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승강기 버튼 선택권을 돌려주세요.
지하철역 승강기 버튼 선택권을 돌려주세요.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0.10.08 16:4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마다 닫힘 버튼 조작 금지
교통약자 배려는 자동닫힘 대기시간 설정만으로도 충분
추가 탑승객 없어도 무작정 기다리다 열차를 놓치기도
닫힘 버튼 사용금지로 이용자 불편과 스트레스 가중

수도권의 각 지하철역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자동 닫힘 대기시간이 보통 20초 이상 길게 설정되어 있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승강기에 비해 2~3배나 길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서 그렇다. 이 정도라면 당연한 조치이고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다 승강기의 닫힘 버튼을 조작할 수 없도록 막아버렸다. 그리고 어떤 역은 대기시간을 40초까지 설정된 곳도 있고, 승강기의 운행속도를 보통보다 낮게 설정된 곳도 있다. 이것도 교통약자의 편의와 안전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과연 이로 인한 편의와 안전의 효과가 얼마나 증가할까? 그리고 이로 인한 불편이나 문제점은 없을까?

필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중장애인이고, 매일같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서울메트로의 지하철역 승강기 닫힘버튼 조작금지로 인해 교통약자 등 승강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겪는 불편과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장애인이나 노약자 탑승을 돕기 위해서 자동 닫힘 대기시간을 15초나 20초 정도로 길게 설정해 둔 것은 탓할 것이 없다. 그러나 이와 함께 필요에 따라 버튼을 선택할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

승강기를 타고 다른 승객이 없어 굳이 자동닫힘 시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때도 무작정 기다려야 하고, 기다리는 과정에서 열차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승강기 안에서 사람이 모두 탔는데도 닫힘 버튼이 작동하지 않아 눈앞에서 차를 놓칠 때는 누구나 짜증이 날 것이다.

또 이러한 불필요한 대기시간으로 인해서 다른 층에서 승강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는 등 승강기의 효율성을 크게 저하시킨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자동닫힘 시간을 길게 설정해두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기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때는 버튼사용이 가능해야 하는데, 장애인용이라는 이유로 그 선택권까지 박탈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다. 장애인이 승강기 버튼을 터치하는데 아무런 불편도 없고 위험도 없다.

필자는 다른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물어보아도 한결같이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서울특별시에 시정요구 민원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서울시(소관처 : 도시철도과 및 서울교통공사 승강기관리단)의 답변은 너무 한심했다. 실제 이용자들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억지 논리로 수용을 거부했다.

서울시는 교통약자가 탑승하려는 시점에 먼저 탄 사람이 고의로 닫힘 버튼을 조작할 수가 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먼저 탑승한 비장애인이 승강기 안에서 장애인의 탑승을 방해할 목적으로 버튼을 조작할 우려가 있어서 안 된다는 것이다.

도시철도 역사 내 승강기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과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교통약자법 제정 이전)에 따라 설치된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이다. 그렇다고 교통약자만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교통약자용 시설에서 비교통약자가 교통약자의 탑승을 고의로 방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일어나기도 힘든 일이다.

그리고 서울시는 2010년도 대전지하철 서대전네거리역 승강기 내 장애인이 추락하여 사망했던 사고를 그 사례로 제시했다. 참 어이가 없었다. 오히려 그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지하철역 승강기 문제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서울시는 그 사고가 마치 먼저 탄 사람이 휠체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고의로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그 사고의 동영상을 자세히 보면 승강기가 도착하여 사람에 내리고, 다시 한 사람이 탔는데, 한참 동안 열린 상태로 있었다. 승강기가 닫힌 직후에 전동휠체어가 달려왔고, 휠체어 이용자가 화가 났는지 고의로 승강기에 충격을 가했다. 그러자 문이 파손되고 그 사이로 사람이 추락하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그 승강기는 열리고 닫히는 시간까지 약 15초가 걸렸으며, 누군가가 탑승한 후에도 10여 초간 문인 열린 상태였다. 그리고 먼저 탑승한 사람이 밖을 보지 아니한 상태에서 문이 닫힌 것으로 보아 먼저 탑승한 사람의 고의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 장애인이 고의적으로 공공기물을 파손한 행위는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냉철하게 분석해야 방지대책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

비장애인이 먼저 타고 승강기 문이 한참 열려 있다가, 정작 장애인인 자기가 도착하자마자 승강기가 먼저 떠나버리니 화가 나서 승강기에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 승강기의 닫힘 버튼 조작 가능하여 먼저 탄 사람이 추가로 탈 사람이 없는 상태(그때 상황은 장애인이 한참 뒤에 도착했음)에서 바로 문을 닫고 떠났다면 어땠을까? 한참 뒤에 도착한 휠체어 장애인은 승강기가 다시 내려올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지 않았을까?

승강기를 놓쳤을 때 사람들의 심리적 흥분지수가 높아지는 이유는 그 닫힘 버튼 조작금지로 인해 불필요한 대기기간이 많아 승강기가 다시 돌아오는 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열차를 놓쳐버리는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다.

추가 탑승자 없이 장시간 문이 열린 상태로 있다가 하필이면 문이 닫히려는 순간, 멀리서 추가로 탑승할 사람이 나타났다. 그를 위해 열림 버튼을 눌러주고 싶어도 그렇게 되면 다시 한참을 대기해야 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야 한다. 따라서 선탑승자는 추가탑승자가 나타났더라도 바로 이어서 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면 열림 버튼을 누르고 일부러 기다려줄 여유가 생기지 않게 된다. 이 또한 닫힘 버튼 조작금지에서 오는 문제점이라 할 것이다.

또 서울시는 닫힘 버튼 조작금지는 혼자서 다니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배려라고 했다. 필자 역시 중증장애인이고 하지는 물론 사지가 모두 제 역할을 못할 정도의 최중증이며, 주로 혼자서 다닌다. 결국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당사자들의 주장에도 귀를 좀 열어줘야 할 게 아닌가?

자동 닫힘 대기시간을 단축하거나 그 기능을 없애 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닫힘 버튼 선택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버튼 터치도 할 수 없을 만큼 중증장애인이라면 그 사람은 동행인의 도움을 받거나 그럴 상황도 아니면 자동 닫힘 시간까지 기다리면 될 일이다.

교통약자건 아니건 수많은 국민들이 지하철역 승강기 이용할 때마다 불필요한 대기시간 등 불합리성으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서울시의 답변에서 예시한 장애인 추락사고 역시 이러한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한 데서 오는 비극이었다.

그리고 서울시는 닫힘 버튼 조작방지를 푸는 것은 행정안전부의 관련 고시에 위반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역시 납득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 고시 2019-32호인 「승강기안전부품 안전기준 및 승강기 안전기준」에 의하면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는 호출버튼 또는 등록버튼에 의하여 카가 정지하면 10초 이상 문이 열린 채로 대기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닫힘 버튼을 막아두라는 규정은 없다.

탑승자가 없더라도 최소한 10초간은 열어두자는 것인데, 10초 이상이라고 했지만 10초를 적정시간으로 본 것 같다. 그런데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굳이 40초까지 묶어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자동 닫힘 대기시간을 20초 정도로 설정해 두더라도 10초가 넘으면 버튼조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기능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확인했다.

그리고 일부 승강기는 장애인용이라는 이유로 일부러 천천히 진행하도록 해 둔 곳이 있다. 승강기 이동속도와 장애인의 편의·안전과는 관계가 없다. 초고층 건물의 고속 승강기라로 해서 장애인이 불편하거나 위험하다는 근거라도 있는가? 63빌딩이나 100층이 넘는 롯데월드타워의 초고속 승강기를 이용하는데 장애인도 아무런 불편이 없다.

그런데도 장애인용이라는 이유로 속도를 일부러 늦춰서 설정해 놓은 것은 불편을 가중 시키는 또 다른 차별이다. 이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오는 편견인 것 같다.

수도권 전철의 경우에도 별도회사가 운영하는 신분당선은 모든 역사의 승강기가 닫힘 버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부산지하철의 경우는 장애인의 사용이 많은 5개의 역사를 제외하고는 닫힘 버튼이 모두 활성화 되어 있다. 자동 닫힘 대기시간도 충분히 설정되어 있다. 수도권이라도 코레일 운영구간은 승강기를 관리하는 회사별로 다르다. 이것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닫힘 버튼이 활성화 되어 있는 곳이 많다.

전국의 지하철을 모두 확인해본 것은 아니지만, 왜 유독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지하철은 이렇게 답답한지 모르겠다.

서울교통공사는 게시물을 통해, 승강기의 이동속도를 낮추고, 닫힘 대기시간을 20초~40초로 설정되어 있음을 알리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게시물을 통해, 승강기의 이동속도를 낮추고, 닫힘 대기시간을 20초~40초로 설정되어 있음을 알리고 있다. ⓒ소셜포커스
자동 닫힘 대기 시간을 20초 또는 30초로 안내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닫힘 버튼은 눌러도 작동하지 않도록 설정되어 있다.
자동 닫힘 대기 시간을 20초 또는 30초로 안내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닫힘 버튼은 눌러도 작동하지 않도록 설정되어 있다. ⓒ소셜포커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윤*원 2022-09-23 10:13:08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