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9월부터 9시뉴스에 수어통역 제공하겠다"… 하나 잡으면 하나 놓치나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상당한 재산과 인명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농인들의 알권리가 또 한번 소외당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8시, 9시 종합뉴스에서 내보낸 집중호우 재난보도는 총 850건인데, 이 중 수어통역이 등장한 건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공중파 3사를 포함한 8개 방송사의 재난방송을 모니터링한 결과다.
지난 2019년 4월 강원도 산불 사태 당시와 달라진 바 없는 모습이다.
당시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재난방송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던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제기했다.
논의 끝에 KBS는 재난방송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이 예산으로 올 3월 야간 재난방송 대기인력을 4명 채용했고, 재난방송 전문 수어통역사를 양성하기 위한 지역별 교육까지 시행하는 등 수어통역 제공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임에도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장애벽허물기는 성명서를 통해 "재난은 국민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며 "때문에 재난 보도에서 수어통역 등 장애인 접근을 위한 서비스가 반드시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KBS는 "오는 9월 3일부터 9시 저녁종합뉴스에 수어통역을 상시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 명 서]
재난보도, KBS 등 방송사들의 적극적인 수어통역을 요구한다.
상당한 재산과 인명피해를 낸 이번 집중호우와 관련한 재난보도에 수어통역이 없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시행한 모니터링(8.11)에 의하면, 재난보도로 호우소식을 다루기 시작한 8월 1일부터 8월 9일까지 한 방송사도 저녁종합뉴스에 수어통역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는 지상파 3사, 종편 4사, 보도전문채널 YTN 등 8개 방송사 8개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를 분석한 결과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모니터링 기간 동안 “방송사들의 저녁종합뉴스에서 약 850건에 가까운 보도를 방송했지만, 한 건의 보도에서도 수어통역은 등장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다.
지난 해 4월 강원도산불 당시 우리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상파를 비롯한 재난방송을 실시했던 방송사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 했었다. 재난방송에 수어통역 등 장애인 서비스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재난보도의 문제점을 거론하여 재난방송의 장애인 접근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장애인의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2020년)도 확보되었다.
이 예산을 바탕으로 올해 3월부터 KBS에 재난방송 대기인력(야간) 4명이 채용되었다. 대기인력은 하루 2인씩 야간(저녁 6시~다음 날 9시)에 대기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난방송 전문 수어통역사를 양성하기 위한 지역별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해 강원도 산불이후 재난방송 장애인 접근환경은 나아졌다. 그럼에도 이번 집중호우에서와 같이 필요한 때 수어통역을 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크다. 더욱이 KBS의 경우 야간대기 인력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수어통역을 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한순간이다. 재난은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과 연결된다. 재난상황에서 누구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올바른 정보이다. 그래야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이 재난보도에 수어통역 등 장애인 서비스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이번 집중호우에서 방송사들이 수어통역을 하지 않았다. 이는 방송으로서 역할을 망각한 것이다. 특히 KBS는 대기 수어통역 인력까지 있었음에도 수어통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비판받아야 할 지점이다.
따라서 우리 단체는 요구한다. 재난과 관련한 보도에 있어서는 무조건 수어통역 등 장애인의 접근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서비스 제공 유무를 방송인의 시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시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런 입장에서 방송사들이 재난보도에서 적극적으로 수어통역 등 장애인 서비스 시행을 요구한다.
2020년 8월 12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