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척추 바로잡기에 제격!… "굿볼을 아시나요?"
비뚤어진 척추 바로잡기에 제격!… "굿볼을 아시나요?"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10.21 11: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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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여성회의 자세교정 프로그램으로 선정… "지압보다 덜 아픈데 효과는 더 좋아요!"
회원 호응도 '굿(Good)'… "여성회와 함께 하니 일상에 활력 생겼어요"
여성회, 내년에도 한국장애인재단 지원 받아 프로그램 이어가고파
시각장애인여성회는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을 받아 '자세와 통증을 잡는 여성시각장애인의 건강관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강사의 지시에 여섯 명의 여인들이 일제히 공을 깔고 눕는다. 강사가 천천히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하나, 둘, 셋... 숫자를 다 세고 나니 강사가 다른 크기의 공을 깔고 자세를 바꿔 엎드리라고 말한다. 수강생들은 왼편 머리맡에 놓인 공들을 더듬어 크기를 가늠한다. 강사가 다음 동작을 지시한다. "주무시면 안돼요~" 편안한 동작에 잠에 들어 버렸는지 움직이지 않는 수강생을 깨우기도 한다. 이어지는 지시에 따라 수강생들은 공으로 가슴 아래를 지탱하고 왼쪽, 오른쪽 흔들흔들 몸을 움직인다. 시원하다는 감탄이 종종 터져나온다. 명상인가, 지압인가. 한눈에 보기엔 정체가 모호한 이 운동의 이름은 '굿볼 메소드'이다.

이 생소한 운동을 발견해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은 시각장애인여성회 신윤희 사원이다. 시각장애인 여성들의 자세 교정에 효과가 탁월하면서도,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내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첫 프로그램이었던 필라테스로 대근육을 올바르게 잡아준 뒤, 손이 닿지 않는 소근육을 교정할 수 있는 운동이 없을까 고민하다 '굿볼 메소드'를 발견했습니다. 기존에 여성회에서 스트레칭 교실도 운영하고는 했었는데 맨손 운동만 계속하면 회원 분들이 지루해하실 수 있어서 변화를 주고 싶었거든요. 작은 공으로 하는 운동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던 찰나에 아주 좋은 발견이었어요."

시각장애인여성회는 회원들을 위해 밸리댄스,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을 선정해 신체관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제공=시각장애인여성회)

여성회는 지난 5월 '자세와 통증을 잡는 여성시각장애인의 건강관리 프로젝트'를 개강했다. 8월 24일까지는 필라테스 교실을, 9월 28일부터는 4주에 걸쳐 굿볼 교실을 진행했다. 굿볼 교실은 주 1회, 총 8주 동안 실시하기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개강이 연기되어 주 2회 수업으로 일정이 조정됐다.

프로그램 운영비는 한국장애인재단이 지원했다. 여성회는 한국장애인재단의 여성장애인 단기지원사업 수행 기관으로 선정돼 예산을 지원 받았다. 그 덕분에 외부 학원을 이용할 여유가 생겨 회원들에게 더욱 효과 좋고, 흥미로운 운동을 소개할 수 있게 됐다고.

"시각장애인 분들이 할 수 있는 운동 자체가 다양하지가 않아요. 공간을 넓게 써야하는 운동은 더더욱 불가능한데 제자리에서 할 수 있고, 촉각을 활용할 수 있는 운동을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와 딱 맞아 떨어졌죠. 시각장애인 분들은 눈으로 볼 수 없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에 한계가 있다 보니까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고, 경험하면서 정보의 폭을 넓히는 자체도 좋아하세요."

시각장애인 체험 중인 시민. 흰지팡이를 잡은 손은 항상 앞으로 뻗어야 하고, 지원인의 팔을 잡은 쪽 몸도 앞으로 쏠릴 수 밖에 없다. (사진=News1)

그렇다면 시각장애인 여성에게 자세 교정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각장애인들은 활동지원사와 함께 다니거나, 혼자 다닐 때는 흰지팡이를 짚고 걸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팔을 붙들고 다니는 것,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는 것 모두 한 쪽으로 치우칠 수 밖에 없는 자세여서 골반이 비뚤어지거나 척추가 휘는 것이 다반사다. 게다가 중년 여성의 경우, 관절염이나 신경통, 골다공증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비뚤어진 척추 때문에 더 심한 통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굿볼을 이용한 운동은 이런 증상에 효과적이다. 골반과 항문까지의 근육을 이르는 골반기저근을 회복시켜 척추를 바로세우는 데에 탁월하다. 출산 후 골반 틀어짐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들에게 특히 좋다. 고된 집안일 때문에 생긴 무릎과 어깨 통증도 완화할 수 있다. 강의실 곳곳에 놓인 색색의 말랑한 공은 흔한 탱탱볼처럼 보이지만 운동용으로 특허를 받은 제품이다.

여성회의 건강관리 프로젝트는 새로운 운동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실제 운동 효과를 확인시켜주기 위해 회원들의 체성분 검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뒷모습 사진을 촬영해 기록한다. 다채로운 운동을 경험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몸이 좋아지는 것을 수치로 체감하니 참여자들의 반응도 아주 뜨겁다.

굿볼 수업 중 강사들이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다. ⓒ소셜포커스

요즘 일주일의 대부분을 여성회와 함께한다는 한 참여자와 짧은 대화를 나눠보았다. 여성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지만 굿볼은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운동이었다고 한다.

"오늘 굿볼 수업이 두 번째인데, 공으로 신체 부위를 누르는 동작이 혈액순환을 도와서 편안하고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지압은 보통 굉장히 딱딱한 물건으로 압력을 줘서 아픈데, 말랑말랑한 공으로 누르니 압력이 세지 않아서 아프지 않으면서 순환은 더 잘 돼요."

여성회와 함께한 이후 단조롭던 그녀의 일상에는 활기가 생겼다. 여성회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을 말하며 자연스럽게 지어지는 웃음이 그를 증명하고 있었다.

"요즘은 월요일과 수요일엔 굿볼, 목요일에는 밸리댄스 수업에 가요. 밸리댄스는 많이 대중화는 되어있지만 사실 직접 해보기는 힘든 운동인데 여성회를 통해 해볼 수 있어서 좋아요. 특히 부위를 나눠서 움직이는 동작들이 어렵지만 재미 있어요. 필라테스는 할 때는 굉장히 힘들었는데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 바로 느껴져서 좋았어요. 자세교정 프로그램 전에는 산책 프로그램에 참여해 여기저기 잘 다녔어요. 혼자 가보기 힘든 곳에 가서 산책도 하고, 같이 점심도 먹었습니다."

강의 중 모습. ⓒ소셜포커스

회원들의 반응이 좋으니 프로그램 기획자도 신이 난다. 신윤희 사원은 "한국장애인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회원 분들 반응이 너무 좋아요. 프로그램을 계속 하냐는 문의도 많아서 내년 재단 지원 사업 공모에도 계획서를 제출하려고 해요. 이번에 시도해봤던 운동 중에 가장 호응이 좋았던 운동 2~3가지를 압축해서 프로그램을 꾸릴 생각이에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휴강이 잦아 운동효과가 덜할 수 밖에 없어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내년에는 더 규칙적으로 회원 분들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며 재단 사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국장애인재단은 여성회가 회원들의 일주일을 꽉꽉 채워줄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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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 2020-10-27 14:19:19
누구에게나 필요한 운동인 거 같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