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삶 패널조사, 진정한 '맞춤형 복지' 첫걸음 될까?
장애인삶 패널조사, 진정한 '맞춤형 복지' 첫걸음 될까?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09.21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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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통계세션] '패널조사를 통해 본 장애인의 삶' 주제로 진행
2015~17년 신규 등록장애인ㆍ가족구성원 대상 10년 추적조사
올바른 해석 방향 설정해 조사효용성 높여야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지난 18일 제49회 RI Korea 재활대회를 개최했다. 문재인 정부 장애인 정책에 대해 논의한 1부에 이은 2부에서는 2018년 실시된 장애인삶 패널조사 결과에 대한 발표가 이루어졌다. ⓒ소셜포커스 (사진=유튜브 생중계 화면캡쳐)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보고자 지난 18일 제49회 RI Korea 재활대회를 개최했다.

2부 통계세션은 '패널조사를 통해 본 장애인의 삶'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기존의 장애통계와 비교해 '장애인삶 패널조사'가 갖는 의미와 더 효용성 있는 장애통계 생산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장애인삶 패널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주관해 지난 2018년 시작된 통계 조사다.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신규 등록한 등록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를 얻기 전과 이후 삶의 변화를 1년 주기로 10년간 추적한다. 조사항목은 크게 장애수용 및 변화, 건강과 의료, 자립, 사회참여 총 4가지이다. 

이날 발제는 추적의 시작점인 2018년도 조사결과에 대해 이루어졌다.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강정배 부장이 발표를 맡았고,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임호진 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여해 의견을 내놓았다.

응답자 과반수, "건강 때문에 우울하다"… 자살 시도도 적지 않아

건강 문제로 자살을 생각하는 2015년~2017년 신규 등록 장애인의 비율은 약 70%에 달했다. (출처=장애인삶 패널조사 배포자료)

조사 결과, 장애를 포함한 건강문제로 인해 우울감을 느끼는 응답자의 과반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육체·정신적 건강 문제(69.8%)를 우울감의 원인으로 꼽은 비율은 69.8%에 달했다. 심지어 자살을 고려하거나 실제로 시도하는 경우의 비율도 적지 않았다.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응답자는 16.3%, 시도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2.7%에 달했다. 

반면 자살 충동을 털어놓거나 상담을 받았다는 비율은 11.4%에 그쳐, 국가적 차원의 장애인 정신건강 관리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건강이 나쁜 편이라고 답한 조사대상자 비율은 42%, 만성질환이 있다는 조사자는 전체의 57%였다. 주로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전국민 만성질환 동향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응답자 10% "스스로 재난상황 인지 불가능하다"

장애인 응답자 10%는 재난상황을 스스로 인지할 수 없는 수준의 중증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장애인삶 패널조사 배포자료)

약 21%에 달하는 응답자는 화재, 재난 등 재난상황에 스스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10%는 재난상황을 인지조차 할 수 없고, 인지하더라도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를 전혀 혹은 거의 못 한다는 비율 또한 11.4%에 달해 재난 시 중증장애인 구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재난대응 종합교육훈련에 대해 알고 있고, 참여한 적이 있는 비율은 적었다. 훈련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4.4%, 참여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1.9%에 불과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강정배 부장은 "재난에 가장 취약한 계층, 즉 재난상황을 인지할 수 없는 10%에 초점을 맞춰 매뉴얼, 정책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맞춤형 복지 첫걸음… 올바른 해석으로 통계 효용성 극대화해야

장애인삶 패널조사에 대해 두 패널은 진정한 맞춤형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한 첫걸음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모집단 25만여 명 중 6천명 가량의 표본을 수집한만큼 신뢰도가 높다고 호평하며, 기존 통계보다 실제 장애인의 삶을 더욱 명료하게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조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 깊은 고민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통계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교집단 설정과 해석 방향, 코로나19 등 시대상황을 반영할 방안에 더 깊은 고민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조사항목 중 '가족관계' 점수가 전반적으로 좋게 나타났는데, 이를 가족관계가 건강하다고 해석할지, 가족 구성원과의 과도한 유착으로 장애당사자의 자립의지가 낮다고 해석할지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통계자료가 더욱 의미있게 쓰이기 위해서는 비교집단 등 해석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와 더불어 "여건상 한계가 있어 장애유형을 7개로 통합했다는 것은 이해하나, 패널조사의 발전적 정착을 위해서는 소수장애의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김호진 연구위원은 조사대상자들이 조사 효용성에 회의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보였다. 김 연구위원은 "장애인과 보호자들은 본인의 삶이나 정책이 실질적으로 바뀌어나가는 모습을 기대하고 조사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방향이 바뀌기까지는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3~5차년도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조사 참여를 거부하는 등 위기가 온다"라면서 "조사 결과를 활용한 사례를 뉴스레터로 알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척수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왼쪽)
척수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왼쪽)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김호진 연구위원(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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