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아름다운 인생”... 장애인 원예치료로 '힐링'해요!
“꽃보다 아름다운 인생”... 장애인 원예치료로 '힐링'해요!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11.16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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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꽃다리IL센터 장애인 원예치료 현장, “향긋한 꽃내음 맡으며 꽃바구니 만들어요”
코로나19로 수업 때 겨우 외출... 비대면도 쉽지않아 “장애인단체 직원들도 난감해요”
ⓒ소셜포커스
시흥장애인자립생활센터(수수꽃다리IL센터)의 장애인 원예치료 수업을 참관했다. 이 수업은 올해 한국장애인재단의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수업들로 풍성하게 꾸며지고 있다. 상반기에는 라이스클레이 수업을, 하반기에는 원예치료 수업을 진행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입구부터 풍기는 향긋한 꽃냄새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그 곳, 시흥장애인자립생활센터 ‘수수꽃다리’ 원예치료 수업을 방문해 과정을 들여다 보았다. 꽃내음 물씬 나는 현장에서는 금일 쓰일 꽃다발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오늘은 가장 인기가 좋은 ‘꽃바구니’를 제작하는 날이다. 빨간 들장미가 고혹적인 자태를 뽐내자, 순백의 흰 장미도 함께 어우러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두 꽃을 들고 향기를 맡았다.

장미꽃을 들고 향기를 맡는 교육생들의 모습. ⓒ소셜포커스

“원래 좋은 향기를 가진 꽃은 가시가 드센 법이에요. 빨간 들장미가 ‘나 건드리지마!’하면서 자신을 뽐내고 있죠? 그만큼 가시가 드세니까 손질할 때 조심해야돼요!”

모두 가위를 들고 꽃 손질에 나섰다. 줄기 밑과 가시를 잘라내고 잎은 2개만 남긴 채 다 떼어낸다. 타고난 모습 그대로도 참 아름답지만, 꽃도 선물로서 기쁨이 되려면 자신의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들을 잘라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줄기와 가시를 잘라내고 잎을 떼어내야 비로서 장미꽃도 바구니에 담길 준비를 하게 된다. ⓒ소셜포커스
편백으로 꽃바구니의 높이와 넓이를 재본다.

오늘의 주인공 ‘장미’를 빛내주기 위해 멋진 조연이 되어주는 ‘편백’도 손질해본다. 손마디로 대충 길이를 재서 자르고 꽃바구니를 돌려가며 둥글게 꽂으면 바구니의 전체적인 높이와 넓이를 정할 수 있게 된다.

수업 끝자리에서 누구의 도움 없이도 척척 해내는 길선옥 씨(지체장애인/50대)는 매시간 출석도장을 찍는 모범생이다. 길 씨는 “제가 원래 꽃을 참 좋아하는데요, 코로나19 때문에 집에만 있다보니 힘들었어요. 그런데 수업에 나와서 꽃을 만지니까 모든 잡념도 고민도 사라지고 너무 좋은거에요. 직접 만든 꽃을 들고 네 바퀴 자동차(전동휠체어)를 타고 집에 가노라면, 그 꽃이 시들기까지 한동안은 제 마음이 행복하고 힐링이 돼요”라고 말했다.

“장미와 또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안개꽃이죠! ‘정열적인 사랑’을 뜻하는 장미와 ‘죽음’을 뜻하는 안개를 함께 놓으면 '죽도록 사랑해'라는 뜻이 돼요. 장미가 잘 보이도록 안개꽃은 항상 장미보다 낮게 꽂아주세요“

조영준 씨가 만든 테라리움.

흐뭇한 미소로 안개꽃을 바라보고 있는 조영준 씨(뇌병변장애/40대)에게 말을 걸었다. 손이 불편한 그는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테라리움’을 꼽았다. 테라리움은 유리 화분에 물을 주지 않고 식물을 재배하는 방식으로 잎에 물이 많은 다육식물을 활용하고 있다. 조 씨는 ”그 날 제가 심었던 다육식물이 생전 처음 본 특이한 식물이라 기억에 남았어요. 그리고 마사토를 깔고 식물 주변에 색모래를 돌려가며 넣으니까 무늬도 생기고 너무 신기했어요“라고 말했다.

오늘 수업에서 만든 꽃바구니를 보고 웃고 있는 조영준 씨. ⓒ소셜포커스

정신없이 꽃 사진을 찍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옷을 잡아당겼다.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김세진 씨(지적장애/30대)다. ”선생님, 엄마, 할아버지“ 할 수 있는 단어는 몇 개 안되지만, 원예치료를 나오는 날에는 수도 없이 단어들을 반복하면서 신나는 마음을 표현한다고 한다. 취재하는 것이 신기했는지 이내 동그란 눈으로 카메라를 쳐다보는 그녀다.

Q. 세진 씨와 원예치료 다녀보시니 어떠세요?

세진이가 전보다 훨씬 밝아졌어요.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 장난기가 많아서 모르는 사람도 몸을 만지거나 옷을 들추기도 해요. 친근감의 표시죠. 그런데 이런 행동을 이해받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고,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외출이 더 어려워지다보니 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이 더 없어졌어요. 그래도 원예치료 오는 날에는 평소 외출보다 더 편안한 마음으로 나올 수 있어서 좋아요. 원예치료의 경우 가시를 제거하거나 잎을 떼는 등 가위를 쓸 일이 많아서 제가 대신해줄 때가 많은데, 상반기 프로그램인 라이스클레이나 쿠킹클래스를 할 때는 세진이도 신나서 반죽도 치대고, 모양틀도 찍으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어머니(오른쪽)와 활동지원사(왼쪽)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김세진 씨의 모습. ⓒ소셜포커스

Q.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었는데,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네 맞아요. 그런데 원예치료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꽃을 대하니까 마음도 차분해지고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두 달이나 쉬었는데, 한겨울이 되면 장애인들은 감염위험 때문에 외출이 더 어려워져요. 원예치료 수업이 또 열리면 다시 참여할 계획이에요. 너무 기다려집니다.

꽃바구니의 장점은 360도 어느 각도에서나 꽃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꽃바구니이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는 그대로 각기 매력적인 모습으로 완성이 되어갔다. 작품 완성이 더딘 늦깎이 수강생들을 돕다보니, 김미애 강사의 마음도 분주해진다.

Q. 수강생들과 소통하면서 수업을 이끌어가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김미애 강사

감사합니다.(웃음) 벌써 원예치료 수업을 나간지 8년이 되어가네요. 원예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꽃을 좋아한다“라는 것이에요. 꽃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을 설명해주면 다들 집중해서 듣고 신기해하고요, 또 눈으로 보고 코로 향기를 맡으니 감각 발달에도 좋고 가위질이 많다 보니 소근육 발달에도 좋아요. 무엇보다 꽃은 보고만 있어도 사람에게 ‘치유’의 물질을 전해주잖아요. 저도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꽃이라는 매개체로 함께 놀고 간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어요.

Q. 수업 준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오늘 같은 경우 꽃바구니 수업이니까 꽃바구니, 플로랄폼도 준비해야하죠. 플로랄폼 스펀지를 물에 담가놨다가 바구니에 들어갈 크기로 다 잘라야하고요. 생화라서 꽃을 미리 사다놓을 수 없으니 하루 전날 꽃시장 가서 꽃도 다 사고요. 물에 안 담궈놓으면 생화는 하루 만에 또 시들거든요. 다 꺼내서 물에 담가놨다가 수업 오기 전에 빼서 차에 싣고 오는 것까지 이런 작업들이 조금 힘들어요. 그래도 오늘은 재료가 적은 편이에요. 식물심기하면 흙도 사야하고, 화분에, 식물도 박스채로 다 가져와야 하는데 오늘은 아주 양호한 편이에요.

바구니에 장미꽃과 편백을 360도로 돌려가며 꽂으니 어느새 꽃바구니의 형태로 완성되어간다. ⓒ소셜포커스

Q. 그동안 만든 작품들 소개 부탁드려요! 

첫 시간에는 기본적인 ‘꽃’에 대해서 전문용어도 섞어가면서(웃음) 설명해드리고 다육식물, 공기정화식물, 또 흙이 아닌 물에서 자라는 수경식물도 키워봤어요. 축하꽃으로 많이 쓰이는 서양난 아시죠? 흙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바크라는 전나무 껍데기를 가지고 식재를 하는데, 이렇듯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특이한 식물들을 위주로 체험해볼 수 있게 준비했어요.

또 장애유형에 따라서 지체장애인의 경우 가위질이 어려울 수 있어서 정교하게 하지 않고 어림으로 길이를 잡는다거나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연구했어요. 발달장애인의 경우 집중력이 부족해서 보호자분들이 도와주시지만 금방 산만해지니까 재미난 소재를 활용해서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요. 첫 시간에 꽃바구니를 했는데 오늘 마지막 수업에도 꽃바구니로 마무리를 하게 됐네요.

장미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안개꽃까지 가득차게 꽂아주고 리본을 달면 꽃바구니 완성이다. ⓒ소셜포커스
장미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안개꽃까지 꼼꼼하게 꽂아넣고, 리본까지 달아주면 꽃바구니 완성이다. ⓒ소셜포커스

수수꽃다리 김수연 담당자는 원예치료가 복지관에서 하는 흔한 프로그램 중 하나라는 것을 알지만, 이용자들의 수요가 높아 꾸준히 수업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한국장애인재단(이하 재단)의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상반기에는 라이스클레이와 하반기는 원예치료 수업으로 더욱 풍성하게 꾸릴 수 있게 됐다. 재단의 ‘프로그램 지원사업’은 2005년부터 ‘다름이 또 다른 힘이 되는 세상’을 모토로 사단법인, 비영리 장애인 단체를 비롯한 당사자 자조모임까지 수많은 장애인 단체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김수연 담당자

김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처음에는 비대면으로 진행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장애인분들은 혼자서는 따라가기 힘들어하세요. 또 갈 곳이 없어서 수업 때만 밖에 나오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비대면으로 돌려버리면 아에 나올 기회가 없어져버리니까 그 점도 염려됐구요. 그래서 조금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방역을 철저히 하고 모든 이용자들에게 일일이 대면 수업 의사를 묻고, 수업 일수를 앞당겨서 빠르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했어요. 실제로 수수꽃다리 직원들 먼저 ‘퇴근 후에 바로 집에 가기 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저희 수수꽃다리는 IL센터 중에서도 정말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장애인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장애유형에 따라 손을 쓰시는 분은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데 아닌 분들은 제약이 많고, 또 저희 센터에는 지체장애인이 많은데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을 많이 꺼려하더라구요. 지하철을 타고 와야하는데 감염 위험 때문에 두려워하구요... 아마 장애인 단체들이 모두 지금 시기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거에요. 최대한 당사자분들의 의사를 반영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직원들 모두 힘을 모아 노력해가겠습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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