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목숨은 '반값'?
장애인 목숨은 '반값'?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8.06 16: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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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사망한 장애인에 5천만원 선고… 위자료 기준금액 '절반'
서울중앙지법, "이미 장애 있었던 사실 참작한 결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지체장애인에 기왕장해를 근거로 교통사고 위자료 기준 금액의 절반인 5천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위자료를 감액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6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지체장애인이 화물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1, 2심에서 모두 '절반 위자료'를 선고했다. 사유는 '기왕장해'였다. 이미 장애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상금액 감액 이유로 든 것이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1, 2심 법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목숨의 가치가 다르다고 선고한 꼴"이라며 판결을 규탄하고, 6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공정한 3심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고 피해자 김 모씨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지난 2017년 길을 건너다 운전자의 과실로 화물차에 치여 7개월여 간 투병하다 사망에 이르렀다. 이에 김 씨의 유족은 사고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이하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019년 10월 사망한 김 씨에게는 5천만 원, 유족 측에는 1천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문제는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2018년부터 교통사고 사망 위자료 기준 금액을 1억 원으로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씨에게 그 절반인 5천만 원만을 인정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기왕장해 등의 사정을 참작한 결과"라고 판결문을 통해 설명했다.

(왼쪽부터) 박병철 변호사,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 서울장차연 문애린 상임대표. ⓒ소셜포커스

유족 측은 "장애가 있어 사망에 이르렀다고 참작해 위자료를 절반만 지급해도 된다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판결문에서 기왕장해라는 용어만 삭제했을 뿐, 동일한 금액을 선고하고 항소를 기각했다.

이 사건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박병철 변호사는 "교통사고 위자료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에 금액을 산정할 때 장애여부를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사고 피해를 입은 장애인들이 '이미 장애가 있었다'는 이유로 보상에서 차별당한 사례는 이뿐만 아니다. 

장추련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몇 년 전, 한 보험회사가 사고로 혼수상태에 이른 발달장애 아동에게 비장애아동보다 적은 액수의 보상금을 지급해 투쟁한 바 있다"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장추련 김성연 사무국장은 "법원조차 장애인 차별을 묵인하고 기업의 편에 선다면 이후 보험회사들은 똑같이 '기왕장해'를 핑계 삼아 보상을 줄일 것"이라며 "대법원은 차별행위에 명분을 만들어주는 부적절한 판례가 남지 않도록 올바른 판정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상임대표는 "장애인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2차, 3차 장애를 입어 치료비가 더 들 수도 있는데 오히려 위자료를 감액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판결에 대해 "장애인들은 집이나 시설에서 나오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장애단체 측은 회견을 마무리하며 "과연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을 것인가 엄중하게 살피겠다"며 투쟁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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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가 2020-08-07 18:35:43
진작에 대한민국에 법률적이나 믿는 편은 아니였는.. 그럼 만약에 70대나 80대 노인이 운전자 과실로 사망 했을 경우에도 이럴까? 살만큼 산 사람이니 이런 선고를 내릴까? 내가 어디가서 귀찮아서 어디 댓글 다는 사람이 아닌데 진짜 너무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