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대승 거둔 유망팀, 인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토브FC'를 만나다
3:1 대승 거둔 유망팀, 인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토브FC'를 만나다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11.12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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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재단 덕분에 원정 경기도 다녀왔어요”… 재단 지원에 소속감도, 사기도 UP!
전문 선수라는 자신감 생기니 대인관계, 가족관계도 좋아져
비장애인 선수단 장애인 선수단과 경기 꺼려, 인식 개선 이루어지길
인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가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풋살팀 '토브FC'의 훈련지를 찾았다. 포항에서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지난 10월 23일, 포항 원정경기에서 3:1로 대승을 거둔 발달장애인 풋살팀이 있다는 소식에 그들의 훈련지를 찾았다. 그들을 만난 곳은 인천 송도 트리플스트리트 옥상 구장이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선수들은 쩌렁쩌렁한 기합을 내지르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승리의 주인공은 인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가 운영하는 '토브FC'다. 올해 창단된 토브FC는 현재 전문체육팀 8명, 생활체육팀 7명 총 15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전문팀은 풋살에 대한 기초 지식과 경기 운영능력을 갖췄다고 심사를 통해 평가 받은 선수들로, 생활체육팀은 경기 능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열정이 가득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에 힘입어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는 인천 유일의 발달장애인 풋살팀이다.

양준섭 감독. ⓒ소셜포커스

이들을 이끄는 사람은 양준섭 감독이다. 구장 한 켠에서 선수들을 주의깊게 바라보다 적재적소에 예리하게 조언한다. 2017년부터 인천남고등학교 축구부 코칭을 시작한 그는 비슷한 시기에 지인의 권유로 봉사활동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전문팀이 아닌 협회 풋살 동호회 감독이었지만, 감독으로서 맡은 첫 번째 팀이라는 생각에 열정이 넘쳤다. 그러나 비장애인 엘리트 선수들만 이끌었던 양 감독에게 발달장애인 선수단을 이끌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뜻대로 나가지 않는 진도에 소통 방식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코칭 내용을 이해를 잘 못 하는 것 같아 '내 발음이 안 좋은가?', '코칭 실력이 부족한가?'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제가 여태껏 접해온 훈련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게 문제였던 거예요. 그 후로는 훈련 난이도를 낮추고, 좀 더 쉬운 단어로 간단명료하게 소통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훈련 내용을 조금씩 흡수하고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양 감독은 선수들의 잠재된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10월 초, 비장애인 선수단과 친선경기도 주선했다. 경험해본 적 없는 빠른 경기 운영 속도에 실점은 많았지만 승리보다 값진 패배였다고 말한다.

토브FC는 지난 10월 23일 FC포항바이오파크와 친선 경기에서 3:1로 승리를 거뒀다. ⓒ소셜포커스

"강한 팀과 겨뤄보고 나면 얻는 게 많아요. 경기 흐름을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대처 능력도 배울 수 있어요. 발달장애인 풋살팀인 FC포항바이오파크와 친선 경기를 앞두고 비장애인 팀과 뛰어본 경험이 확실히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토브FC의 골키퍼이자 주장인 정훈남 씨도 비장애인 선수단과의 경기에서 느낀 바가 많았다.

"그렇게 공이 많이 날아온 것은 처음이었어요. 아무래도 저희 선수들이랑 패스하는 것부터 좀 다르더라구요. 경기 속도도 빠르고, 플레이가 좋았어요. 그 날 경기가 실력 향상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인천 트리플스트리트 옥상 구장에서 선수들이 패스 훈련을 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양준섭 감독은 앞으로 장애인, 비장애인 선수단과의 경기를 더욱 많이 주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실력이 많이 향상된 생활체육팀 선수들을 전문팀으로 차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다만 바라는 점은 비장애인 선수단의 인식 개선이다.

"비장애인팀은 장애인팀과 경기를 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합니다. 장애인 선수들과의 경기에서 지면 외부에서 실력에 대해 질타를 받을까봐 아무리 친선 경기라고 해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요. 장애인 선수들도 비장애인 못지 않게 최선을 다해서 훈련하고 있는데 무조건 '약한 팀'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훈련 내내 그들을 따뜻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는 사람은 인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의 김미주 간사다. 항상 선수들을 가족처럼 챙기다보니 매일매일 변해가는 그들의 표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녀는 선수들이 풋살을 시작한 후로 눈에 띄게 달라졌다며 기뻐했다.

"참여자 중 예전에는 집 밖에도 거의 안 나가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관심사를 공유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사교활동을 하면서 사회성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연령대가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으로 다양한 편인데도 다들 잘 어울리면서 즐겁게 훈련하고 있어요.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는 사적으로 만나기도 하고요. 또 전반적으로 몸이 건강해지니까 자신감도 붙는 것 같아요."

풋살을 시작한 이후로 많이 가까워졌다는 최두민, 최두호 형제(왼쪽부터). ⓒ소셜포커스

풋살을 시작한 뒤로 가장 많은 변화를 보여준 것은 최두호, 최두민 형제다. 가족이지만 성향이 많이 달라 데면데면했던 형제는 함께 풋살을 배우며 많이 가까워졌다고 한다. 변화가 두드러지는 사람은 동생 두민 씨다. 풋살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는 누구보다 강했지만 사교성이 많이 부족했다던 그는 이제 환한 웃음으로 인터뷰에 응할 정도로 밝아졌다.

김미주 간사는 "두민 씨는 항상 사람을 피해서 구석을 찾아다녔어요. 이제는 말은 많이 안 해도 잘 웃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게 예전보다 훨씬 편안해보여요. 사교성이 좋아지면서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니까 실력도 일취월장이에요. 포항에서도 한 골 넣은 우리 팀 주역 공격수입니다"라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미주 간사는 빠듯한 인력에 팀 매니저와 팀 닥터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다소 어려운 환경이지만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 덕에 운영이 한결 수월했다며 웃으며 말했다.

포항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 ⓒ소셜포커스

"우선 후원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선수들 사기, 소속감이 많이 진작돼요. 지금은 날씨가 추워져서 협회에서 지급한 훈련복을 입고 있는데, 경기에서는 한국장애인재단이 지원한 단복을 입었어요. 포항 원정경기 때는 식비, 숙박비 등 경비도 지원 받았구요. 그냥 우리끼리만 훈련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진짜 선수로서 경기를 뛴다는 걸 직접 느끼니까 다들 책임감을 갖고 훈련에 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 그녀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발달장애인 풋살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다.

"포항팀은 저희보다 규모가 커서 그런지 관중석이 그렇게 휑하게 비어있지는 않더라구요. 그게 가장 부러웠어요. 우리 선수들도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에 힘을 받고 뛰는 날이 오기를 바라요.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한편, 인천발달지적장애인복지협회는 전문풋살팀의 규모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시, 체육 협회와의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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