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문제가 달렸는데..." 시각장애학생 배려없는 "건강상태 자가진단" 시스템
"등교 문제가 달렸는데..." 시각장애학생 배려없는 "건강상태 자가진단" 시스템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10.26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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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 웹사이트 접근성 떨어져... 문항 답변시 "예/아니요" 음성 안나와 선택여부 몰라...
교육부 "학부모가 대신 체크해도돼" 해명... 기숙생활ㆍ부모 장애있는 경우 "혼자 끙끙"
작년 '행정ㆍ공공기관 웹 접근성 실태조사' 결과 98개 기관 중 "교육부 91번째" 최하위
경기도 수원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거리를 두고 등교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경기도 수원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거리를 두고 등교하고 있다. (사진=뉴스1)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교육부의 온라인 ‘건강상태 자가진단’ 시스템이 접근성 부족으로 시각장애 학생들이 사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강상태 자가진단’ 시스템은 코로나19 교내감염 방지를 위해 도입한 제도로, 학생들이 각 가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증상 여부 등을 점검해서 진단 결과에 따라 등교 여부가 결정되고 출석까지 인정된다.

지난 9월부터 교육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학생 및 교직원의 건강상태 자가진단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초ㆍ중ㆍ고ㆍ특수학교의 학생 및 교직원은 등교 전 ‘건강상태 자가진단’ 시스템에 접속하여 진단 결과를 제출해야한다. 항목에는 ▲섭씨 37.5도 이상,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오한, 근육통, 두통, 미각ㆍ후각 소실 등 ▲2~3일 내 확진자가 다녀간 곳 방문 여부 ▲동거가족 중 자가격리자 여부 ▲최근 14일간 해외여행 여부 등을 입력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해당 시스템이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1’을 준수하지 않고 있어, 시각장애학생들은 사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1’은 장애인, 고령자 등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웹 사이트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국가표준 지침이다. 

서울 소재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시각장애 고등학생 K군은 “로그인에 필요한 버튼에 대체텍스트가 없고, 각 문항에 대한 답변을 할 때 ‘예/아니오’를 눌러도 음성으로는 선택 여부를 알려 주지 않는다. 때문에 아침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진단결과를 제출해야되니 너무 불편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 19 상황에서 긴급히 추진되면서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1’ 대신 자체 접근성 지침을 지켰다"며 "자가진단 시스템 이용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학부모가 대신 체크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해명을 했지만,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과 부모가 장애가 있는 경우에 대한 대책과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교육부는 이전에도 접근성이 부족한 'K-에듀파인' 시스템 개발로 장애인 단체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여전히 교육 당국은 장애인 접근성 문제에 확실한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제공=교육부)
ⓒ교육부 건강상태 자가진단 홈페이지 갈무리

국가정보화기본법 제32조 제1항에는 “국가기관 등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정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 장애인ㆍ고령자 등이 웹사이트와 이동통신단말장치에 설치되는 응용 소프트웨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선ㆍ무선 정보통신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부에서 배포한 ‘건강상태 자가진단’ 앱 및 웹사이트는 국가정보화기본법을 위반한 사례로도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교육부는 ‘2019년도 행정ㆍ공공기관 웹 접근성 실태조사’ 결과에서 평균 점수 90.17점에 미치지 못하는 78.1점을 받아 조사대상 98개 기관 중 91번째로 최하위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들의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인 교육부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비판도 따르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접근성 문제는 늘 반복되어왔는데, 시스템이 개발되고 난 후에야 문제가 지적되니 이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 당사자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장애인 접근성 문제는 문제가 생긴 후 땜질식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시스템 설계시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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