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향기 가득했던 ‘푸른수목원’
봄꽃 향기 가득했던 ‘푸른수목원’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0.09.0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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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항동에 위치한 서울시 최초의 시립수목원
수생식물원, 식용식물원 등 25개 테마원으로 구성
숲교육센터 및 체험텃밭 등 활용한 생태학습장
요철구간 거의 없는 탐방로… “이동약자 이용 편리”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서울의 서남쪽 끝자락 구로구 항동에 위치한 푸른수목원은 서울시 최초로 조성된 시립수목원이다.

예전 구로구 항동 일대는 무허가 건물과 판자촌이 즐비하고 공단이 밀집했던 지역이다. 서울시는 이곳에 서울의 녹지감소를 해결하고 식물자원을 보존하여 생태 및 휴식공간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자 수목원을 조성했다. 건설과정에서 시민들의 제안을 받아 가든 개념을 도입하였으며, 2009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2013년에 개장했다.

수목원은 약 10만㎡의 규모로 항동저수지와 어울리는 약 2천400종의 식물 52만 여주가 식재되어 있다. 그리고 수생식물원, 식용식물원, 야생식물원, 장미원, 원예 체험장 등 25개 테마원을 구성하고 있다.

수목원이 일반 주민들에게는 공원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일반 공원이나 유원지와는 다른 점이 있다. 근거법령도 다르다. 공원은 공원녹지법을 따르고 수목원은 수목원정원법을 따른다.

수목원은 식물자원의 연구 및 보존과 함께 일반에게 교육 및 문화공간 등으로 개방하는 녹지공간이다. 공원이 공중의 휴식·위락 등을 위한 목적이라면 수목원은 교육 및 연구 목적이 강하다.

그래서 푸른수목원도 작은도서관인 북카페와 숲교육센터 등 교육컨텐츠의 활용을 통해 가드닝프로그램(Gardening Program)과 생태학습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학습장인 만큼 수목원에는 하찮아 보이는 풀 한 포기에도 모두 명찰을 달고 있다.

경기도의 어느 수목원에 취재를 갔을 때 관계자는 우리 시설은 수목원인데 왜 자꾸 공원과 연결시키느냐고 못마땅해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시설 종사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는 공원이나 수목원이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수목원도 공원사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관리한다. 푸른수목원은 서울서부공원녹지사업소 공원운영과 소속이다. 다만 모든 수목원은 법적 기준을 갖추어 산림청에 등록이 되어야 한다.

수도권 지하철 1호선과 7호선의 온수역에서 내리면 950m 거리에 수목원 후문이 있다. 전동휠체어로 이동하기에 크게 먼 거리는 아니며, 이동경로에 장애물도 없다.

독립된 홈페이지는 없지만 푸른수목원을 검색하면 “서울의 산과 공원” 사이트 내 푸른수목원으로 연결된다. 영상자료가 포함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장애인에 대한 접근로 안내는 좀 부실하다. 위치안내에서 “오시는 길”을 클릭하니 네이버지도와 연동되는데, 엉뚱하게도 인천항 어느 부두로 연결되었다.

대중교통 접근방법을 안내하면서도 구로07번 마을버스만 소개되어 있다. 마을버스는 저상버스가 없어 휠체어 장애인의 이용이 어렵다. 공원 주변에는 여러 곳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으며, 56-1, 660, 6614, 6615번 저상버스 이용도 가능하다. 이러한 정보도 제공되어야 휠체어 장애인도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게다. 공원 관계자들의 좀 더 성의 있는 관리가 아쉽다.

지난 5월 하순에 방문했던 수목원은 늦봄에 제철을 만난 갖가지 꽃들이 화려한 자태를 경쟁하고, 원근에서 날아온 상큼한 향기로 가득했다. 푸른수목원은 수목원이 아니라 화목원이나 화초원으로 불러도 될 만큼 꽃이 많았다.

천지를 진동하는 밤꽃 향기는 수목원과 인접한 천왕산에서 날아왔다. 수목원 건너 눈앞에 펼쳐진 천왕산은 밤나무 꽃이 산 전체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밤꽃 철에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다.

수목원의 후문입구 ⓒ소셜포커스
수목원 내부의 그림지도 ⓒ소셜포커스
제철을 만난 5~6월 수목원의 화목(花木)들 ⓒ소셜포커스
제철을 만난 5~6월 수목원의 화목(花木)들 ⓒ소셜포커스
수목원 건너 천왕산의 밤나무 꽃 풍경 ⓒ소셜포커스
수목원 건너 천왕산의 밤나무 꽃 풍경 ⓒ소셜포커스

전동휠체어를 타고 간 필자는 지하철 온수역에서 내려 후문으로 들어갔다. 수목원 후문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장미원을 만나게 된다. 장미원은 장미 철 외에는 꽃을 보기 어렵지만 기하학적으로 조성된 화단과 분수대 및 하얀색 육각구조물이 인상적이다.

장미원을 지나면 동화나라에 온 것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공간이 있다. 어린이정원이다. 모든 시설물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체험과 발견 및 오감활용을 통해 자연과 식물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환경윤리 의식을 키워주며 식물과 인간이 상호 연결되었음을 교육하는 공간이다.

어린이정원을 나와 다시 장미원을 거쳐 중심부 쪽으로 이동하면, 시리마루라는 조망원이 나온다. 장미원과 저수지 등을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자연의 그늘 아래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잠시 명상에 잠겨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조망원의 진입로는 돌계단으로 되어있어 휠체어 이용자 등 이동약자에겐 접근할 수 없는 차별시설이다. 탐방로에서 그리 높지 않은 지형이므로 조금만 신경을 쓰면 충분히 경사로 구조가 가능함에도 배려가 없어 너무 아쉽다.

장미원의 풍경 ⓒ소셜포커스
장미원의 풍경 ⓒ소셜포커스
어린이정원의 풍경 ⓒ소셜포커스
어린이정원의 풍경 ⓒ소셜포커스
장애인 접근권 보장이 아쉬운 조망원의 진입로 ⓒ소셜포커스
장애인 접근권 보장이 아쉬운 조망원의 진입로 ⓒ소셜포커스

조망원에서 내려오면 저수지 주변으로 야외학습장과 수생식물원, 도시농업정원, 습지원, 등 수변친화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수생식물원은 저수지 가장자리 수면 위로 데크로드를 형성하고 있으며, 데크로드 아래로 연꽃을 비롯한 다양한 수생식물을 내려다보며 관찰할 수 있다. 가끔 개구리 울음소리도 들리고, 오리가 자맥질하는 풍경도 볼 수 있다. 무성한 갈대숲 사이로 다양한 어류와 양서류, 곤충류, 조류들이 공생하는 친환경 공간으로 도심 속에서 생태섬(Eco-Island)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수생식물원과 도시농업정원을 지나 정문 쪽으로 이동하면 잔디광장과 방문자센터, 북카페, 가든카페가 모여 있다.

저수지 주변으로 꾸며진 수생식물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저수지 주변으로 꾸며진 수생식물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탐방로 곳곳에서 만나는 원두막 휴게시설은 주변 단차가 없어서 좋다. ⓒ소셜포커스
탐방로 곳곳에서 만나는 원두막 휴게시설은 주변 단차가 없어서 좋다. ⓒ소셜포커스

여기에서 방향을 꺾어 북동쪽으로 이동하면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두 줄로 길게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로 다양한 테마원이 구성되어 있다. 향기원, 암석원, 야생화원, 미로원, 억새원 등이 이어진다. 영국정원과 프랑스정원도 보인다.

향기원(Herb Garden)은 꽃향기와 흙냄새로 오감을 만족시키는 다양한 종류의 허브, 약용 또는 식용식물 등으로 식물의 신비감을 한층 더 높인 곳이다.

암석원(Rock Garden)은 고산지역의 식물과 돌을 옮겨 놓은 것 같다. 식물 위주의 정원양식에서 벗어나 부숴서 흩어 놓은 돌들과 함께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키 작은 초본류와 관목류를 심어 주변 지역보다 아기자기한 모습을 띠고 있어 관람객의 시선을 한껏 끌어 모으기도 한다.

야생화원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을 다양하게 섞어 심었다. 봄, 여름, 가을로 제철을 찾아 알아서 꽃을 피우는 야생화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야생화원 옆에는 미로원이 꾸며져 있다. 세균 번식을 억제하고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피톤치드의 향이 그윽한 서양측백나무를 주로 심었다. 상록수를 심어 사시사철 초록빛 공간이다. 아이들의 모험심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원형의 미로를 구성했다.

미로원 옆으로 이어지는 억새원과 영국정원은 같은 주제의 테마원 처럼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억새원(Grass Garden)은 우리나라 산야의 들판을 재현해 놓은 곳으로 볏과, 사초과 식물의 다양한 품종을 섞어 심어 마치 들판 언저리에 서 있는 듯 한 느낌을 준다. 우리에게 고향의 정취와 서양식 정원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같다.

영국정원(English Garden)에도 억새가 이어진다. 자연풍경을 소재로 한 정원의 소박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한낮에 한가로이 연인과 함께 커피 한 잔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가 아닐까 싶다.

메타세쿼이아가 곧게 뻗은 풍경 ⓒ소셜포커스
메타세쿼이아가 곧게 뻗은 풍경 ⓒ소셜포커스
향기원과 야생화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향기원과 야생화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편백 향기 가득한 미로원 ⓒ소셜포커스
억새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억새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자연풍경의 영국정원 ⓒ소셜포커스
자연풍경의 영국정원 ⓒ소셜포커스

원예체험장(Gardening Area)은 나무 아래에 여러 개의 미니텃밭을 마련해 놓았다. 숲속에서 다양한 원예작물을 키우는 것을 체험하도록 만든 공간이다. 이곳에서 어린 자녀들과 함께 식물을 재배하면서 자연의 신비감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수목원의 북동쪽 끝자락엔 유리온실로 지어진 KB숲교육센터가 있다. KB금융그룹의 후원을 받아서 지었다. 초승달 모양의 유리온실은 체험형 생태교육공간이다. 세계 각지의 유용자원 식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다만 교육센터로 연결된 통로의 노면은 요철구조로 되어있어 휠체어 통행에 불편을 주는 점이 아쉽다.

여기에서 다시 정문으로 되돌아 나올 때는 수목원의 중앙부 쪽으로 방향을 잡아 무궁화원, 단풍나무원, 침엽수원, 활엽수원 등을 거쳐야 바른 코스다. 이곳에는 각 주제원별로 아담한 공간에서 다양한 수목들이 명찰을 달고 조화를 이루면서 방문객들에게 저마다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목본식물보다는 초본식물이 많은 이 공원에 수목원이라는 간판을 붙일 수 근거가 바로 이곳에 있는 것 같다.

이 수목원은 지형 구조에 맞춰 가장 중심부에 해당하는 곳에는 식용식물원과 계류원이 배치되어 있다.

계류원은 이 수목원의 중심부를 가로질러 흐르는 실개천의 물이 저수지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모여 쉬었다가 들어가는 웅덩이다. 습지 위에는 나무판재로 산책로와 휴게공간이 꾸며져 있어 다양한 습지식물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미니텃밭으로 꾸며진 원예 체험장 ⓒ소셜포커스
미니텃밭으로 꾸며진 원예 체험장 ⓒ소셜포커스
숲교육센터 ⓒ소셜포커스
숲교육센터 ⓒ소셜포커스
계류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계류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수목원의 산책로는 대부분 휠체어도 잘 다닐 수 있도록 넓고 단차가 없이 잘 조성되어 있다. 다른 곳 다수의 공원에서는 탐방로 중간 중간의 노면이 페빙스톤에 의한 요철구간으로 휠체어 및 유모차 통행에 불편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수목원은 이러한 구간이 거의 없다. 다만, KB숲교육장 진입로 노면의 요철구간이 좀 거슬린다.

그리고 몇 군데 도랑을 건널 때 징검다리에 의한 단절현상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수의 공원시설 등에서 도랑을 건널 때 만나는 자연석 징검다리는 운치를 더하기 위한 의도로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의도는 휠체어나 유모차는 더 이상 이동이 불가능한 차별시설이 되고 만다. 운치 있게 보이는 징검다리는 이동약자를 갑자기 외톨이로 만들어 버린다. 운치를 살리면서도 누구에게나 통행을 보장하는 방식의 대안은 얼마든지 많다. 이동약자를 배려하는 인식개선이 중요하다.

수목원 내 일부 구간에서 발견되는 장애인차별시설 ⓒ소셜포커스
수목원 내 일부 구간에서 발견되는 장애인차별시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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