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없는 약국 찾아 휠체어 삼만리?
문턱 없는 약국 찾아 휠체어 삼만리?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0.09.23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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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처방전 들고 근처 약국, 모두 문턱에 가로막혀
집 근처 1km 내 8개 약국도 모두 문턱, 아파도 참아야
한 뼘도 안 되는 턱 하나, 장애인에겐 절박한 생존의 문제

피부에 문제가 생겼는데 좀처럼 낫지 않아 피부과를 방문했다. 약을 한두 번 바르면 금방 나을 수 있는 간단한 병이었다. 그런데 휠체어에 의존하는 몸이라 병원 한번 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보니 병을 키웠던 것이다. 인터넷 지도에서 한참을 검색하여 문턱이 없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병원을 간신히 찾아내어 어렵게 방문했다.

의사로부터 약을 처방받고 피부과 건물 옆에 있는 약국으로 갔다. 그 약국은 1층에 있었지만 한뼘도 안되는 턱 하나 때문에 휠체어를 탄 필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약국을 검색해 봤다. 약 200m 거리에 다른 약국이 있었다. 그 약국에도 가봤는데 역시 1층에 있었지만 도로에서 약국을 들어가려면 계단을 통해야 했다.

두 군데 약국 모두 한 뼘도 안 되는 턱 하나, 또는 몇개 되지도 않는 계단이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 거대한 장벽처럼 출입을 가로막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이번에는 좀 멀리 큰 도로를 건너 1km 이상을 이동하여 다른 약국을 찾았다. 이번에는 다행히 문턱이 없어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약사에게 처방전을 내밀었다. 그랬더니

“우리 약국에는 이 약이 없습니다. 처방전을 받으신 병원 근처의 약국으로 가 보시죠.” 했다.

"안 그래도 병원 근처 약국을 두 군데나 갔다가 들어갈 수가 없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사실 의약분업으로 병·의원과 약국은 서로 공생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많은 약국들이 보통 병·의원 옆에 있거나 같은 건물 내에 있다. 1층에 약국이 있고, 다른 층에 여러 병과의 의료업소가 있는 식이다. 약국은 보통 인근 병·의원의 의사가 자주 처방하는 약을 중심으로 비치해 놓을 수밖에 없다. 약사와 의사가 미리 서로 협의를 하기도 한다. 이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현상이고 또 그렇게 해야만 불필요한 재고와 낭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필자는 휠체어를 타고 세 군데 약국을 헤매고도 필요한 약을 사지 못했다. 다른 약국에를 가도 마찬가지일 공산이 크다.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래도 웬만한 병은 의사들의 처방이 같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로 여기까지 왔는데 그게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처음 방문했던 약국으로 다시 갔다. 약국 앞에서 약국으로 전화를 해서 약을 가지고 나오게 했다. 그렇게 어렵게 약을 사야 했다.

어떤 사람은 “그런 상황이 처음은 아니라면서, 예측이 가능했으면 진작 그렇게 했어야 할 것이 아니냐?“고 혀를 찰 수도 있을 게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는 가급적 그러한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으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때로는 환부를 약사에게 보여 상담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처방전을 건네고, 약을 받고, 약값을 지불하고, 거스름 돈을 받고 하면서 약사님을 여러번 오가게 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필자가 방문했던 병원 주변의 약국들 ⓒ소셜포커스

또 어느 날 필자는 감기몸살이 와서 집에서 혼자 쉬고 있었다. 고통이 계속되어 가까운 약국에서 감기약이라도 사 먹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나 같은 휠체어 장애인은 약을 사러 나가든지, 식당에 외식하러 가든지, 아니면 물건을 사러 가든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인터넷 지도를 검색하여 로드뷰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물론 정확하지 않더라고 일단 그렇게 시작한다.

인터넷 지도에서 검색해 보니 내가 사는 아파트로부터 반경 1km 이내에 약국이 8개나 있었다. 모두 1층에 있었다. 그러나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문턱이 없거나 경사로가 설치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모두 한 뼘 정도 되는 턱 하나가 문제였다.

물론 모든 동네가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재수가 좋으면 문턱없는 약국을 쉽게 만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약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래서 웬만한 고통은 참아야 한다. 아니면 단차나 문턱이 없는 약국을 찾아내어 장애인콜택시를 불러 타고 멀리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기시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외출을 위한 대기시간도 문제지만, 왕복 이용은 안 되기 때문에 목적지에 내려서 약하나 사고 다시 불러야 한다. 그리고 몇 십분이 될지 몇 시간이 될지 모르는 대기시간을 또 감수해야 한다. 고통을 줄이려고 약을 사러 나갔다가 더 많은 고통을 당해야 한다.

단차가 없이 약국 출입이 자유로운 곳도 얼마든지 있다. 부득이 건물 구조상 문턱이 불가피하다면 단 몇 만원 또는 단차의 높이에 따라 몇 십만원이면 살 수도 있는 경사로 하나만 설치하거나 비치하면 될 텐데도 말이다.

비장애인이 느끼지도 못하는 한 뼘의 단차, 이게 때로는 이동약자에게 절박한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약국을 운영하시는 약사님들, 여기에 조금만이라도 귀를 기울여 주실 수는 없나요? 지역별 약사회 같은 단체에서 나서주시는 것은 안될까요? 동네 약국에서부터 무장애 세상 만들기에 나서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필자의 아파트 주변 1km 내 8개의 약국들은 모두 단차가 있어 휠체어 출입이 불가능하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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