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체육계에도 "최숙현"은 있었다
장애인 체육계에도 "최숙현"은 있었다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8.12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멍들은 눈, 공포의 창고실... "문에 부딪혔다"하라고 감독이 거짓말시켜
동료 선수 창고 끌려가는데 "너도 가야돼..." A선수 "무서워죽을뻔했다"
전지훈련은 지적장애선수만 참여시켜 "아침에 모닝빵 1개로 버텨야했다"
울산북구청, 감독ㆍ피해선수ㆍ부모 다 불러모아 낯뜨거운 간담회 진행
감독, "선수들 폭행한 적 없다"며 부인, "사직서 강권은 잘못했다"며 인정
학생선수 폭력피해 신고센터 배너 이미지 ⓒ소셜포커스(제공=교육부)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장애인 체육계에도 고(故) 최숙현 선수는 있었다. 지난해 3월 21일 울산 북구청 소속 장애인 수영선수 A씨가 감독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A선수의 아버지는 감독이 수시로 선수들을 창고에 데려가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대전, 부산 전지훈련 당시 A선수 눈에 짙은 멍이 들어있어서 묻자 감독이 "문에 부딪혔다"고 거짓말을 시켰다고 실토를 했다는 것. 그해 9월 A선수가 다시 감독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A선수의 아버지가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상황은 호전되지않았다.

선수들에게는 감독의 한 마디가 공포 그 자체였다. 동료 선수가 창고에 끌려갈 때 A선수가 들은 말은 "너도 가야되는데"였다. 그날 A선수가 아버지에게 "무서워 죽을뻔했다"라고 고백한 것이 시작이었다. A선수는 감독으로부터 핑계를 대서 자를 수도 있다는 말을 수시로 들으며 공포심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뿐만 아니다. 선수들의 부모는 감독 사모에게도 식사대접을 해야했다. 감독의 제안으로 마련된 자리였지만 8~11만원짜리가 아닌 3만8천 원짜리 식사를 시킨 것이 화근이 됐다. 

A선수의 어머니는 다른 선수의 부모들과도 식사 가격으로 언쟁이 일자, A선수를 비롯한 그의 가족 모두 이 사건을 시작으로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당시 식사자리에서 감독사모는 남편(감독)에게 "당신 울산에서 이런 대접밖에 못 받았어!"라고 고함을 질렀다고 기억했다.

선수들끼리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위로로 한 말도 한 선수의 어머니가 감독에게 고자질을 했고, 감독은 "선수단 이야기를 밖에서 했다", "선수가 욕을 해서 팀 분위기가 흐려졌다"는 등 트집을 잡아 A선수 부모에게 강제로 사직서를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대회나 전지훈련에도 부당한 처우는 계속됐다. 아침식사를 굶거나 모닝 빵 하나로 때우는 일이 허다했고, 배가 부르면 안된다는 이유로 간식도 주지 않아 체중이 급격하게 감소하기도 했다. A선수의 어머니는 대전 전지훈련에서는 아침식사로 햄버거 1개로 2명을 먹였다며 선수들이 감기가 들거나 아파도 돌보지않았다고 주장했다. 

훈련 경비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감독의 제안 사항은 모두 거절할 수 없는 강압이었다. 20~30일이 소요되는 추가 전지훈련에 A선수 부모가 동의하지 않자 "단체생활에서 혼자만 빠지면 안된다"며 동의를 강요했다는 것.

게다가 감독이 1인당 월 50만원인 코칭 영입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또한 거절할 수 없어 승낙했지만, 코치의 개인사정으로 일주일만에 그만둔다고 한 후 구청에서 유료 코칭을 승낙하지않자 봉사의 개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선수의 부모는 "국내 전지훈련의 경우 선수 5명 중 울산선수 3명만이 참석을 한다. 모두 중증 지적장애 1, 2, 3급인 선수들이다"라며 "감시자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지체장애인 선수 2명은 한 번도 국내 전지훈련에 참가한 적이 없다. 지적장애 선수들만 참여시키고 의식이 뚜렷한 선수들은 배제함으로써 훈련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감시의 눈을 피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A선수 아버지가 울산북구청장에게 보낸 편지 내용 일부 ⓒ이종성 의원실

A선수의 아버지는 북구청장에게 위같은 사실을 알리며 편지로 호소했다. 정기적으로 선수들을 불러모아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신변의 안전을 확보해달라는 것이 그의 요청이었지만, 북구청의 행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대화가 필요해보인다는 이유로 그해 4월 5일 간담회 자리에 감독과 선수, 선수 부모까지 모두 대면하는 자리를 만든 것. 

간담회 자리에서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폭력행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침식사의 경우 단양 전지훈련 때 식당 사정으로 늦은 적은 있지만 햄버거 식사는 선수가 원해서 했다는 것. 코치 영입비 또한 부모들이 먼저 제안했고 구청이 허락하지않아 결국 자원봉사 중이기에 문제가 되지않는다고 주장했다. 

단, 사직서 부분만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되려 간담회에 참석했던 다른 수영선수들의 부모는 운동 및 시합 중 찰과상 정도만 있었을뿐 감독의 폭행은 없었다며 A선수 부모의 주장을 반박했고 감독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구청은 간담회 자리에서는 사실여부를 명확하게 밝힐 수 없다며 끝내 장애인옹호기관에 조사를 넘겼다. 같은해 4월 19일 울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울산 동부경찰서에 고발을 하고 나서야 A선수에 대한 보호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A선수는 결국 5월부터 12월까지 시 장애인수영연맹의 협조를 통해 개별 훈련에 들어갈 수 있었고, 감독은 지난해 계약만료를 끝으로 교체되어 올해부터 새로운 감독이 선임된 상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