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애가 깃든 예산 “의좋은형제공원” 그리고 주변 풍경 [하]
형제애가 깃든 예산 “의좋은형제공원” 그리고 주변 풍경 [하]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0.08.26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볼거리 많은 공원과 주변 시설, 대부분 장애인 이용 고려치 않아
옛 관아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관아거리, 휠체어 접근도 불가
5년 동안 드라마 촬영했던 곳, 안내표지판 하나 없어
봉수산 무장애 숲길, 장애물 없는 길이 아닌 장애인 없는 길?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충남 예산군 대흥면에 의좋은형제공원이 있다. 이 공원은 고려 말 실존 인물 이성만 형제의 우애와 효성을 소재로 만든 테마공원이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는 과거 초등학교 국어책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주변에는 출렁다리와 낚시터로 유명한 예당호가 인접하고, 예당호중앙생태공원이 공원 바로 지척에 있다. 그 외에도 대흥 동헌, 천주교 봉수산순교성지, 봉수산자연휴양림과 수목원 등이 같은 마을에 소재하여 볼거리가 아주 많다.

의좋은형제공원과 그 주변 일대(상중리 동서리 교촌리)는 자연생태를 잘 보존하고 있다. 고유한 전통문화 계승 및 지역민의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하다. 이를 인정받아 2009년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국내 여섯 번째의 슬로시티다. 이곳은 ‘2013 경관우수마을 콘테스트’에서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의좋은형제공원은 2011년도에 개장하였으니 개장한 지 10년도 안 된 최신 공원이다. 그러나 이 공원을 조성하면서 장애인 등 이동약자의 이용 평등 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공원 내에 음수대가 있으나 단차로 인하여 휠체어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

관아거리에는 대흥현 시대 관아의 모습이 미니어처로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입구의 대문에는 석재로 된 2개의 문턱이 휠체어 통행을 막고 있어서 장애인은 출입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석재 문턱과 어색한 대문(대문이 지상에서 붕 떠있는 모습 등), 자갈을 뿌려놓은 마당 등이 옛 관아의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공원 내에 가로등을 설치하면서 하필이면 산책로의 한 중간에 박아놓았다. 평지임에도 휠체어 통행이 불가능하다.

주차장에서 소원쉼터로 통하는 길은 휠체어 통행을 고려하여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경계석의 단차로 정작 휠체어가 그 경사로는 이용할 수 없다. 반대쪽에서 들어올 때는 경사로만 보고 당연히 주차장으로 연결되어 있겠지 하고 무심코 들어오다가 갑작스런 단차를 만나 추락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휠체어가 앞으로 추락하면서 전복될 경우 사람의 머리가 땅바닥에 처박히는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주차장 한편에 소원터널이라는 이름으로 예쁜 터널을 꾸며 놓았다. 그러나 사방 어디에도 휠체어가 올라갈 길은 없다.

공원 내 음수대는 불필요한 단차로 인해 휠체어 접근이 어렵다.
공원 내 음수대는 불필요한 단차로 인해 휠체어 접근이 어렵다. ⓒ소셜포커스
관아거리 전시물이 있는 입구의 단차, 공중에 붕 떠 있는 대문 ⓒ소셜포커스
관아거리 전시물이 있는 입구의 단차, 공중에 붕 떠 있는 대문 ⓒ소셜포커스
산책로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가로등 ⓒ소셜포커스
산책로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가로등 ⓒ소셜포커스
경사로 끝의 단차는 매우 위험한 시설이다. ⓒ소셜포커스
경사로 끝의 단차는 매우 위험한 시설이다. ⓒ소셜포커스
휠체어 장애인의 접근을 가로막는 단차 ⓒ소셜포커스
휠체어 장애인의 접근을 가로막는 단차 ⓒ소셜포커스

관아거리 옆에는 원두막 및 벤치 등 넓은 휴식 공간 및 장터마당이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사방으로 둘러쳐진 경계석 단차로 인해 휠체어가 들어갈 통로는 없다. 자갈을 뿌려놓은 바닥은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의좋은형제의 마을과는 분위기가 어울리지도 않는다.

의좋은형제를 의미하는 우애화원으로 가는 길은 계단으로 되어 있어 휠체어는 갈 수가 없다. 왜 굳이 계단으로 해야 했을까? 곡선으로 길을 내더라도 경사로 형태로 조성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장애인에게 편리한 시설은 비장애인에게 더욱 편리한 법이다.

주차장에서 우애화원 쪽으로 바로 통하는 길이 있다. 잘못된 시공으로 단차가 발생하여 이동식 경사로로 설치해 두었다. 그러나 이는 휠체어용이 아닌 차량 진입용으로 바닥 쪽에 단차가 발생하여 휠체어 통행이 불편하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넓지도 않은 이 공원의 곳곳에서 차별을 받는다. 비장애인들과 일행이 되어 움직인다면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떤 회사가 시공하고, 어느 공무원이 감독을 하고, 준공을 해 줬을까?

필자는 딱 1년 전인 작년 8월에 이 공원을 방문했었다. 이러한 불편시설을 발견하고 국민신문고를 통하여 예산군에 시정을 요구했다. 그리고 예산군수로부터 불편시설에 대한 사과와 함께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시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1년이 넘은 아직까지 시정된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그리고 예산군 문화관광과에서는 이 공원의 시공회사가 세종시에 소재한 ‘동원종합건설’이라는 회신도 보내왔다. 이러한 회사가 또 다른 공공시설의 공사를 하지 않을지 염려된다.

휠체어 진입과 이동이 어려운 장터 마당 ⓒ소셜포커스
휠체어 진입과 이동이 어려운 장터 마당 ⓒ소셜포커스
장애인 통행금지 구역은 장애인 차별시설 ⓒ소셜포커스
장애인 통행금지 구역은 장애인 차별시설 ⓒ소셜포커스
휠체어용이 아닌 차량진입용 경사판 ⓒ소셜포커스
이동약자를 외톨이로 만드는 통행로 단절 ⓒ소셜포커스
이동약자를 외톨이로 만드는 통행로 단절 ⓒ소셜포커스

공원구역 바로 옆에는 슬로시티 방문자센터가 있다. 마당은 모두 자갈이 깔려 있다. 입구에서 건물 앞까지의 통로는 판석을 깔아 요철이 발생한다. 그리고 건물 입구에는 턱이 하나 가로막고 있다. 모두가 이동약자에게 치명적인 불편시설이다. 휠체어 장애인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 같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고 말았다.

1998년도에 제정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공원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공원 안의 보도는 장애인 등이 통행할 수 있도록 설치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리고 시행규칙에서 편의시설의 구조와 재질 등에 대한 세부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예산군은 이러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 같다.

이 모든 시설이 부실시공이자 장애인에게는 차별시설이다. 장애인이 이용하는데 비장애인과 같은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지 못한다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도록 규정한 차별행위에 속한다.

슬로시티 방문자센터 마당과 통행로 ⓒ소셜포커스
슬로시티 방문자센터 마당과 통행로 ⓒ소셜포커스
슬로시티 방문자센터 건물입구 ⓒ소셜포커스
슬로시티 방문자센터 건물입구 ⓒ소셜포커스

‘의좋은형제공원’에서 면사무소에 이르는 거리에는 가게집과 우체국, 동헌건물, 초등학교, 보건지소 및 의좋은형제상 등 건물과 시설물이 있다. 이들은 마을풍경과 함께 과거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산너머남촌에는”이라는 KBS 드라마 촬영배경이 되었던 장소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그러한 사실을 안내하는 표지판은 발견되지 않았다. 요즈음 지자체들은 자기 고장에서 드라마나 영화 등 단 하루만 촬영배경이 되어도 이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곳이 많다. 그런데 무려 5년 가까이 드라마 촬영의 배경이 되었음에도 안내표시 하나 발견되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쉬웠다.

공원에서 면사무소 옆의 동헌 건물에 이르는 골목의 각 담장에 그려진 농촌의 풍속화가 매우 정감 있게 다가왔다.

공원을 나와 동헌 건물 쪽으로 향하는데 낯익은 가게집이 하나 보였다. “산너머남촌에는” 드라마에서 은자네가 동네 입구에서 구멍가게를 하던 곳이다. 드라마에서 자주 봤던 풍경이라 처음 봤는데도 정감 있게 다가왔다. 드라마에서 거의 매회 등장하던 가게집이다.

지금은 느린손공방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전통미를 엿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구경도 하고 살수도 있지만 휠체어가 들어갈 통로는 없었다.

대흥우체국 건물도 드라마에서 자주 봤던 건물이다. 극중에서 영곤이 우체국장으로 정미가 직원으로 근무했던 곳인데 이들은 나중에 시숙과 제수씨가 사이가 되었다.

정감 있게 다가오는 골목길 담장 벽화 ⓒ소셜포커스
정감 있게 다가오는 골목길 담장 벽화 ⓒ소셜포커스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하는 은자네 가게집 ⓒ소셜포커스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하는 은자네 가게집 ⓒ소셜포커스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하는 대흥우체국 ⓒ소셜포커스
드라마 배경으로 등장하는 대흥우체국 ⓒ소셜포커스

면사무소 바로 옆에 소재한 대흥동헌 건물의 뒤뜰도 드라마 촬영공간이었다. 대흥동헌은 건물 자체만으로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옛 대흥현 관아의 분위기를 일부나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동헌 건물을 둘러보려고 아문을 들어서니 대문과 마당 사이의 넓지도 않은 배수로가 휠체어 통행을 가로막는 바람에 들어갈 수가 없다. 모두가 현대에 와서 재건축한 것인데, 왜 하필 이런 구조인가? 이런 구조는 처음 본다.

배수로의 폭은 30cm도 안 되어 작은 널빤지 하나만 걸쳐놓아도 될 텐데…. 너무 아쉬웠다. 그대로 돌아 나오려 하니 야속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담장 동편에 나 있는 샛문으로 들어가려 하니 이번에는 정문(아문)에도 없는 문턱이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시설을 그대로 두는 것도 법령에서 규정하는 장애인 차별행위에 속한다.

하필 사람 통행로에 배수로를 ⓒ소셜포커스
하필 사람 통행로에 배수로를 ⓒ소셜포커스
이동약자 통행을 가로막는 단차 ⓒ소셜포커스
이동약자 통행을 가로막는 단차 ⓒ소셜포커스

의좋은형제공원에서 호수 쪽으로 약 200m만 이동하면 예당호중앙생태공원이 나온다. 생태공원은 제법 넓은 공간에 나무를 이용한 산책로와 휴식공간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공중 데크로드 아래는 연꽃 천지다. 예산의 명품 사과를 소재로 한 조형물도 인상적이다.

휠체어로 데크로드를 통행하는데도 대체적으로 무난하다. 그러나 경사진 부분에는 모두 심한 요철이 발생하여 휠체어 통행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눈비가 올 때 미끄럼을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구조상으로 볼 때 미끄럼방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다른 대안도 많은데 왜 굳이 이런 시공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무장애 시설을 염두에 두고 시공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실제 장애인의 입장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것 같아 더욱 답답하다.

예산의 명품 사과를 형상화한 조형물 ⓒ소셜포커스
예산의 명품 사과를 형상화한 조형물 ⓒ소셜포커스
휠체어 통행을 어렵게 하는 노면의 요철 현상 ⓒ소셜포커스
휠체어 통행을 어렵게 하는 노면의 요철 구조물 ⓒ소셜포커스
요철이 없이도 미끄럼 방지 기능을 갖춘 경사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소셜포커스
요철이 없이도 미끄럼 방지 기능을 갖춘 경사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소셜포커스

의좋은형제공원과 같은 마을에 있는 봉수산 자연휴양림과 수목원의 각종 시설도 장애인의 이용을 고려하지 않는 부분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매우 위험한 구조물도 많다. 대부분 조금만 인식을 바꾸면 개선될 수 있는 일이라서 관계 공무원들이 더욱 원망스럽다.

봉수산 자연휴양림 안내 자료에 무장애숲길이 표시되어 있어 가보려고 했다. 그렇지만 휴양림 주변에는 무장애숲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를 발견할 수 없다. 관리사무소에 문의하여 설명해준 대로 찾아가려 했지만 길이 너무나 가파르다.

전동휠체어가 힘에 부치는지 갑자기 시동이 꺼져버렸다. 가파른 언덕길 한가운데서 한참을 위험한 상태로 정지해 있다가 간신히 시동을 걸어 그대로 되돌아 왔다. 무장애숲길은 휠체어가 입구까지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기 무장애숲길은 장애물 없는 숲길이 아니라 장애인이 없는 숲길이 되어버린 듯하다.

예산군 공무원들에 대한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시급히 필요할 것 같다. 장애인복지법 제25조에 따르면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장은 매년 의무적으로 소속 직원들에게 1회 이상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을 하더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우선 공원 및 관광시설과 관계된 직원들에게 장애인식개선교육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봉수산 자연휴양림은 관리사무소 입구부터 이동약자의 접근이 어렵다. ⓒ소셜포커스
봉수산 자연휴양림은 관리사무소 입구부터 이동약자의 접근이 어렵다. ⓒ소셜포커스
휴양림 내 숙박시설...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데 작은 관심이면 충분하련만... ⓒ소셜포커스
휴양림 내 숙박시설...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데 작은 관심이면 충분하련만... ⓒ소셜포커스
자연휴양림 휴양시설의 단차 ⓒ소셜포커스
장애인의 진입과 통행을 가로막는 수목원 시설 ⓒ소셜포커스
장애인의 진입과 통행을 가로막는 수목원 시설 ⓒ소셜포커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