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 제한 "합헌" 결정
헌재,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 제한 "합헌" 결정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9.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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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방송 수어 의무화 청구도 기각... "이미 시각장애인 선거정보 획득 수단 다양하다" 판단
재판관 6:3 의견 갈려 "국어나 시각정보 이해 낮은 농인... 적어도 TV 수어방송은 의무화해야"
헌법재판소가 점자형 선거공보의 면수를 책자형 선거공보 면수 이내로 제한하는 것과 선거방송에서 수어방영을 재량사항으로 정한 공직선거법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점자형 선거공보의 면수를 책자형 선거공보 면수 이내로 제한하는 것과 선거방송에서 수어방영을 재량사항으로 정한 공직선거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시각장애인 김○○씨는 점자형 선거공보의 면수를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로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제65조 제4항으로 선거권 및 평등권을 침해받았다며 2017년 7월 21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또한 같은날 청각장애인 김△△씨와 함▲▲씨도 선거방송에서 한국수어 자막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지 않은 공직선거법 제70조 제6항, 제71조 제3항, 제72조 제2항, 제82조의2 제12항으로 인해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아직까지 소극적인 헌재... 찬성 측 "점자 선거공보 작성 의무화, 바코드 표시 규정만 해도 상당히 개선된 입법, 시각장애인 선거정보 획득 수단 다양하다"

하지만 헌재는 이들의 손을 들어주지않았다. 점자가 일반 활자에 비해 출판시설이 부족하고 점역ㆍ교정사의 수도 충분하지않아 출판물의 양이 현저히 적기 때문에, 선거공보조항이 일부러 시각장애인 김 씨(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2015년에 공직선거법 제65조 제4항 단서를 개정해서 대통령선거 등에서 후보자나 정당이 의무적으로 점자형 선거공보를 작성하거나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를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공직선거법 제65조 8항에 따라 점자형 선거공보에 반드시 핵심적인 내용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시각장애인이 선거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구안은 6대 3으로 기각됐는데, 이선애ㆍ이석태ㆍ김기영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주장했다.

이들은 "점자는 일반 활자에 비해 글씨 크기 조절이 불가능하고, 자음과 모음 하나하나를 독립적인 글자로 표시해야되기 때문에 일반 활자와 동일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약 2.5배 내지 3배 정도의 면수를 필요로 한다"며 "점자형 선거공보를 책자형 면수 이내로 제한할 경우 불가피하게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의 상한을 늘린다고 하여 후보자에게 더 많은 면수의 점자형 선고공보를 제작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아닌 점과 시각장애인에게 점자형 선거공보 우편 발송, 선거공보 전자파일 다운로드 등 다양한 수령방법을 제공하고, 그 중 자신에게 용이한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면 제반 시설ㆍ인력 및 비용 부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7조 제3항은 후보자ㆍ정당에 대하여 "장애인에게 후보자 및 정당에 관한 정보를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전달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점자법 제5조 제3항은 "공공기관 등에 대하여 시각장애인이 요구하는 경우 일반활자 문서를 동일한 내용의 점자 문서로 제공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ㆍ발송 비용이 시각장애인의 선거정보 취득을 희생해야 할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대의견을 내놓은 재판관 3명은 "시각장애인에 대해 '후보자ㆍ정당에 관한 정치적 정보 및 의견'에 대해 알 권리를 내포하는 선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헌법적 의의"라며 "선거공보조항에 의해 침해되는 공익과 시각장애인이 입는 불이익이 현저한 반면,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ㆍ발송 비용 등은 국가적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렵다 할 수 없으므로, 현행 선거공보조항은 공평하지 못하다"라고 판단했다.

6:3으로 의견 갈려, 결국 기각... 반대 의견 "수어ㆍ자막방송 의무화로 과다한 비용 지출하거나 보도ㆍ편성 및 선거운동의 자유 해친다고 보기 어려워"

헌재는 선거방송에 수어ㆍ자막이 없는 것이 선거권과 평등권 침해라는 헌법소원청구 또한 기각했다. 

선거방송을 제작하는 방송사업자 등이 한국수어ㆍ자막조항을 할 수 있는 인력, 장비 및 기술수준 등을 갖출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수어ㆍ자막 편성이 결정된다는 점과 이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할 경우 선거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될 수 있고, 방송사업자의 보도편성 자유와 후보자 정당의 선거운동 자유를 제한할 수 있기에 재량사항으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방송법」,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그 하위규범을 통해 청각장애인에 대한 선거정보 제공 의무화가, 특히 자막방송의 경우 상당 부분 구현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행 「장애인방송고시」에 따라 선거방송 중 후보자 연설, 대담ㆍ토론회는 반드시 폐쇄자막방송을 해야하며, 「장애인복지법」 제22조,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방송국의 장 등 민간 사업자에게 수어, 폐쇄자막을 방영하도록 요청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방송영상의 중요한 부분을 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수어방송의 편성비율이 낮게 정해진 것이고, 이를 개선하기위해 수어영상 크기 및 위치 조정, 삭제가 가능한 한국스마트수어방송 또한 2014년 개발되어 2019년부터 실시하고 있다는 점도 제기됐다. 적어도 최근 전국단위 주요 선거에서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대담ㆍ토론회 방송은 100% 수어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청구안에도 이선애ㆍ이석태ㆍ김기영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들었다. 

청각장애인 중에는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여 국어를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2016년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에 의해 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공용어 자격을 가지게 됐고, 청각장애인은 시각적 방법 또는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이나 인쇄매체ㆍ인터넷언론사의 보도를 통해서 선거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기에, 보편적 매체인 텔레비전 선거방송에서만큼은 수어ㆍ자막을 제공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행 「장애인방송고시」에서 보장하는 선거방송은 지상파, 종합편성, 보도전문편성뿐이고, 종합유선방송 등을 통해서도 방영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충분한 선거정보 제공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피력됐다.

무엇보다 「장애인복지법」 제22조 이행을 담보할만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이고, 장애인방송 편성비율 준수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방송사업자들의 경우 수어ㆍ자막방송을 할 수 있는 인력과 설비, 기술수준을 이미 확보하고 있으므로, 이들에게 수어ㆍ자막방송 의무화를 부과하더라도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거나 보도ㆍ편성의 자유 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크게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헌재는 점자형 선거공보에 관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 과거 선례들도 함께 공개했다. 해당 결정요지는 헌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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