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무 사회복무기간, 썩는 기간 안 되려면...
병역의무 사회복무기간, 썩는 기간 안 되려면...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0.10.22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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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기간은 훌륭한 사회인을 준비하는 값진 기간
다양한 대민경험과 소중한 공익체험 기회로 활용해야
소속기관의 꾸준한 교육 등 주변의 노력도 필요해
무작정 편하게만 해주는 것은 무관심이자 직무태만

몇 달 전 인천의 어느 공원을 취재하면서 겪은 일이다.

공원을 둘러보는 동안 휴대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어서 그런지 어느새 밧데리가 거의 소모되어 버렸다. 공원 내에는 편의점도 있고, 전동 휠체어 충전시설도 있었지만, 그 흔한 휴대폰 충전기는 없었다. 장애인 콜택시도 부르고 해야 하는데, 막막했다. 안내소에 가면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여, 정문에서 가까운 안내소로 찾아갔다.

안내소 출입구는 경사로가 갖추어져 있었지만, 자동문이 아니라서 누군가 열어주지 않으면 휠체어 장애인이 직접 드나들기는 불편하다. 누군가 문을 열어 줘서 들어갔지만, 안내소 안의 직원 사무공간 등 다른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높지도 않은 문턱이 또 휠체어의 통행에 불편을 준다.

안내소에 들어서자 곧바로 마주치는 안내석에는 사회복무요원(과거에는 공익요원이라고도 했다.)이 혼자 앉아서 안내를 담당하고 있었다. 양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무엇인가 듣느라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가서 말을 건네려 하자, 그 복무요원은 양쪽 귀에 이어폰을 빼지도 않은 채 왜 왔느냐고 물었다.

혹시 휴대폰 충전을 할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일언지하에 그런 서비스는 하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서비스까지 원하지는 않았다. 보통의 관공서 민원실에서처럼 충전기가 비치만 되어 있어도 고맙게 생각했을 것이다.

필자는 실망과 난감한 표정으로 안내소를 나가려고 하자, 지나가던 직원이 휠체어를 타고 있는 나의 모습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물었다. 휴대폰 충전할 곳이 없느냐고 했더니, “제가 충전을 해놓을 테니 구경 좀 더 하시다가 찾아가세요” 하고 필자의 휴대폰을 받아들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 직원은 사무실에 있는 다른 직원들에게 “여기에 휴대폰을 충전하고 있으니 나중에 휠체어 타신 분이 오시면 드리세요.”하고 이르고 나서 다시 밖으로 나갔다. 참 친절한 사람이었다.

밖으로 나가서 점심도 먹고 시간을 보내다가, 친절하신 직원들에게 보답이라도 할 요량으로 캔커피 몇 개를 사 들고 안내소로 다시 들어갔다. 휴대폰을 찾으면서 봉지에 싸가지고 온 캔커피를 직원들에게 내밀었다. 직원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괜찮습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충전이 많이 안 된 것 같은데 더 맡기셔도 되는데요." 하면서 한사코 사양했다.

"하나에 천원씩밖에 안 하는 커핀데, 고마워서 그리니 성의를 받아달라."고 했지만, 끝내 전달하지 못했다. 직원들이 성의를 몰라주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섭섭했지만, 이렇게 친절하고 청렴(이런 것을 청렴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한 공무원들을 보니 흡족한 생각도 들었다.

다음은 필자가 공원 안내소 직원에게 휴대폰을 맡기고 밖으로 나가기 전의 상황이다. 이게 이 글의 본론이다.

휴대폰을 맡기고 나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필자는 구경보다도 취재가 우선인데, 사진도 찍을 수 없다. 필자가 공원에 올 때는 장애인 콜택시로 왔지만 돌아갈 때는 전철을 이용하려고 안내석에 있는 복무요원에게 가까운 전철역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다.

복무요원은 “저도 잘 모르는데, 휴대폰 지도로 한번 찾아보세요.” 하면서 귀찮은 표정으로 오히려 공을 필자에게 떠넘겼다. “휴대폰이 사무실에서 충전 중이라 그런데, 지금 보고 계신 컴퓨터로 찾아보면 안 될까요?” 하고 다시 부탁을 했다. 잠시 후에 그 복무요원은 “아무리 찾아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면서 무성의한 대답이 돌아왔다. 귀에는 계속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마침 다른 직원이 지나가기에 같은 질문을 했더니, 내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이 공원의 남문으로 나가시면 바로 전철역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니 이런, 세상에....”

한 숨이 절로 나왔다. 공원시설과 바로 연결된 전철역을 왜 안내를 주임무로 하는 사람만 모르고 있었을까? 설사 전철역이 공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할지라도, 공원의 위치를 묻는 사람에게 안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알고 있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 아닌가? 차라리 안내석이나 안내소가 없었더라면 이렇게 황당하고 분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복무요원은 지도정보를 찾아보기나 했을까?

필자는 여기에서 그 복무요원을 질책하거나 근무 자세를 탓할 생각은 별로 없다. 그 복무요원은 내 아들보다도 어린 사랑스러운 청년이고, 신성한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그 자리에 있다. 장차 이 사회를 이끌어 갈 젊은이의 한 사람이다.

우리는 현역복무가 됐건, 대체복무가 됐건, 그 기간은 그냥 썩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가끔 보게 된다.

장차 나라를 이끌어 갈 사회인을 준비하는 젊은 청년들이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동안을 의미없이 보낸다면 썩는 기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의미있게 보낸다면 많은 사회경험과 대민경험을 통해서 훌륭한 사회인으로 나가는 지혜를 터득하는 값진 기간이 될 것이다. 어떤 기간이 될 지는 당사자의 자질도 중요하겠지만, 전적으로 그 복무요원을 관리하는 복무기관의 관리자와 구성원,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에게 달렸다고 본다.

공원 안내소에서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이 그 복무요원을 그냥 방치한 것은 아닐까? 그냥 잔소리 하기가 싫어서, 아니면 그냥 편하게 해 주고 싶어서... 그러나 이는 무관심이자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사회경험을 제대로 연습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본분이라도 일깨워주고, 맡은 일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시켰더라면 그 정도까지 되었을까?

사회복무요원도 공무를 수행하는 공직이다. 병역법 제26조에는 사회복무요원의 임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 국가기관ㆍ지방자치단체ㆍ공공단체 및 사회복지시설의 공익목적에 필요한 사회복지, 보건ㆍ의료, 교육ㆍ문화, 환경ㆍ안전 등 사회서비스업무의 지원업무

2. 국가기관ㆍ지방자치단체ㆍ공공단체의 공익목적에 필요한 행정업무 등의 지원업무

그리고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규정」(병무청 훈령) 제13조 제2항에는 “복무기관의 장은 소속 사회복무요원에게 공무수행자로서의 정신자세와 직무수행에 필요한 교육을 월 1회 이상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기관장이 직접 교육을 시키라는 뜻은 아니다. 당해 소속기관의 장이나 담당 직원, 그리고 함께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의 몫이다.

사회복무요원에게 공원의 안내를 시키려면 복무요원 배치 즉시 담당직원이 공원 전역을 데리고 다니면서 안내도 시키고, 시민들이 물어볼수 있는 사항들에 대해서도 정리하여 한 번이라도 교육을 시켰더라면 과연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장차 이 사회를 이끌어 갈 준비를 하는 그 청년의 장래를 위해서도 그렇게 방치하는 것은 이 사회의 또 다른 직무유기이다.

직원들의 친절했던 그러한 정신을 사회복무요원에게도 좀 심어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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