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치과 진료받으러 원정길 떠나야... "아파도 참는 수밖에"
장애인은 치과 진료받으러 원정길 떠나야... "아파도 참는 수밖에"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10.12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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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중증장애인 구강진료 전담마취의사 단 4명 뿐...
충치치료에도 1년 대기해야... 전신마취비 40만원도 부담
장애인치과센터에서 중증장애인이 진료를 받고 있는 모습.
장애인치과센터에서 장애인이 치과 진료를 받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장애인은 흔한 충치치료조차 1년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 치과병원이 일반치과에 비해 수익성이 낮고,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이하 센터)로 환자들을 넘기게 되면서, 센터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장애인은 기나긴 대기시간과 수십만원의 전신마취비용을 부담해야하는 악순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정부가 장애인의 치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를 설치ㆍ운영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진료비도 지원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 시작 12년째인 올해까지 권역 단위별로 1개소도 설치가 안된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는 올해 7월을 기준으로 중앙센터 1개소, 권역센터 10곳을 포함해 총 11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4개소가 신축 예정에 있지만, 개소 시기는 아직 미정이며 서울시와 전남, 경북, 세종시는 설치 계획도 없는 실정이다.

최근 5년간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전체 환자 수가 2015년 2만9천여 명에서 2019년 6만7천여 명으로 2배 이상 급증한 것을 고려했을 때, 높아지는 수요만큼 구강진료센터의 설치 현황이 미진해 적체현상이 심화되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장애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9년 비급여 전신마취비 1인당 평균 자부담액 (단위: 명, 원) ⓒ소셜포커스(제공=최혜영의원실)

긴 대기 시간의 가장 큰 원인은 전담인력 부족이다.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별 진료 평균 대기 시간을 분석한 결과, 전신마취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의 경우 진료 예약에서 초진까지 평균 22일 이상이 소요됐고, 초진에서 전신마취 진료까지도 평균 106일, 즉 4개월 이상이 걸렸다. 

장애인은 칫솔질이나 치실 사용 등 일상생활에서 자가 구강 관리가 어려워 구강건강에 취약한 편이고, 일부 행동조절이 어려운 장애인의 경우 전문인력 및 전신마취 시설이 없는 치과에서는 진료가 불가하기 때문에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의 충원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인력 현황은 올해 9월 기준 총 376명으로 전담인력은 55명(14%)에 불과했고, 전국에 중증장애인 구강진료가 가능한 마취의사는 단 16명뿐이었다. 심지어 부산센터의 경우 마취의사는 전무했고, 충남센터는 예약에서 전신마취진료까지 대기시간이 최대 1년까지도 소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진료 평균 대기시간 (단위:일/2020년 9월 기준) ⓒ소셜포커스(제공=최혜영의원실)

전신마취비용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국민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은 비급여 본인부담 진료비 총액의 50%를 지원하고, 치과영역 중증장애인은 30%, 경증장애인은 10%를 지원하고 있지만, 환자 1인당 내야하는 평균 자부담액이 40만원에 육박해 이마저도 역부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비급여 전신마취비 1인당 평균 자부담액을 살펴보면,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의 경우 39만7천원을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고, 비수급 중증장애인은 38만4천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의 장애인 환자 진료비 지원 예산이 부족해서 센터 운영비를 진료비로 전용하거나 센터 자비용으로 부담하고 있는데 그 금액 또한 17억7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립된지 1념 남짓한 중앙센터의 경우, 지난해 장애인 진료비감면 지원액과 재료구입비에 대한 자부담액도 1억 4천7백만원으로 조사됐고,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약 5억6천만원의 자비용을 부담해야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인력 현황 (단위:명/2020년 9월 기준) ⓒ소셜포커스(제공=최혜영의원실)

문제를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간 치과에서는 조금이라도 난이도가 있으면 장애인 구강진료센터에 의뢰하는 실정인데, 센터 수는 턱없이 부족해서 환자 쏠림 현상과 긴 대기 시간을 유발하고 있어 장애인은 아파도 참아야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초수급자가 아니더라도 장애인의 소득이 비장애인보다 낮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비급여 전신마취비 지원을 확대해서 장애인들의 비용부담을 경감해줄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구강진료센터의 인력, 예산 부족에 대한 시급한 대책을 강구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장애인에게 돌아오지않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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