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시작한 인생 2막!… 충남중부아동보호전문기관 안미순 씨
11년 만에 시작한 인생 2막!… 충남중부아동보호전문기관 안미순 씨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8.05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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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수 있는 자체가 감사해요!"
아산장복 장애인일자리사업 통해 환경미화직으로 입사
김길수 관장 "장애인고용창출, 공익단체들이 앞장서야"
아산시장애인복지관의 일자리사업을 통해 충남중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안미순 씨.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지난 7월 아산시 용화동에 위치한 충남중부아동보호전문기관을 찾았다. 이 곳에서 안미순 씨(44세)는 활기찬 매일을 시작한다.

그녀의 직무는 환경미화. 기관의 안팎을 깨끗하게 쓸고 닦는 일이다. 아동과 보호자들이 머무는 상담실을 정리하고, 치료실에 비치된 책들과 교구들의 먼지를 떨어내며 깨끗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항상 열심이다.

미순 씨가 직업을 갖게된 것은 아산시장애인복지관의 장애인일자리사업을 통해서다. 아산으로 이사를 오면서 장애인일자리사업을 알게된 그녀는 직업재활사와의 상담과 면접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후 그녀의 삶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산후우울증에서 발전한 정신질환으로 11년동안 누워서만 지냈던 미순 씨에게 다시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일을 하는 중에도 감당하기 힘든 좌절감은 찾아왔다. 하지만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과 무한한 격려 덕분에 미순 씨는 천천히 일하는 삶에 적응하게 됐다.

그러자 잃어버렸던 자신감이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믿음이 생기자 주변을 돌볼 여유가 생겼다. 미순 씨는 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동안 어린 참여자들을 이모처럼, 엄마처럼 챙기기로 유명했다.

그리고 올해 3월 미순 씨는 드디어 충남중부아동보호전문기관의 환경미화직으로 채용됐다. 5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의 모습이 확연하다.  

일자리사업에 참여할 때처럼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할 뿐만 아니라 주위 동료들도 솔선수범 챙긴다. 물품을 정리하거나 운반하는 동료를 보면 한달음에 달려가 함께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 티타임도 자주 갖는다.

ⓒ소셜포커스

“일할 수 있는 자체가 감사해요. 기관에서 제가 일하는 것을 존중해 주시고 많이 칭찬해 주세요. 그래서 기분이 좋고 매일매일 출근하는 것이 행복해요. 앞으로 여기서 좋은 분들과 계속 일을 하고 싶어요. 그동안 누워만 있었잖아요. 돈을 많이 벌어서 집도 사고 가족들이랑 잘 살고 싶어요"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을 묻자 함박웃음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저어보인 그녀는 마지막으로 꼭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살다보니 사는 것이 내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아픈 뒤에 많이 깨달았어요.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으니 소망도, 희망도 다시 생겨요!"

충남중부아동보호전문기관 김길수 관장. ⓒ소셜포커스

미순 씨의 일상이 새로운 빛깔로 물들어가는 이 곳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김길수 관장이다. 그는 올해 2월 대전·충남지역 최초로 아산시에 개소된 학대피해아동 사례전담기관의 1대 관장으로 부임했다. 

아산시장애인복지관을 통해 미순 씨를 만나 감사하다는 김 관장. 지금은 누구보다 그녀를 믿지만 처음에는 미순 씨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고 한다.

"정신적 장애가 있는 분과는 일해본 경험이 없어 내심 걱정이 됐어요. 혹시나 기관에서 학대 피해 아동과 마주칠 때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싶어서요. 물론 우려와 달리 주어진 일에 항상 성실히 임하고, 직원들과도 잘 지내십니다. 미순 씨가 입사한 다음부터는 사무실과 치료공간이 항상 말끔해요."

선입견은 선입견일 뿐이었다며 웃는 그에게 장애인 고용 창출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사회복지, 공익기관과 단체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저희 굿네이버스 국내 법인의 장애인 고용률 또한 높여나갈 필요가 있어요. 미순 씨처럼 잘 적응해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활동사항을 기반으로 법인 본부에 장애인 고용 확대를 제안하려고 합니다."

오늘도 충남중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는 함께 일하는 오늘에 감사하고, 내일을 그려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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