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방역취약계층 아니다?" 보건복지상임위 "2차 격돌"
"장애인은 방역취약계층 아니다?" 보건복지상임위 "2차 격돌"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09.23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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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장관 "장애인 광부ㆍ농부 비유 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생각"
이종성 의원 "이럴거면 장애인정책국 없애라" 분노... 장애인단체 "공분"
"장애인은 감염병 취약집단" 근거 많아... 개인, 집단생활로 감염 취약여부 구분?
지난 17일 열린 1차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이종성 국회의원이 4차 추경에 장애인 예산이 170억원 삭감된 것을 지적하고 있다. ⓒ소셜포커스(이종성 TV 영상화면)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오늘(23일) 열린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장애인은 방역취약계층 아니다" 발언을 놓고 국민의힘 이종성ㆍ강기윤 의원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이에 2차 격돌이 벌어졌다.

지난 17일 열린 1차 상임위에서 이종성 의원이 4차 추경과 관련해 "장애인은 보건의료서비스 취약계층이니 독감백신 무료접종 대상에라도 포함시켜야한다"고 주장하자, 박능후 장관은 "4차 추경안에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없듯이 광부나 농부라는 단어도 없다"며 "장애인을 방역 취약계층에 분류하는 것이 차별"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종성 의원은 다음날(1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스스로를 진정하며, "장애인은 보건의료 취약계층"이라고 말한 자신의 발언이 박 장관의 주장처럼 '장애인 차별'에 해당하는지 판단해달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금일 열린 2차 상임위에서도 이종성ㆍ강기윤 의원이 박능후 장관의 해당 발언을 지적하자, 돌고 도는 해명 끝에 박 장관은 결국 "(장애인을 광부나 농부로) 충분히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종성 의원은 "감염 확진자 전체 비율이 인구 10만 명당 33명이고, 등록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비율로는 54명으로 일반 국민에 비해 64%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복지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장애인 대상 감염병 매뉴얼에도 '장애인은 여러가지 특성으로 인해 감염병에 더욱 취약한 집단'이라고 정의되어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7년 실시한 장애인 실태조사에서도 장애인의 보건의료 취약성이 확인됐고, 취약성 때문에 유일하게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로 장애인에게 보건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며 "복지부 장관이 차별이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함으로써, 국민에게 차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고 역차별을 야기하는 게 아닌가 심히 염려된다"고 꼬집었다. 

지난 17일 열린 1차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4차 추경과 관련해 "장애인은 보건의료서비스 취약계층이니 독감백신 무료접종 대상에라도 포함시켜야한다"고 주장하자, 박능후 장관은 "장애인을 방역 취약계층에 분류하는 것이 차별"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소셜포커스
지난 17일 열린 1차 보건복지상임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4차 추경과 관련해 "장애인은 보건의료서비스 취약계층이니 독감백신 무료접종 대상에라도 포함시켜야한다"고 주장하자, 박능후 장관은 "장애인을 방역 취약계층에 분류하는 것이 차별"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소셜포커스(이종성 TV 영상화면)

박능후 장관은 "광부나 농부나 장애인을 비유한 표현이 올바르냐?"는 이종성, 강기윤 의원의 질문 공세에도 꿋꿋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애인을 국가가 더 돌봐줘야하고 예산이 배정되어야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를 하지만, 당시 그 표현은 '인플루엔자'(독감)라는 감염병에 대해서만 장애인이 방역 취약계층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박 장관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인플루엔자는 호흡기 질환이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평상시에 위생 관념이 높고 활동성이 비교적 많지 않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감염 확률이 일반인보다 낮다"며 "장애인을 무료접종 대상으로 해야된다는 것이 올바르지않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히려 박 장관은 "코로나 환자들에 있어서도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감염률 차이가 결코 그렇게 유의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복지부 또한 집단생활을 하는 장애인은 감염병에 취약한 계층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개인, 집단 생활을 하는 장애인에 따라 감염 취약 여부가 상이하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강기윤 의원이 박능후 장관에게 "장애인에 대한 발언을 신중을 기하겠다든지 그렇게 하면 끝날 이야기를 계속 변명하고 있다"며 질책하자, 박 장관은 "받아들일 것이 있고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 있다"며 "감염병, 특히 인플루엔자에 대해 장애인이 취약계층이라고 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단정지었다.

한편 오늘 보건복지상임위에서 박능후 장관이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것을 놓고 장애인 단체의 격앙된 반응이 이어졌다. 장애인 복지를 책임지는 장관이 납득하기 어려운 자기 논리를 앞세우며 기싸움을 이어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이번 박 장관의 주장에 대한 장애인 단체의 대응이 강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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