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브러지고 방치된 도심 속 공유 퀵 보드
널브러지고 방치된 도심 속 공유 퀵 보드
  • 양우일 객원기자
  • 승인 2020.08.24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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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도심 인도는 방치되어 널브러진 공유 전동 퀵 보드 천국
운영업체는 책임감 없고 이익 추구에 몰두, 지자체는 관리 감독 소홀
“이용자를 탓하기 전에 시스템을 개선하여 질서 있는 공유 시장으로 발전해야”
인도 여기저기에 무질서하게 세워져 있는 공유 퀵보드가 보행 환경을 방해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양우일 객원기자] =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는 서울의 도심 강남은 높은 습도를 품고 있어 찌는 듯한 더위였다. 평일 오후에 양재역에서 강남역까지 1시간을 걸었다. 속옷은 금방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평소 널브러진 공유 퀵 보드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던 경험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뜨거운 도로 위를 걸었던 목적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공유 모빌리티 이용현장을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함이었다.

지금 현재 이용되고 있는 현장을 자세히 들여 다 보면 올바른 공유를 위해 제안할 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현장 속에 답이 있다는 생각이다.

서울지하철 3호선 양재역 2번 출구에서 2호선 강남역 7번 출구까지 갔다. 서초구청 관할이었다. 다시 2호선 강남역 2번 출구에서 3호선 양재역 3번 출구까지 왔다. 강남구청 관할이었다.

공유 퀵 보드는 서초구역에 50여대 정도, 강남구역에 각 50여대 정도로 눈에 들어왔다. 양쪽 도로에 보이는 공유 퀵 보드를 합하면 100대 정도였다.

서초구 관할 인도에는 퀵 보드 주차 존이 4군데가 설치되어 있었다. 규모는 아주 작았다. 반면 강남구 관할 인도에는 퀵 보드 주차 존은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양편 도로에는 이미 이용된 퀵 보드는 인도 여러 곳에서 널브러져 있거나 방치 상태에 있었다.

운영업체가 가져다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는 퀵 보드가 질서정연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퀵 보드 존은 아니었다.

1시간 동안 관찰할 때 공유 퀵 보드 이용자 10여명 정도였다. 그 중 한 명을 빼고 전부 안전모를 안 쓰고 인도 위를 ‘퀵라니’처럼 칼치기 주행하며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종종 깜짝 놀라며 인도 위를 걷는 시민을 목격할 수 있었다.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도 가끔 경적을 울리며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서초구 인도나 강남구 인도에는 공용 자전거인 ‘따릉이’ 주차 존이 모두 설치되어 있었다. 자전거는 거치대에 질서정연하게 주차되어 이용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확연히 눈에 띠는 점은 질서정연한 공유 자전거 거치와 대비되는 엉망진창인 공유 퀵 보드 방치였다.

현재 공유 전동 퀵 보드는 자유업으로 분류되어 법인(法人)이면 누구나 영업할 수 있다. 자유업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면서 공적시설물인 도로를 임의로 점유한 채 사용하고 있다.

공유 퀵 보드 방치는 업체 책임이 명백하다. 그러나 “지자체가 제대로 관리 감독했다면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공유 퀵 보드는 라스트모바일 거리인 1.6km를 이용하는데 편리한 대체 이동수단이다. 퀵 보드는 이용자가 대여에서 반납까지 지정장소가 없이 자유롭게 이동을 한다. 이용자의 최종 목적지가 간선도로 부근 건물이건, 이면도로에 위치한 사무실이건, 주택가 집이건 간에 그 곳까지 이용하고 반납하면 끝이다. 이러다 보니 널브러지고 방치되는 공유 퀵 보드가 우리 일상에 깊게 자리 잡았다. 이런 퀵 보드는 미관 뿐 만 아니라 보행에도 지장을 주지만 차량 통행에도 방해를 주는 훼방꾼이 된다.

며칠 전 장마가 끝나고 여의도까지 라이딩을 했다. 장마에 쓸렸는지 진흙 속에 묻히고 한강 둔치에 띄엄띄엄 방치된 공유 퀵 보드 여러 대를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특성상 경제적이고 효율성을 고려해서 이동수단을 선택한다. 택시로는 가깝고 걷기에 너무 멀게 느껴지는 애매한 거리는 공유 퀵 보드를 이용하게 된다.

편리한 이용 뒤에 따라 오는 공유 퀵 보드의 방치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과거 은행 업무를 은행에서만 보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은행 내부는 아수라장이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무질서 사례로 주목되었다. 시민들의 질서의식에 대한 후진성을 나무랐다. 이 문제를 대기번호표라는 시스템으로 접근했다. 이 기계 하나로 대한민국 국민은 격조 높은 질서를 유지하는 선진 문화시민으로 인정받게 됐다

시스템을 개선하고 바꾸기 전에 이용자의 희박한 공유 개념을 먼저 탓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용자는 시스템 내에서 이용할 뿐이다. 물론 아닌 이용자도 있긴 하다.

공유 퀵 보드 운영시스템을 바꾸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개선사항을 살펴보자. 답은 양재대로 양편에 있는 공유 자전거 주차 존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양재대로의 인도는 사용하지 않는 공간은 수두룩했다. 그 곳을 잘 활용하면 된다.

첫째로 이용자가 편리하게 자주 이용하는 공간에 퀵 보드 주차 존을 많이 설치하자. 공유 퀵 보드 이용자 통계는 이미 빅 데이터에 쌓여 있으니 주차 존 선정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공유 퀵 보드 주차 존은 인도의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 공간을 활용하면 된다. 사용자 책임 원칙에 따라 퀵 보드 운영업체에 이용 수수료를 납부하게 하면 좋을 것이다.

두 번째는 공유 퀵 보드 주차를 반드시 주차 존에 해야 한다. 주차 존을 벗어나 방치한 퀵 보드 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자. 그러면 널브러지고 방치된 퀵 보드를 없앨 수 있다.

셋째, 공유 퀵 보드로 이동할 수 있는 구간을 바꾸자. 지금의 개인이 아무 곳에서 대여하고 아무 곳에다 반납했다. 이용구간을 공유자전거처럼 주차 존과 주차 존까지로 한정해야 한다. 그러면 이면도로나 주택가에 퀵 보드를 놔 둘 수 없다. 나머지 거리는 걷자. 건강에도 좋다. 주차 존을 벗어난 곳에 주차하면 이용자에게도 과태료를 징수하자. 업체의 관리소홀시 법에 의해 처벌해야 한다.

이용자의 안전주행 문제는 수없이 되새김해도 부족하지 않다. 12월부터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기에 이제는 비슷한 동종의 이동수단 중 갑의 지위에 놓인다. 퀵 보드는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갑질 주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

퀵 보드를 타고 인도와 자전거 도로에서 곡예를 부리며 칼치기 주행을 하거나 도로에서 퀵 라니처럼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는 주행은 금지해야 한다. 반드시 헬멧을 쓰고 안전 주행해야 한다.

시스템을 개선하여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공유를 통해 문화시민으로 탈바꿈하도록 해야 한다. 

공유 퀵보드 업체가 조성한 퀵보드 주차 구역 ⓒ소셜포커스
인도 여기저기에 무질서하게 세워져 있는 공유 퀵보드가 보행 환경을 방해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공유 퀵보드가 보행 환경을 방해하는 사례 ⓒ소셜포커스
공용 자전거 ‘따릉이’ 주차 구역의 자전거는 거치대에 질서정연하게 주차되어 이용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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