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종합뉴스 재난보도 수어통역, 매번 요구해야 하나요?
저녁종합뉴스 재난보도 수어통역, 매번 요구해야 하나요?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8.12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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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방송사, 850건 중 수어통역 '전무'
KBS "9월부터 9시뉴스에 수어통역 제공하겠다"… 하나 잡으면 하나 놓치나
각각 KBS1, SBS, MBC, JTBC 저녁종합뉴스의 폭우사태 보도 화면. 모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자막조차 제공되지 않는 순간에는 농인들이 전혀 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소셜포커스 (출처=각 방송사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캡쳐)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상당한 재산과 인명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농인들의 알권리가 또 한번 소외당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8시, 9시 종합뉴스에서 내보낸 집중호우 재난보도는 총 850건인데, 이 중 수어통역이 등장한 건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공중파 3사를 포함한 8개 방송사의 재난방송을 모니터링한 결과다. 

지난 2019년 4월 강원도 산불 사태 당시와 달라진 바 없는 모습이다. 

당시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재난방송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았던 방송사들을 대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제기했다.

논의 끝에 KBS는 재난방송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이 예산으로 올 3월 야간 재난방송 대기인력을 4명 채용했고, 재난방송 전문 수어통역사를 양성하기 위한 지역별 교육까지 시행하는 등 수어통역 제공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임에도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장애벽허물기는 성명서를 통해 "재난은 국민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다"며 "때문에 재난 보도에서 수어통역 등 장애인 접근을 위한 서비스가 반드시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KBS는 "오는 9월 3일부터 9시 저녁종합뉴스에 수어통역을 상시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   명   서]

재난보도, KBS 등 방송사들의 적극적인 수어통역을 요구한다.

상당한 재산과 인명피해를 낸 이번 집중호우와 관련한 재난보도에 수어통역이 없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시행한 모니터링(8.11)에 의하면, 재난보도로 호우소식을 다루기 시작한 8월 1일부터 8월 9일까지 한 방송사도 저녁종합뉴스에 수어통역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는 지상파 3사, 종편 4사, 보도전문채널 YTN 등 8개 방송사 8개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를 분석한 결과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모니터링 기간 동안 “방송사들의 저녁종합뉴스에서 약 850건에 가까운 보도를 방송했지만, 한 건의 보도에서도 수어통역은 등장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다.

지난 해 4월 강원도산불 당시 우리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상파를 비롯한 재난방송을 실시했던 방송사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 했었다. 재난방송에 수어통역 등 장애인 서비스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재난보도의 문제점을 거론하여 재난방송의 장애인 접근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장애인의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2020년)도 확보되었다.

이 예산을 바탕으로 올해 3월부터 KBS에 재난방송 대기인력(야간) 4명이 채용되었다. 대기인력은 하루 2인씩 야간(저녁 6시~다음 날 9시)에 대기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난방송 전문 수어통역사를 양성하기 위한 지역별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해 강원도 산불이후 재난방송 장애인 접근환경은 나아졌다. 그럼에도 이번 집중호우에서와 같이 필요한 때 수어통역을 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크다. 더욱이 KBS의 경우 야간대기 인력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수어통역을 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한순간이다. 재난은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과 연결된다. 재난상황에서 누구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올바른 정보이다. 그래야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이 재난보도에 수어통역 등 장애인 서비스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이번 집중호우에서 방송사들이 수어통역을 하지 않았다. 이는 방송으로서 역할을 망각한 것이다. 특히 KBS는 대기 수어통역 인력까지 있었음에도 수어통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비판받아야 할 지점이다.

따라서 우리 단체는 요구한다. 재난과 관련한 보도에 있어서는 무조건 수어통역 등 장애인의 접근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서비스 제공 유무를 방송인의 시각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의 시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런 입장에서 방송사들이 재난보도에서 적극적으로 수어통역 등 장애인 서비스 시행을 요구한다.

 

2020년 8월 12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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