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의 선구자 이익 선생의 얼을 품은 안산 ‘성호공원’ [상]
실학의 선구자 이익 선생의 얼을 품은 안산 ‘성호공원’ [상]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0.09.2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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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공간이 많고, 공용주차장이 잘 갖추어진 안산시
성호 이익의 실학사상 배울 수 있는 공원 내 성호박물관
공원산책로 요철구간 없어 이동약자 이용에 아주 편리
안산식물원, 아이들과 생태학습에 적합하고 실내조경 우수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안산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도시이자 최초의 계획도시다. 그런 만큼 안산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다른 도시에 비해 공원 등 녹지공간이 많고, 특히 상업지역마다 공용주차장이 잘 갖추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수인산업도로를 따라 부곡동, 성포동, 이동에 걸처 4km 가까이 길게 펼쳐진 성호공원은 볼거리와 배울 것이 많다. 공원 안에 박물관, 식물원, 조각정원, 각종 체육시설이 있다. 게다가 성호 이익의 묘, 노적봉공원과 노적봉폭포공원까지 연결되어 가족 나들이와 체험학습에 알맞은 곳이다.

성호공원 주변 1km 이내만 해도 노적봉공원, 구룡공원, 일동공원, 점성공원 등 여러 크고 작은 공원이 있으며, 주택가 어린이공원까지 포함하면 10개가 넘는다. 도시 내에 그만큼 녹지공간이 많다는 얘기다.

지하철 4호선이나 새로 개통한 수인선 한대앞역 3번 출구에서 나와 300m 전진 후에 좌회전하여 600m를 이동하면 공원 입구가 나온다. 안산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는 21번, 71번, 99-1번을 타고, 식물원 앞에서 내리면, 성호박물관이나 안산식물원으로 바로 들어 갈 수 있다. 공원이 길게 펼쳐져 있어서 이외에도 출입구는 많다.

성호박물관 홈페이지는 있지만, 성호공원 홈페이지는 갖추어져 있지 않다. 공원에는 식물원 사무실 외에 방문자센터도 없고, 성호공원 전체를 안내하는 자료도 구하기 어렵다. 교통접근성은 우수하지만, 정보접근성은 매우 미흡한 편이다. 안산시는 볼거리도 많고 규모도 큰 성호공원에 대한 정보접근성 개선에도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성호공원 입구 ⓒ소셜포커스
성호공원 입구 ⓒ소셜포커스
가을꽃이 화려하게 핀 공원의 풍경 ⓒ소셜포커스
가을꽃이 화려하게 핀 공원의 풍경 ⓒ소셜포커스
조형물이 아름다움을 더하는 공원의 풍경 ⓒ소셜포커스
조형물이 아름다움을 더하는 공원의 풍경 ⓒ소셜포커스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는 공원의 역사를 말해준다. ⓒ소셜포커스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는 공원의 역사를 말해준다. ⓒ소셜포커스
공원 내 미니 습지 ⓒ소셜포커스
공원 내 미니 습지 ⓒ소셜포커스
장애인 접근성이 양호한 공원 내 휴게시설과 음수대 ⓒ소셜포커스
장애인 접근성이 양호한 공원 내 휴게시설과 음수대 ⓒ소셜포커스
공원 내 널찍한 다목적 시설 ⓒ소셜포커스
공원 내 널찍한 다목적 시설 ⓒ소셜포커스

성호공원 내 성호박물관(성호기념관이라고도 한다) 바로 옆에는 안산식물원이 있고, 공원에서 공원으로 이어지는 공원길을 따라 계속 이동하다 보면 단원미술관까지 갈 수 있다. 공원 내 성호박물관에서는 조선 후기 실학의 선구자 성호 이익 선생의 숨결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다. 성호박물관 바로 앞 길 건너에는 성호 선생의 묘소가 있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성호 이익은 당쟁의 소용돌이로 아버지가 유배 중인 평안도에서 태어났다. 그때가 1681년이다. 2살 때에 아버지가 유배지에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이익을 데리고 고향인 안산으로 돌아왔다. 22살 터울의 형(이잠)이 있어 아버지 역할을 했던 그 형으로부터 학문을 익혔다. 그러나 그 형 역시 임금에게 입바른 상소문을 올렸다가 역적으로 몰려 국문 받던 중에 세상을 떠났다.

성호는 역적으로 몰린 집안 때문이었는지 과거에 나가지 못했고, 평생을 가난과 병(평생 종기에 시달렸으며, 외아들도 종기로 요절)으로 힘들게 살았다. 그러나 안산에서 농사를 지으며 백성들의 실생활 향상을 위한 학문의 연구에 힘써 실학사상을 이어 갈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성호는 농업의 육성을 통한 민생의 안정을 주장하였다. 가혹한 노비제와 서얼차별에 대해서도 비판하였고, 신분차별 없는 과거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평등사상과 합리주의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진보적 사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천문, 지리, 의학, 관제, 병제 등 다양한 현실문제에 비판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성호사설, 성호문집 등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성호박물관의 외부 모습 ⓒ소셜포커스
성호박물관의 외부 모습 ⓒ소셜포커스
성호박물관에 비치된 성호 이익의 초상과 성호사설 (사진 : 성호박물과 제공)
성호박물관에 비치된 성호 이익의 초상과 성호사설 (사진 : 성호박물과 제공)

조선후기 실학자로 알려진 사람들의 다수는 18세기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안정복(1712년생) 홍대용(1731년생), 박지원(1737년생), 이가환(1742년생), 정약용(1762년생), 박제가(1750년생), 이중환(1690년생) 등이다.

17세기에 태어난 학자로는 반계수록을 지은 유형원(1622년생), 그리고 성호 이익(1681년생) 정도이다. 따라서 유형원과 이익은 1563년생인 지봉 이수광과 함께 실학의 선구자들이다.

홍대용, 박지원, 박제가 등을 북학파 또는 이용후생학파로 부른다. 그에 반해, 이익, 이가환, 유형원, 정약용 등을 경세치용학파 또는 중농학파라고 한다. 그러나 어느 학파가 되었던 공리공론으로 흐르던 성리학보다는 실사구시에 입각한 민생구제를 위한 학문이 더 필요하다고 보았다.

경세치용학파의 중심에는 성호 이익이 있었다. 그래서 성호학파라고도 한다. 성호 이익은 유형원의 학풍을 이어받아 자신의 학문을 완성함으로써 실학자의 중조(中祖)가 되었다. 그리고 안정복, 이가환, 이중환, 정약용 등에게도 이어졌다.

그리고 그 시대에 황희, 맹사성, 류성용과 함께 조선시대 4대 명재상의 한 사람으로 불리는 채제공(1720년생)이 있었다. 영의정까지 했던 사람이다. 그는 역사에서 재상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딱히 실학자로 구분하지는 않지만, 이익의 실학사상을 현실정치에 적용하려고 노력하였다. 채제공이 경기도 관찰사로 있을 때 중 안산까지 성호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리고 훗날 성호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묘갈명(墓碣銘; 묘지의 비석에 새기는 망자의 행적)을 써서 성호의 업적을 기렸다.

그런데 성호 이익과 유형원, 이가환, 정약용은 가족적으로 재미있는 연결고리가 있다.

여기에 하멜표류기에 나오는 제주목사 이원진이 있다. 하멜이 표착했을 때 이원진 목사는 이들을 조사하면서 인격적이고 따뜻하게 대했다. 그 와중에 인사이동으로 후임 목사가 왔는데, 후임자가 하멜 일행을 괴롭히자, 임기를 마치고 날씨 관계로 아직 육지로 출항하지 못하고 있었던 전임 목사 이원진에게 하멜이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일까지 있었다.(하멜의 기록에 나오는 일화다)

이 이원진이 유형원의 외삼촌이며, 이익의 5촌 당숙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익은 유형원의 외갓집 집안의 6촌 동생뻘인 셈이다. 그러나 유형원 사망 후에 이익이 태어났으므로 같은 시대에 살지는 않았다.

또 이익은 성호의 사상을 이어받아 성호학파를 이끌어 간 이가환의 종조부(작은할아버지)다. 앞에 말했던 이익의 형인 이잠이 이가환의 친조부다 이가환이 1742년생이고 성호가 1763년에 사망하였으므로 이가환은 어린 시절이나마 이익으로부터 직접 배울 수 있는 기간이 있었다.

그리고 이가환은 정약용의 매형이었던 이승훈(조선 최초 천주교 영세자)의 외삼촌이다. 이가환과 정약용은 직접 친척 관계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인연이 아닌가.

성호공원 내 성호박물관에는 이러한 성호 이익의 실학사상과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많은 전시물이 많다. 그리고 박물관에서는 고전강독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행사도 진행한다.

성호 이익의 대표작 성호사설을 소재로 한 조형물 ⓒ소셜포커스
성호 이익의 대표작 성호사설을 소재로 한 조형물 ⓒ소셜포커스
성호사상의 단편을 확인할 수 있는 성호박물관 입구의 게시물 ⓒ소셜포커스
성호기념관의 외부 모습 ⓒ소셜포커스
성호기념관의 외부 모습 ⓒ소셜포커스
성호사상의 단편을 확인할 수 있는 성호박물관 입구의 게시물 ⓒ소셜포커스
성호박물관 내 전시실의 모습 (사진 : 성호박물과 제공)
성호박물관 내 전시실의 모습 (사진 : 성호박물관 제공)

 성호박물관 옆에는 안산식물원이 있다. 성호공원 안에 있는 시설이다. 2001년 개장된 이 유리온실 구조의 실내식물원이다. 열대식물원, 중부식물원, 남부식물원 이렇게 3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컴퓨터에 의하여 자동으로 관리되고 있다.

시민들이 도심 속에서 희귀하고 다양한 자연 생태계를 접근할 수 있으며, 생태학습과 함께 실내 조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실내 전시관이기 때문에 꽃 종류나 초본류가 많다.

중부식물원과 남부식물은 한반도의 중부와 남부에서 자라는 수백 종의 야생화 등 3만본 이상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열대식물원은 피라미드형 온실을 하고 있으며, 선인장, 야자류, 초화류 등 3,000여 본이 전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식물원 안에는 습지 식물을 위한 미니 연못과 분수시설도 있다. 철따라 피는 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식물원과 박물관은 모두 실내 시설이라서 코로나 때문에 장기간 휴원 상태라 2차례나 방문했지만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 박물관은 다행히 근무하는 학예사가 실내 사진을 제공해 주었지만, 식물원에서는 협조를 받지 못했다. 아름다운 실내 조경을 제대로 보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열린 창문 사이로 극히 일부만 들여다보고 겨우 사진 몇 장을 찍었다.

실내식물원 밖에도 아기자기한 정원이 꾸며져 있다. 성호공원은 탐방로가 대부분 아스팔트 포장이라서 휠체어 및 유모차 등 바퀴달린 이동장비가 통행하는데 아주 편리하다. 다만 옥에 티라고 한다면 이 식물원 뒤쪽 실외정원의 관찰로가 좀 문제다. 통로를 가로지르는 배수구에 덮개가 없어 휠체어 진행을 가로막고 있다. 그리고 이곳의 노면에서만 다소의 요철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외부에서 바라 본 식물원의 모습과 코로나 예방을 위해 폐쇄된 입구 ⓒ소셜포커스
외부에서 바라 본 식물원의 모습과 코로나 예방을 위해 폐쇄된 입구 ⓒ소셜포커스
안산식물원의 내부 모습, 창문 사이로 겨우 몇 장 찍었다. ⓒ소셜포커스
안산식물원의 내부 모습, 창문 사이로 겨우 몇 장 찍었다. ⓒ소셜포커스
실내식물원의 외부 모습과 실외정원 입구 ⓒ소셜포커스
실내식물원의 외부 모습과 실외정원 입구 ⓒ소셜포커스
배수로가 휠체어 통행을 막는 실외정원의 산책로… 간단한 덮개 하나면 해결될 수 있다. 요철노면도 좀 거슬린다. ⓒ소셜포커스
배수로가 휠체어 통행을 막는 실외정원의 산책로… 간단한 덮개 하나면 해결될 수 있다. 요철노면도 좀 거슬린다. ⓒ소셜포커스

다수의 공원에서 발견되는 페빙스톤이나 자연석 및 징검다리식 등에 의한 요철구간, 운치를 좀 내기 위해서 비용을 더 들여가면서까지 설치되는 시설이다. 그렇다고 썩 운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게 휠체어나 유모차, 노인보행기 등을 이용하는 이동약자에게 불편을 주는 가장 큰 주범이다.

누구나 편리하게 차별 없이 이용해야 할 대표적인 공중시설인 공원에서 가장 먼저 퇴출시켜야 할 문제점이다. 공원설계자들의 인식부터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이 성호공원에는 이러한 불편시설이 거의 없어서 너무 좋다. 이거 하나만은 다른 공원에서도 본받았으면 좋겠다.

성호공원의 탐방로는 널찍하고 요철현상이 없어 이동약자에게 매우 편리하다. ⓒ소셜포커스
성호공원의 탐방로는 널찍하고 요철현상이 없어 이동약자에게 매우 편리하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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