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장애인노동착취에 5백만원 선고… 검찰 "큰 사건 아니다"
32년 장애인노동착취에 5백만원 선고… 검찰 "큰 사건 아니다"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8.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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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심의도 거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대검찰이 적극 개입하라"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사찰 내 지적장애인 노동착취사건에 대한 입장을 지난 11일 밝혔다.

사건의 가해자 사찰 주지 A씨는 지난 2017년까지 32년 간 지적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명의를 도용했다.

피해자가 2017년 12월 학대를 견디다 못해 탈출한 이후, 경찰수사가 진행됐으나 법원은 32년 간의 노동착취와 명의도용 혐의는 제외하고 몇 건의 폭행만 인정했다. 가해자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19년 시작된 재수사에서도 경찰 측은 노동착취가 아닌 품앗이와 같은 '울력'이었다는 가해자측의 항변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후 검찰이 이 사건에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괴롭힘 금지' 조항을 적용해 기소하고, 명의도용 혐의도 함께 기소했으나 여전히 피해자가 '강제노동'에 동원됐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에는 강제노동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소극적인 해석으로 일관하는 태도다. 

게다가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지난 8월 6일 이 사건에 대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지 않았다"며 연구소의 수사심의 요청을 거부했다.

연구소는 성명서를 통해 "이 사건은 주요 언론 등 수십차례 보도되었을뿐만 아니라 시민단체들이 연합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소속 종단을 방문해 항의할 정도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다", "수사기관은 종교기관에서 장애인 학대·착취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여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검찰청에 대해 "적극 개입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하라"고 촉구했다.

이하는 성명서 전문이다.

 

사찰 내 장애인 노동착취사건 수사결과에 대한 우리의 입장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1. 어제(8월10일)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32년간 지적장애인 노동을 착취하고 명의를 도용한, 이른바 사찰노예사건의 가해자인 사찰주지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 및 구제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2. 이 사건은 지난 2017년 12월 가혹한 학대를 견디다 못해 탈출한 피해자에 의하여 처음 세상에 알려졌고, 피해자 측의 신고에 의해 경찰수사가 진행되었으나 고작 몇 건의 폭행만 인정되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던 사건이다. 2019년 7월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고발로 다시 재수사가 시작되었는데 고발 이후에도 서울 노원경찰서는 노동력착취가 아니라 협동관행인 ‘울력'이었다는 가해자측 항변을 그대로 받아들여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었다.

3. 일단 검찰이 뒤늦게나마 가해자인 사찰 주지의 '노동력착취'에 대해 장애인차별금지 및 구제 등에 관한 법률(제32조 괴롭힘 등의 금지)을 적용하여 기소하고, 고발 전 수사 때 각하처분한 명의도용에 대해서도 기소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수사결과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4. 검찰은 여전히 ‘강제노동금지'를 규정한 장애인복지법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다. 이미 이전 수사를 통해 피해 장애인에 대한 가해자의 상습적 폭력이 있었음은 확인된 바 있고 폭력을 동반한 노동을 '강제노동'으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나, 이에 대한 소극적인 해석을 이해할 수 없다.

5. 아울러 이 사건에 대해 고발인인 연구소와 피해자는 공동명의로 지난 7월 1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바 있고, 같은 달 14일, 17일 관할 검찰청 및 대검찰청에 관련 절차진행을 촉구하였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고 우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제기능을 하지 않는 수사심의위원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6.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8월 6일 이 사건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심의위원회 부의여부 조차 논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7. 그러나 이 사건은 주요 언론을 포함하여 수십차례나 언론에 보도되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연합하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소속 종단을 항의 방문할 정도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며, 32년 동안 종교기관인 사찰에서 장애인을 학대하고 착취하였음에도 수사기관이 이를 소홀히 여겨 국민의 인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8. 이 사건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여부를 논의하는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지도 않을 만큼 사소한 사건으로 치부하는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시민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이는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국민이 아닌 검찰의 관심이 없음을 보여주는 행태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난 8월 6일 그러한 결정을 하였음에도 신청인(고발인 및 피해자)에게 아무런 통지도 해 주지 않은 검찰의 비상식적 행정처리에 분노한다.

9. 우리는 이 사건의 기소, 불기소여부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현안심의위원회) 소집의 기회를 부당하게 상실 당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건에서 검찰이 강제노동금지를 규정한 장애인복지법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은 부분, 그리고 고발 이전 수사에서 명의도용 등에 대해 각하처분을 한 부분이 적정, 적법한 것인지 등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점검위원회) 소집을 재차 요청한다.

10. 대검찰청은 지난 17일 우리가 수사심의위원회 관련 의견을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이송처리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이미 특정 권력층만 누리는 제도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번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점검위원회) 소집만큼은 대검찰청이 적극 개입하여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

 

2020. 8. 11.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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