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점자 표기 의무화, 과연 실현 가능할까?
의약품 점자 표기 의무화, 과연 실현 가능할까?
  • 박현정 학생인턴기자
  • 승인 2020.10.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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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법안 발의가 언젠데… 아직까지도 법률 제정 안 돼

[소셜포커스 박현정 학생인턴기자] = 지난 9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안전상비의약품과 보건용 마스크 등 사용빈도가 많은 의약품과 의약외품에 점자와 음성, 수어 영상 변환용 코드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런데 어째서 의약품, 의약외품 및 화장품 점자표기의 의무화는 현재까지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을까?

사실 이 법률안은 지난 2000년, 제16대 국회에서부터 의약품의 점자표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법안이 이미 꾸준히 발의되어 왔었다.

하지만 제16대 국회부터 제21대 국회인 지금까지 법안이 여러 번 발의되었을 뿐 이것이 국회의 문턱을 넘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즉, 의약품이나 의약외품, 화장품 등의 점자표기 의무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의약품 점자표기 의무화 반대 측에서는 대부분의 의약품은 약사 등 전문가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특히 처방용 의약품은 약포지 형태로 조제돼 점자표기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반대의 사유로 제시한다.

또한 용기에 점자를 표기하려면 포장자재의 비용이 상승하고, 이것이 의약품 가격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반대 측의 주요 의견이다.

[점자 표기를 병행한 제약업체의 제품 사례]
[점자 표기를 병행한 제약업체의 제품 사례]

하지만 전문가를 통해 정확한 정보와 의약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하더라도 보관 실수로 인해 약품들이 뒤섞이게 된다면 시각장애인들은 언제든 쉽게 의약품을 오남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와의 특별한 상의 없이 접할 수 있는 의약외품이나 화장품의 경우는 자세한 정보 전달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 제품이 어떤 부작용을 가지고 있는지, 어떠한 방법으로 사용해야 좋은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제품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장품의 용기나 포장에 점자가 새겨져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이 호텔이나 비행기의 어메니티를 사용할 때 세정용품을 로션인 줄 알고 바르는 등의 웃지 못 할 일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고 한다.

사회적 인식의 점진적인 개선 덕분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닥터디퍼런트 등의 몇몇 화장품 업계나 동화약품, 부광약품 등의 제약사에서 자사의 제품에 점자 표기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제품은 넓은 업계와 수많은 제품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점자가 병기된 이퀄베리의 제품. (공식 홈페이지 상품 설명에서 발췌)
점자가 병기된 이퀄베리의 제품. (공식 홈페이지 상품 설명에서 발췌)

안전한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의약품, 식품 등 생필품의 정보는 누구나 동등하게 제공받아야 한다. 공평하지 못한 정보 전달로 인해 시각장애인의 일상과 생명이 보호받지 못한다면 이 역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보의 차별을 근절하려면 국가에서 장애인 의약품 정보접근성을 보장해야만 한다. 즉, 하루빨리 ‘의약품 점자표기 의무화’ 법안이 법률로서 제정되어야 한다.

혹여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법률의 제정만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업계의 부담을 줄여 큰 거부감 없이 해당 법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 기업에 점자 등의 표시에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 정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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