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터 취업까지 '원패스(One-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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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8.26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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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점프-업 클래스 3기 제과제빵 클래스의 마지막 수업을 가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가르치는 강사가 꿈이에요!"
지난 14일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위캔센터를 찾았다. 커리어 점프-업 3기에 선발된 교육생들은 사회적기업 '위캔'의 제과제빵사가 되기 위해 한달간 수업을 받았다. 면접 과정을 통해 최종 선발된 교육생들은 위캔에서 3개월 간의 인턴과정을 거치게 된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발달장애인 교육생들의 열정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곳. 지난 14일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위캔센터를 찾았다.

'위캔'은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재활과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SK이노베이 션과 한국장애인재단이 함께하는 커리어 점프-업 클래스 3기 연계기관으로 선정되어 파티셰를 꿈꾸는 발달장애인 실습생들과 1개월간 20회차에 걸쳐 수업을 진행했다.

이날 마지막 수업에서 교육생들은 그간 갈고 닦은 실력으로 부모님께 선물할 케익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

수업 현장을 들여다보기 위해 실습실로 들어서려는데 입장 절차가 꽤나 까다롭다. 실습복, 헤어캡,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에어샤워, 손씻기, 손소독까지 마치고나서야 발을 들일 수 있다.

위생관리가 철저하다고 말하자 관리자는 "위캔은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업체예요. 위생관리가 항상 최우선입니다"라고 답한다.

손소독제 분사기와 에어샤워실. 해썹인증업체인 위캔의 실습실에 들어가려면 4단계의 위생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소셜포커스

해썹은 식품 원재료 생산부터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위해요소가 식품에 혼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위생관리 시스템이다. 위캔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이 해썹 시스템에 대해 이해하고 위생관리 과정을 숙지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과 위생교육에 많은 공을 들인다.

교육생들은 본격적인 실습에 들어가기 산업안전보건법과 위생관리 교육을 받았다. (사진=위캔커리어스쿨 밴드)

위캔은 이번 3기에서 20명의 교육생을 선발했다. 이들은 3개 조로 나뉘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조마다는 메인강사와 보조교사, 총 2명의 강사가 배치됐다.

"각자 만들고 싶은 케익 모양을 생각해오라고 했었죠? 어떤 케익 만들고 싶어요?"

강사의 질문에 교육생들의 대답이 쏟아져나온다. 메인강사가 시범을 보이고 보조교사는 교육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진도를 파악한다. "아주 잘하고 있어요!" "OO씨 뭐가 어려운가요?" 아낌없는 격려에 학생들의 손짓도 더욱 경쾌해진다.

교육생들과 보조강사가 메인강사의 시범을 지켜보고 있다. ⓒ소셜포커스

각자 케익 만들기에 열심인 교육생들 사이에 수시로 사진을 찍고 무언가를 기록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위캔 커리어 스쿨의 '관찰교사'들이다. 이들은 실습생들을 관찰하며 일지를 쓰고 이를 데이터화한다. 완성된 데이터는 인턴 채용 과정에서 참고자료로 쓰인다.

"직무 능력만 뛰어나다고 무조건 채용하는 건 아니에요. 수업 참여도와 태도, 다른 사람들과 지내는 모습들을 보고 성실성과 사회성도 평가합니다."

그렇다면 위캔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다른 제과제빵 프로그램과 무엇이 다를까?

교육생들이 면접과 사회성에 대한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위캔커리어스쿨 밴드)

"복지시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체험의 의미가 큽니다. 저희도 작년에는 직업체험 개념 으로 '위캔스쿨'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채용공고는 따로 냈어요. 그런데 올해는 한국장애인재단이랑 SK이노베이션과 협력하면서 이론교육부터 면접 교육, 인턴 과정, 최종 취업까지 보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 곳에서 교육부터 채용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1조가 가장 먼저 케익을 완성했다. 3기 수업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학생은 박수완 씨(23세). 수완 씨가 만든 케익은 당장 베이커리 쇼케이스에 들어간다 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가장 자신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단팥빵과 마카롱이다.

행동은 약간 느리지만 성실하고 배려심이 많다던 수완 씨는 위캔에서 일하며 실력을 쌓아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가르칠 수 있는 제과제빵 강사가 되고싶다고 말한다.

수완 씨가 사는 곳은 서울 양천구이다. 위캔센터까지 2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한 달 내내 왕복했다. 그럼에도 센터가 멀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수완 씨는 고개부터 젓는다.

박수완 교육생이 직접 만든 케익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위캔커리어스쿨 밴드)

"거리는 멀지만 배우는 게 재밌어서 힘들지 않았어요! 빵을 만들어가면 부모님도 잘했다고 칭찬해주시고, 제가 원하는 일을 하니까 좋아하세요."

위캔스쿨의 숨은 주역은 바로 한솔제과제빵학원의 하현주 강사다. 한솔제과제빵학원은 위캔과 업무협약을 맺고 발달장애인 파티셰를 배출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취업을 목표로 발달장애인 학생들을 가르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하현주 강사는 수업 수준 을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하는지 걱정이었다고 한다.

한솔제과제빵학원 하현주 강사. ⓒ소셜포커스

"교육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수업 내용을 단순화하려고 선생님들과 함께 노력했어요. 하지만 우려와 달리 교육생들이 정말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습니다. 간혹 진도를 따라오기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런 친구들과 발맞춰가는 것이 교사의 임무이기 때문에 힘들다고 느껴본 적은 없습니다."

그녀에게 위캔에서 일하게 될 첫 제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모습 그대로 성실하게 일하기를 바라요. 누가 잘하고 못하고는 비장애인들도 마찬가지잖아요? 자기 일에 성실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마지막 수업을 함께 참관하던 사업 담당자, 한국장애인재단 서지민 주임은 학생들의 열정적인 수업태도와 완성도 높은 결과물에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잘하는 학생들에게 취업을 보장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며 안도한다.

"지난 기수까지는 고용처에서 교육을 담당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교육 진행 후 취업을 연계했 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교육생들이 교육받은 내용과 관련이 없는 곳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 교육의 전문성과 안정적인 취업 연계를 위해서는 확실한 고용처가 있어야 했어요."

그 사이의 다리가 되어준 것은 SK이노베이션의 임직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임직원들이 급 여의 1%를 기부해 모인 금액만큼의 액수를 더해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커리어 점프 -업 클래스 또한 이 기금으로 운영된다.

"이번 3기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발달장애인 고용 의사가 있는 기업체에서 교육과 채용이 한 번에 이루어지게 된 것입니다."

한국장애인재단과 위캔의 오작교, SK이노베이션의 김지우 과장에게 발달장애인 고용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일하려는 의지가 있어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요. 개개인의 욕구와 특성에 맞는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민간기업, 특히 공익적인 성격을 띠는 사회적 기업들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취업 수요를 정부가 다 수용할 수도 없고, 다양한 직무를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현재 한국장애인재단과 SK이노베이션은 직무교육, 고용연계 뿐만아니라 발달장애인 신직무 발굴도 함께하고 있다. 이번 3기는 고용 유지를 위한 바리스타 교육과 취업 연계를 위한 4 개의 교육으로 구성된다. 4개의 교육에는 장애인식개선 인형극, 재생종이 접기·디자인, 이동보조기기의 세척 기술을 배우는 휠마스터, 그리고 위캔의 제과제빵 교육이 포함된다.

"현재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직무로는 '발달장애인 모델'이 있습니다. 특수학교와 같은 곳을 찾아가보면 모델 활동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많아요. 이번 3기처럼 취업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국내 유수의 매니지먼트사, 에이전시들과 협력할 계획입니다."

커리어 점프-업 3기 제과제빵 클래스 교육생들과 교사진의 단체사진. (사진=위캔커리어스쿨 밴드)

We can!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선물하는 커리어 점프-업 클래스는 내년 좀 더 풍성한 프로 그램으로 4기 교육생들을 찾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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