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이면 파우치 하나 뚝딱!” 복사골자립센터 패션양재수업에 가보니…
“두 시간이면 파우치 하나 뚝딱!” 복사골자립센터 패션양재수업에 가보니…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11.02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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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다가 소일거리 하니 즐거워요!”
우리도 사회에 도움되고파… 직접 만든 천마스크 300장 부천행정복지센터에 전달
“빠듯한 센터 살림에 냉난방도 어려워요”… 한국장애인재단 지원사업, 가뭄에 단비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으로 패션양재 수업을 운영하고 있는 복사골장애인자립지원센터를 찾았다. 코로나19로 모이기가 힘들어 수업 진도는 밀렸지만 모두 재단과 봉재가 꽤 익숙한 모습이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활짝 열린 문간서부터 드륵드륵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들 구색을 갖추기 전의 원단을 들고 열심이다. 인사를 건네자 모두 돌아보며 환하게 인사를 건넨다. "혼자 오셨나요?" 기자임을 밝히기도 전에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낯선 이를 먼저 챙긴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이 곳은 부천에 위치한 복사골장애인자립지원센터다.

복사골장애인자립지원센터(이하 복사골센터)는 올해 한국장애인재단의 프로그램 지원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강사 인건비를 지원받아 지난 6월부터 주 2회 장애인과 그 가족 구성원을 선정하여 패션양재수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으로 다양한 수업을 제공할 수 있게 됐지만 역시나 걸림돌은 코로나19였다. 복사골센터의 든든한 기둥, 임세현 사무국장은 코로나19 때문에 한 달여나 수업을 미루게 되어 진도가 많이 밀렸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수강생들은 꽤나 익숙한 듯 미싱을 다루고 있었다.

아직 무엇이 될 지 전혀 알 수 없는 네모난 원단에 가위질을 하는 한 어머니께 다가가보았다. 무엇을 만들고 있냐고 여쭙자 센터 한 켠 테이블 위를 가리키며 가위집을 만들고 있다고 답했다. 손끝을 따라가보니 색색의 봉제품들이 놓여져 있다. 가위집, 파우치, 마스크, 쿠션 등등 종류도, 원단도 다양하다.

수강생들이 직접 만든 물건들. ⓒ소셜포커스

"여기 있는 게 다가 아니라 발매트, 냉장고 커버, 동전지갑도 만들었는데 지인들이 예쁘다고들 해서 하나씩 나눠주고 그랬어요. 아들이 원래 다니던 센터들이 코로나 때문에 다 휴관 중이라 갈 데가 없었거든요. 집에만 있는 것보다 같이 나와서 수업도 듣고, 소일거리라도 하니까 훨씬 좋아요. 잘 배워서 홈패션이나 수선하는 데에서 일도 해보고 싶어요. 양재기능사 실기 시험도 보고 싶고요."

그녀의 아들인 한 참여자는 복사골센터가 패션양재수업처럼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국어·영어 수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손을 정교하게 움직이기가 힘들어 미싱을 쓰지는 못하지만 센터에 나와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마냥 즐겁다.

"옛날에는 부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센터와 범박동 센터에 장애인콜택시타고 혼자 가서 천연비누 만드는 수업도 듣고 요리도 배우고 보치아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나오기가 너무 힘들어서 집에서 밥 먹고 자는 거 밖에 못 해요."

"원래는 요 앞에 구지공원에서 토요일마다 열리던 플리마켓도 코로나 때문에 안 열리더라구요. 내년에 다시 마켓이 열리면 수업에서 배운 기술로 물건을 만들어서 꼭 한 번 내보고 싶어요. 다들 정말 잘 만들었는데 갖고만 있기 너무 아깝잖아요."

아쉬운 목소리로 말을 거든 사람은 30년 경력의 베테랑 강사다. 복사골센터에서 수업을 하는 날이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진다는 그녀에게는 뇌경색으로 편마비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남동생이 있다. 가족들이 생각나 장애인들이 무언가 한다고 하면 달려가 돕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한다.

수업중 모습. ⓒ소셜포커스

"일단 복사골센터 사람들이 너무 좋아요. 분위기부터 너무 화기애애하고 다들 배우려는 의지가 대단하세요. 알려드리는대로 규칙 있게, 시간도 정확히 지켜가면서 만드시고요.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열정적으로 물어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시거든요. 진도가 빠른 분도 있고, 느린 분도 있지만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하시니까 맞춰가는 게 어렵지 않아요."

수강생들이 직접 만든 천마스크.
ⓒ소셜포커스

마음과 손발이 잘 맞으니 마스크 몇 백 장쯤이야 뚝딱 만들어낸다. 복사골센터는 지난 7월 천마스크 300장을 직접 만들어 부천동행정복지센터에 기부했다. 본을 뜨는 팀, 재봉하는 팀, 포장하는 팀으로 나눠 한몸처럼 움직였다. 기부한 마스크는 지역 어르신 가정에 전달됐다. 다들 하고 있는 화려한 패턴의 마스크가 바로 그 마스크였다.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수강생들은 300장 분량의 마스크 재료비도 기꺼이 내놓았다.

복사골센터는 아직 지자체로부터 비영리단체 인가를 받지 못 한 소규모단체다. 지자체 지원 없이 순수히 회비로만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회원 수도 충족했고,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인가를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임세현 사무국장.
ⓒ소셜포커스

"비영리단체로 인가를 받아서 예산을 지원 받으면 좋을텐데 인가가 너무 힘들어요. 오로지 회비만으로 운영하는 것도 심사 기준에 들어가서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받는 것도 어려워요. 아마 2017년 이후로 경기도에서 인가를 받은 소규모단체가 한 군데도 없는 걸로 알아요. 회원 수 100명은 이미 충족했고 열악한 상황에 이 사업, 저 사업 많이 하고 있지만 쉽지 않네요."

그녀는 한국장애인재단 사업과 같은 예산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되지 않으면 이런 수업도 마련하기가 힘들다며 아쉬운 듯 웃었다. 자립생활 4대사업인 동료상담, 정보제공과 의뢰, 권익옹호활동, 자립기술 프로그램은 기본으로 하고 있고, 지역 독거노인 가정을 위한 매트리스 클리닝, 김장 나눔 등 공익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사정을 듣고 나니 늘어선 미싱 몇 대가 눈에 들어온다. 수업을 시작한 지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손때가 꽤 짙어보였다.

"원래 공업용 1대, 가정용 3대를 구했었어요. 그런데 가정용은 수업을 하기에 한계가 있고 불편해서 공업용을 자비로 더 구했어요. 새 제품은 1대에 180만 원이라 새 걸로 충당하는 건 생각도 못 해봤고, 중고 4대를 110만 원을 주고 구했어요. 지자체에서 지원 받는 예산이 전혀 없다보니까 괜찮은 수업 장비 구하는 것도 어려워요."

복사골센터는 아직 비영리단체 인가를 받지 못한 소규모 단체다. 예산이 부족해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수강생들이 항상 즐겁게 임하고 있다며 임세현 사무국장은 고마워했다.
ⓒ소셜포커스

미싱 뿐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수업 환경을 갖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임세현 사무국장은 겨울이 다가오는 게 벌써 무섭다. 여름은 창문을 열어놓고라도 버텼지만 겨울이 다가오면 비장애인들보다 추위를 더 타는 장애인들이 버틸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올 여름 장마가 너무 길어서 항상 습했잖아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시원한 물 한 잔 마실 정수기도, 냉장고도 없어요. 있는 거라고는 선풍기 두 대 뿐이었는데 모두 불평 한 마디 없이 즐겁게 수업해주셔서 감사하죠. 내년에는 비영리단체 인가도 받고, 지원사업에도 더 많이 선정돼서 시설을 제대로 갖출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장애인재단의 프로그램 지원사업은 지역사회 곳곳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소규모단체들이 천천히 자라날 수 있는 단비 같은 존재가 되어주고 있었다. 앞으로 복사골센터가 무럭무럭 자라 지역 장애인들에게 튼튼하고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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