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 장애인 부부의 엄마가 되어준 그녀...
36년간 장애인 부부의 엄마가 되어준 그녀...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9.08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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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제18회 복지상' 발표, 어려운 시기에 이웃위한 헌신 큰 의미
결혼 후 자립한 탈시설 지적장애인 부부 20쌍 돌본 정현숙씨 '대상'
(왼쪽부터) '제18회 서울시 복지상' 대상 정현숙씨, 자원봉사자 최우수상 홍경석씨, 복지종사자 최우수상 심희경씨. ⓒ소셜포커스(사진=서울시)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36년간 탈시설 장애인부부의 엄마가 되어준 정현숙 씨가 '제18회 서울시 복지상'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정 씨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하다 퇴소한 지적장애인 부부 20쌍의 친정엄마 역할을 도맡아왔다. 퇴소 후에도 인연을 이어가며 집안 대소사부터 자녀양육까지 가족처럼 돌보고 있다. 

제가  도운 20가정을 보며 지금 시설에 있는 친구들도 형과 언니처럼 자립하고 싶다 꿈과 희망을 갖고 있어요. 최근에 시설에서 만나 결혼한 가정은 아이도 낳고, 신혼여행도 가고 싶다고 하기에 여수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약간 지원을 해줬거든요. 신혼여행을 마치고 시설로 찾아와서 사진도 보여주며 얼마나 기뻐하던지 저도 덩달아 친부모가 된 것처럼 뿌듯해졌습니다.

정 씨는 이들이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팔을 걷고 나서고 있다. 1984년 입사 이래 자신의 휴무일에도 동료들의 휴식을 위해 직원들의 대직업무를 지원하며 쉬지않고 솔선수범하는 등 장애인과 종사자들의 울타리가 되어줬다. 덕분에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용자도 자립의 꿈과 희망을 키우고 있다. 

"결혼을 하며 시설을 퇴소한 가정에 근처 조그만 빌라를 얻어준 적도 있고, 자녀가 아플 때 병원을 연계해준 경우도 있어요. 부모도 가족도 없는 상태에서 시설을 나온 사람들이 의지할 곳은 결국 이곳이잖아요. 우리 시설에서 살다가 퇴소한 형제 부부가 강원도 양양에서 집을 나란히 하고 오순도순 살고 있는데, 부부가 모두 일을 하다 보니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어서 저를 찾는 경우도 있어요.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보니 퇴소 후에도 마음이 쓰이더라구요"라며 애틋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서울시는 정 씨 외에도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한 수상자들의 공적을 알렸다. 자원봉사자 분야 최우수상을 차지한 홍경석 씨는 73세의 나이로 한국가스안전공사 은퇴 후 13년간 1만5천시간의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은퇴 후 근무경력을 살려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어르신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화재 위험 예방을 위한 가스안전차단기 설치 및 가스 누출 점검 봉사를 실천해왔다.

2의 인생 출발점은 바로 봉사를 시작한 순간이에요. 봉사를 나가다 보면, ‘살아서 뭐하나라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요새는 코로나19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분도 많아서 이런 분들은 각별히 살피고 있습니다. 가끔씩 통화하면서 농담도 하고, 치매 환자의 경우에는 보건소 치매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하고요. 요새는 댁에서라도 어르신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어요. 지금은 15천시간이지만 앞으로 더 노력해서 3만 시간을 목표로 봉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홍 씨는 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 등의 기술을 배워서 어린이집 및 어린이병원 환자들을 위한 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봉사를 위해 요양보호사, 목욕봉사 자격증 등을 취득하는 등 지역사회 내 취약계층을 돕는데 애쓰며 존경받는 지역 노인상을 정립하고 있다.

종사자 분야의 최우수상을 수상한 심희경 씨는 장애인인권증진과 차별 해소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았다.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심 씨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놀 수 있는 '아이마루 놀이터'를 개소하고, 지역주민들과 발달장애인이 함께 하는 '공동밥상' 모임을 진행하는 등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포용될 수 있도록 기틀을 닦았다. 

심 씨는 "우리 시설에서 양성한 장애인 바리스타를 지역 카페에서 고용해 지역상점과 시설의 상부상조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지역 식당에서도 우리 시설 이용자가 찾아오면 그림판 메뉴를 보여주고 주문하라고 해주시는데 이렇게 사회 변화가 조금씩 이뤄지는구나 생각해요"라며 소감을 전했다. 

복지후원자 최우수상 '롯데물산 샤롯데봉사단'

후원자 분야 최우상에는 롯데물산 샤롯데봉사단이 선정됐다. 샤롯데봉사단은 장학재단 설립 지원 등 2015년부터 총 318억 원의 기부를 하며 지역사회공헌에 이바지해왔다. 단체는 후원과 더불어 매달 3주차 금요일을 '해피데이'로 지정해서 아동그룹홈에 정기적으로 방문 봉사하며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활동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외에도 ▲종사자 분야 우수상은 손민경 아현노인복지센터 총괄팀장, 박선미 서울시립성동노인종합복지관 과장이 선정됐고, ▲봉사자 분야 우수상은 82세의 고령에도 10년간 봉사를 해온 박정자 씨, 15년 간 1천620회의 봉사활동을 한 이희철 서울시설관리공단 과장이 수상자로 뽑혔다. ▲후원자 분야에서는 23년 간 나눔을 실천한 공항리무진 달구지회와 18년 간 꾸준히 봉사활동과 후원을 이어온 조종경 씨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차원에서 올해 시상식을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수상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직접 상패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시상식에서 이분들을 직접 뵙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어려운 시기에도 온정을 나누며 지역사회를 빛내주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꼭 전해졌으면 한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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