 물을 사다 먹이는 모습도 연출됐다. ⓒ소셜포커스

이미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죽어간 사람들은 많다. 사위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는데 왜 사위에게 도움을 받으라고 하냐며 2016년 거제 시청 앞에서 음독자살한 할머니의 사연도 알려졌다. 할머니는 죽기 전 "법도 사람이 만드는데, 법이 어떻게 사람한테 이럴 수가 있냐며" 분개했다고 한다. 

의료급여를 받지 못해 보건소와 무료진료소를 전전하다가 적십자 병원 문턱도 못 넘고 병원 앞에서 숨진 노인의 사연도 있었다. 사유는 폐결핵이었다. 

빈곤사회연대는 두 사연을 소개하며 복지제도의 맹점을 강조했다. 김윤영 사무국장은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부자 가족들도 도와주게 되는데 그걸 왜 하냐고들 한다. 그러나 가난에 빠졌을 때, 몸이 아플 때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 복지 신청이 거절되는 비참한 삶도 있다. 수급을 받기 위해 가족해체사유서를 적으며 눈물을 흘려야했던 수급자들의 억울한 심정을 아는가. 자식이나 사위, 며느리가 아니라 나의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수급 신청할 수 있는 권리, 우리는 그것 한 가지를 원하는 것"이라며 간곡하게 호소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오늘 결정될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약속되지않는다면 더욱 처절한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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