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애가 깃든 예산 “의좋은형제공원” 그리고 주변 풍경 [상]
형제애가 깃든 예산 “의좋은형제공원” 그리고 주변 풍경 [상]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0.08.1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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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 실존 인물 이성만 형제의 우애를 소재로 만든 공원
극심한 가뭄에 물 빠진 저수지에서 효제비 발견돼 실화로 확인
주변에 예당호 출렁다리, 생태공원, 봉수산 수목원 등 볼거리 많아
대흥동헌, 천주교순교성지 등 역사 흔적도 함께 볼 수 있어

옛날 어느 시골에 의좋은 형제가 살았습니다. 형제는 같은 논에 벼를 심어 가을에 추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형제는 부지런히 벼를 베어 낟가리를 쌓고, 한 더미씩 똑같이 나누어 가졌습니다. 그날 밤 동생은 저녁을 먹고 나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벼를 형님과 똑같이 나누어 가졌지만, 암만해도 안 되겠어. 형님 댁에는 식구가 많거든. 옳지, 형님 몰래 갖다 드려야지.”
동생은 깜깜한 논으로 가서 형님의 낟가리로 벼를 옮겼습니다.
“자, 이만하면 형님이 더 많겠지?” 동생은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형님도 그날 밤에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암만 생각해도 잘못했어. 동생은 새로 살림을 시작했으니까, 드는 것이 더 많을 거야.”
형님은 밤중에 논으로 나가 자기 벼를 동생의 낟가리에 갖다 쌓았습니다.
“자 이만하면 살림에 도움이 될 거야.”

날이 밝아 형제는 논에 나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양쪽의 낟가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그 날 밤 형님과 동생은 서로 몰래 다시 논으로 가서 각자의 낟가리에 있는 볏단을 상대방의 낟가리에 쌓았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본 낟가리는 여전히 똑같았습니다.
“참 이상도 하다.” 형님과 동생은 암만 생각해도 까닭을 몰랐습니다. 다시 밤이 되자 형님과 동생은 몰래 논으로 가서 볏단을 또 나르기 시작하였습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 저 쪽에서 누가 옵니다. 우뚝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그 때 동생도 우뚝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이때 구름 사이로 달님이 환히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아니 형님이 아니십니까?” “아, 너였구나.”
이제야 벼 낟가리가 줄어들지 않은 까닭을 알았습니다. 형제는 볏단을 내던지고 얼싸안았습니다. 하늘에서 달님이 웃으며 보고 있었습니다.

과거 초등학교 국어책이 실린 “의좋은 형제” 이야기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이 글은 필자가 1966년 초등학교 2학년 때 국어책에 나온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1964년부터 2002년도까지 교과서에 실렸었다. 고려 말에 실존했던 이성만 이순 형제의 이야기다.

충남 예산에는 국내 최대 저수지로 알려진 예당호(둘레 40km)가 있다. 예당호에는 국내에서 제일 긴 출렁다리(402m)가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출렁다리는 야간에 형형색색 찬란한 조명으로 더욱 빛난다. 시시각각 무지개 빛깔로 변하는 LED조명이 환상적이다.

이 저수지는 예산과 당진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곳이다. 그래서 예당호라고 한다. 예당호는 내수면 어족자원이 풍부한 담수 생태계의 보고이며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소개할 “의좋은형제공원”은 이 예당호에 인접하여 있다. 예당호 출렁다리에서 호반길을 따라 남쪽으로 5km 정도 거리에 있다. 예산군 대흥면 상중리와 동서리다. 예당호 구역의 상당부분이 이 대흥면에 속한다.

면소재지인 동서리는 “의좋은형제마을”이라고도 한다. 공원에서 면사무소까지는 불과 300m에 불과한데, 공원 앞 도로가 상중리와 동서리의 경계를 이루고 있어 공원은 상중리에 속한다.

그리고 공원과 같은 마을인 상중리에는 공원에서 1.5km 거리에 봉수산 자연휴양림과 수목원이 있다. 봉수산은 삼국시대 백제가 멸망한 후에 부흥운동의 근거지가 되었던 임존성이 있던 곳이다. 지금도 성벽을 볼 수 있다.

봉수산 자연휴양림과 수목원에서 내려다보면 의좋은형제 마을의 풍경과 드넓은 예당호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위치 선정을 잘하면 멀리 출렁다리까지 볼 수 있다.

공원에서 동쪽으로 200m 정도만 이동하면 예당호 중앙생태공원이 잘 꾸며져 있다. 이 생태공원에서 시작된 데크로드는 호반을 따라 출렁다리까지 5.2km나 이어진다.

봉수산자연휴양림에서 내려다본 공원이 있는 마을과 예당호의 풍경
봉수산자연휴양림에서 내려다본 공원이 있는 마을과 예당호의 풍경 ⓒ소셜포커스
국내에서 가장 길다는 예당호 출렁다리와 호수 풍경(ⓒ사진=예산군청 홈페이지 홍보영상)

면사무소 바로 옆에 소재한 대흥동헌(충청남도유형문화재 174호) 건물도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흥동헌은 조선시대에 대흥면과 인근 3개 면을 한 고을로 한 대흥현의 관아 건물이다. 지금은 옛 건물이 다 없어졌지만, 1979년에 해체 복원된 동헌과 아문 2동이 남아 있다. 다만 옛 관아의 전체 모습은 의좋은형제공원에 안에 미니어처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대흥동헌 뒤뜰을 중심으로 대흥면사무소 주변과 상중리 동서리 마을은 과거 KBS에서 2007년 7월부터 2012년 2월까지 무려 5년 가까이 “산넘어남촌에는”이라는 전원드라마를 촬영했던 곳이다.

동헌건물 좌측 뒤쪽으로 천주교 대흥봉수산순교성지 형옥원이 꾸며져 있다. 형옥원은 죄인들을 가두고, 고신(拷訊 : 고문을 가하면서 신문함)과 형벌을 가하는 곳이다. 십자 형태의 거리 모습으로 조성된 형옥원의 마당에는 다양한 고신기구와 형벌을 집행하던 모습이 조형물과 설명 자료로 전시되어 있다. 순교자들을 가두었던 대흥관아 옥사 건물도 재현되어 있다. 1801년 천주교 신유박해 때 이곳에서 순교자들이 당했던 고초의 흔적들이다.

대흥동헌
대흥동헌 ⓒ소셜포커스
대흥동헌 뒤뜰 및 아문(관아 출입문), 안내판 ⓒ소셜포커스
천주교 대흥순교성지 형옥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천주교 대흥순교성지 형옥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이처럼 의좋은형제공원 주변에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그래서 공원 자체는 규모가 작지만 가족끼리 방문하여 아이들에게는 옛 정취와 함께 훈훈한 형제애를 느끼게 하면서 주변의 다양한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인구가 별로 많지 않은 시골(현재 대흥면 인구는 1천780명)에 소재하여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색다른 여행의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기록적인 가뭄이 계속된 1978년, 예당저수지 물이 빠지면서 이성만 형제의 효제비가 우연히 발견되었다. 이 비석은 1497년(연산군 3년)에 이성만ㆍ이순의 형제의 갸륵한 우애와 효행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 비에는 형제간 우애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부모를 섬기는 효성이 지극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로써 이 고장에 구전되어 오던 이야기 속의 “의좋은 형제”가 실존 인물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대흥면사무소 앞 소공원에는 이때 발굴된 형제의 효제비와 함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성만 형제의 이야기는 역사기록에도 등장한다. 세종실록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대흥 호장 이성만은 그 아우 순과 더불어 부모를 잘 섬겨 마음을 다하여 맛있는 음식으로 봉양했다. 매양 봄가을에는 술과 음식을 갖추어 잔치를 베풀고 그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는 형은 어머니의 무덤을 지키고 아우는 아버지의 무덤을 지켰다.”

이성만 형제 효제비 ⓒ소셜포커스
대흥면사무소 앞에 세워진 의좋은 형제 동상 ⓒ소셜포커스

공원에 들어서면 초가집 한 채를 만나게 된다. 아우의 집을 꾸며 놓은 곳이다. 방에는 엄마가 물레로 실을 뽑는 것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과 주변에 장독대가 보인다. 벽에는 농촌에서 추수 때 사용하는 농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마당 한쪽에는 연자방아가 놓여있다. 말이나 소의 힘을 이용하여 곡식을 찧거나 빻는데 사용한 도구이다.

공원은 조선시대 시골마을의 풍경을 주제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민속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옛날 생활 도구가 곳곳에 전시되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공원 안에는 형님네 집도 잘 꾸며져 있다. 형의 집은 ㄱ자형이다. 내부는 형제가 부모님과 함께 풍성한 상차림으로 식사하는 모습이 실물 크기로 꾸며져 있다.

집 마당에는 옛날에 사람이 발로 디뎌서 곡식을 찧었던 디딜방아가 놓여있다. 농부가 바지게를 지고 일어나는 모습과 소를 이용하여 쟁기질을 하는 모습도 옛 정취를 더하고 있다.

공원 입구에 꾸며진 아우네 집 ⓒ소셜포커스
공원 입구에 꾸며진 아우네 집 ⓒ소셜포커스
의좋은 형제의 주인공인 형님네 집 ⓒ소셜포커스

동생 집에서 형님네 집으로 건너가는 길은 작은 개울을 건너야 한다. 개울 양쪽의 풀숲에는 황새가 놀고 있는 모습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예산은 과거에 황새가 많이 서식했던 곳이다. 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는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전 세계적으로 2천5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형님네 집 옆으로는 운치 있게 꾸며 놓은 물레방아 시설과 함께 그네타기와 널뛰기를 할 수 있는 전통 놀이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물레방아 옆에는 대흥면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조성된 조형물이 병풍과 담장모형을 혼합하여 설치되어 있다. 다양한 문양이 전통미를 한껏 드러내고 있다.

형님네 집으로 건너가는 개울가의 황새
형님네 집으로 건너가는 개울가의 황새 ⓒ소셜포커스
물레방아와 전통 놀이 공간 ⓒ소셜포커스
물레방아와 전통 놀이 공간 ⓒ소셜포커스
대흥면의 역사를 소개하는 조형물 ⓒ소셜포커스
대흥면의 역사를 소개하는 조형물 ⓒ소셜포커스

공원 한쪽에는 옛 대흥현 관아 모습을 미니어처 전시해 둔 시설이 있다. 여기에서 옛날 대흥현의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공원의 저잣거리에서는 작년부터 매달 한 번씩 “의좋은 형제 장터”가 열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중단된 상태다.

공원 입구에는 비석거리가 있다. 이 비석들은 예당저수지 축조로 수몰되는 지역에 있던 비석들을 옮겨놓은 것이다. 율곡 이이의 친구로 개혁 주장을 폈던 대흥현감 유몽학의 선정비가 가장 오래되었다.(1578년 제작) 그 외 30여 개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비석 중에는 충청도 암행어사로 이름을 떨친 권영, 대동법 확정시행에 노력한 영의정 김육의 영세불망비도 있다. 조선시대 지방관으로 이곳에 와서 업적을 쌓았던 관리들의 공덕비가 많다. 1904년 일제의 황무지개척권 강탈시도에 반대상소를 하고 이를 규탄했던 이건하 선생 영세불망비도 있다. 이 고장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들이라고 한다.

미니어처로 꾸며진 대흥현 관아거리 ⓒ소셜포커스
비석거리의 모습 ⓒ소셜포커스
의좋은형제공원 근처에 조성된 예당호중앙생태공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의좋은형제공원 근처에 조성된 예당호중앙생태공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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