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복원의 유토피아, 용인 구갈레스피아
자연 복원의 유토피아, 용인 구갈레스피아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0.09.18 10:4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하에는 가동 중인 하수처리장, 지상에는 계곡 같은 공원
에너지 놀이터, 과학적 창의성과 호기심 불러
용인시가 지어낸 레스피아, Restoration + Utopia
곳곳의 장애인 불편시설은 개선해야 할 과제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마치 계곡에 와 있는 것 같은 편안한 쉼터, 아이들이 빠르게 흐르는 물속에 발을 담그거나 몸을 적시며 놀고 있다. 잔디밭을 가로질러 인공으로 조성된 실개천에는 바위를 헤치고 흐르는 물은 너무 맑아 그대로 마시고 싶은 충동마저 느낀다. 실개천 아래쪽에 조성된 연못의 수생식물들 사이로 오리와 잉어들이 노닌다.

군데군데 잔디밭과 나무그늘 밑에는 텐트를 치고 한가로운 휴식을 즐기고 있는 가족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옆 놀이터는 색다른 놀이기구들이 어린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과학적 창의성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기구들로 채워져 있다.

공원 한쪽에는 농구장과 배드민턴장, 게이트볼장 등 운동시설도 갖추고 있다. 개를 사랑하는 시민을 위한 반려견 놀이터도 있다.

용인 경전철 강남대역에서 3번 출구를 나와 신갈천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건너면 바로 만날 수 있는 공원, 구갈레스피아의 풍경이다.

그런데 여기가 현재 가동하고 있는 하수처리장이라면 믿어질까?

공원 내 인공시내와 연못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소셜포커스
잔디밭과 나무그늘에서 가족끼리 휴식을 즐기는 모습 ⓒ소셜포커스

 

공원 내 다양한 체육시설 ⓒ소셜포커스
공원 내 다양한 체육시설 ⓒ소셜포커스
용인경전철 강남대역에서 공원으로 건너가는 구름다리 ⓒ소셜포커스
용인경전철 강남대역에서 공원으로 건너가는 구름다리 ⓒ소셜포커스

공원 지하에는 시민들이 버린 생활하수를 처리하는 대형 수조들과 복잡한 정화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다. 기존의 하수처리 시설을 지하에 매설하고, 그 위에 친환경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지난 2005년 7월 준공된 구갈레스피아는 인근 동백지구와 구갈지구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모아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로 처리해 내보내는 곳이다.

사실 하수처리장이라 하면 과거에는 혐오시설에 속했다. 냄새나고 더럽다고 꺼려지는 장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하수처리장이 이곳에서는 시민들의 사랑받는 장소로 거듭난 것이다.

구갈레스피아의 하수처리시설은 지하에 있어서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에 좋다. 바람과 햇빛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녹조 발생의 위험도 적다고 한다.

하수와 폐수의 정화를 위한 적절한 온도와 습도 조절에 용이하다는 장점을 최대한 담았다.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는 이곳 생태공원 습지는 자연적으로 수질을 정화하는 자정 작용을 하는 ‘자연의 콩팥’으로도 불린다.

방문자센터 1층 로비에 전시된 공원 조감도 ⓒ소셜포커스
방문자센터 1층 로비에 전시된 공원 하수처리 시설 모형 ⓒ소셜포커스

그런데 “구갈레스피아”라… 참 낯선 이름이다. 구갈은 신갈 옆에 있는 지역의 명칭이다. 유명한 신갈IC 근처라면 금방 이해가 갈 듯 싶다. 경부고속도와 영동고속도로가 교차하는 분기점이자 나들목이다. 하여 명절이나 휴일 등 국민 대이동이 벌어질 때마다 방송에서 수도권 사람들의 이동 행렬을 보도할 때 많이 나오던 이름이 아닌가.

그러면 ‘레스피아’란 또 뭔가? 레스피아는 용인시가 하수처리장을 공원화 하면서 지어낸 이름이다. ‘레스피아’란 뜻은 자연이 복원되는 이상적인 공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활 오수와 폐수가 본래의 자연수로 복원되어 자연(하천)으로 돌아가는 이상향의 공간을 상징화했다.

용인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이름이다. 레스토레이션(Restoration; 복구, 복원, 회복 등의 뜻)과 유토피아(Utopia; 이상향)를 합성했다.

용인시 상하수도사업소 홈페이지에는 여러 곳의 레스피아를 소개하고 있다. 용인레스피아, 기흥레스피아, 수지레스피아, 영덕레스피아 등이다. 각 레스피아는 저마다 특색을 가지고 있다. 운동시설만 모여 있는 곳도 있다.

그중에서 구갈레스피아가 가장 큰 규모를 갖추고 공원시설이 잘 되어 있다. 공원의 면적은 약 16만㎡이다. 공원으로서는 그렇게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시설들이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경전철역과 인접하여 이동약자의 접근성도 좋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공원에 조성된 인공 실개천을 생각해보자. 항상 물이 흐르도록 하는 수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메말라있는 곳이 많다. 그러나 이곳은 하수처리장이다 보니 항상 풍부한 수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공원 안에 있는 에너지놀이터는 158m의 모노레일이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에너지트리시소, 회전시소, 수평시소, 그네 등 5종의 자가발전 놀이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놀이기구들은 페달을 밟아 전기를 만들어야 움직인다. 또 어린이들이 놀면서 만든 전기로 휴대폰 충전도 할 수 있다. 어린이들이 발전기가 내장된 놀이기구를 통해 직접 에너지 생성의 원리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지난 봄에 방문했던 공원은 벚꽃이 만발했었다. 여름에 다시 찾은 공원의 풍경은 어린이들이 실개천의 바위사이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공원 옆으로 흐르는 신갈천은 둔치가 잘 단장되어 걷기 좋은 길과 자전거타기 좋은 길로 많이 알려져 있다. 언제나 자전거 행렬과 트래킹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어린이들이 전기를 만들어서 놀이기구를 움직이는 에너지 놀이터의 모습 ⓒ소셜포커스
어린이들이 전기를 만들어서 놀이기구를 움직이는 에너지 놀이터의 모습 ⓒ소셜포커스
벚꽃이 만개했던 지난 봄철의 공원풍경 ⓒ소셜포커스
벚꽃이 만개했던 지난 봄철의 공원풍경 ⓒ소셜포커스
벚꽃이 만개했던 지난 봄철의 공원풍경 ⓒ소셜포커스
벚꽃이 만개했던 지난 봄철의 공원풍경 ⓒ소셜포커스
출렁다리에서 내려다본 신갈천 ⓒ소셜포커스
출렁다리에서 내려다본 신갈천 ⓒ소셜포커스
신갈천의 자건거 길과 보행로 ⓒ소셜포커스
신갈천의 자건거 길과 보행로 ⓒ소셜포커스

그러나 곳곳에 장애인 불편시설이 눈에 띈다.

공원과 같은 대표적인 공중시설은 누구에게나 동등한 수준의 이용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 공원은 그러한 부분에서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건물 앞 광장의 지면은 페빙스톤 블록이 요철을 형성하고 있다. 건물 앞 광장에서 탐방로로 연결된 통로는 단차가 가로막고 있다. 더구나 통행로 바닥은 징검다리 형태로 된 목판이 또 다른 요철구간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시설은 휠체어는 물론 유모차와 노인보행기 등 보행보조 장비를 이용하는 이동약자들의 통행에 불편을 안겨준다. 그런데 이러한 시설은 다른 공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어 공원을 시공할 때 제일 먼저 퇴출시켜야 할 공법이다.

주차장에서 공원으로 통하는 정상적인 통로는 체인으로 막아 놓았다. 비장애인은 주변의 아무 곳이나 경계의 턱을 넘어가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휠체어 장애인은 멀리 우회하여 들어가야 한다.

법령에서는 공중시설을 조성할 때 장애인에게 최단거리 이동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이동약자에게 오히려 먼 거리로 돌아가도록 시설이 구축되어 있다.

이 공원의 얼굴(메인)이라 할 수 있는 개천과 연못 위 관찰용 데크 통로는 모두 단차로 막혀있다. 한 뼘도 되지 않는 높이의 단차가 이동약자의 통행을 가로막는 것이다. 조금만 신경 쓰면 해소될 수 있는 일이라 더욱 아쉽다.

장애인이 이용하는 유니버설 화장실 입구의 문턱은 경사가 심하다. 휠체어가 통과할 때 급강하 현상이 발생하여 충격을 준다.

지난 4월초에 이곳을 방문하여 이러한 문제점들을 시정해달라고 국민신문고를 통하여 건의를 했었다. 시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나 며칠 전에 다시 방문했을 때까지 아무것도 시정되지 않았다.

지난번 건의에서도 통로의 폐쇄장치를 해제하거나 연못주변 데크로드 진입로 단차 제거와 같은 간단한 문제만이라도 시정해 달라 건의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니 매우 실망스럽다.

광장바닥의 페빙스톤에 의한 요철과 통로의 단차 및 징검다리 요철 ⓒ소셜포커스

 

수변풍경을 볼 수 있는 데크로드는 곳곳의 단차로 휠체어 통행이 어렵다. ⓒ소셜포커스
수변풍경을 볼 수 있는 데크로드는 곳곳의 단차로 휠체어 통행이 어렵다. ⓒ소셜포커스
주차장에서 탐방로로 들어가는 정규 통로를 체인으로 막아 놓아 휠체어는 멀리 우회하여 통행해야 한다. ⓒ소셜포커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유*한 2020-09-21 08:47:38
역시나 공원내 불편시설들은 여전하군요. 더구나 시정요구를 한지 거의 반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개선조치가 없다는것이 더욱 분노하게 하네요. 시정하겠노라는 답변은 공염불 이었네요.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아닌 관심의 문제인데 저렇게 초지일관 방치해놓는 공원 관계자들의 장애인 인식수준을 알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