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원 설립, 이대로 괜찮을까” 제정법률안 공청회 열려
“사회서비스원 설립, 이대로 괜찮을까” 제정법률안 공청회 열려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11.17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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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시선 다각도 조명, "무리한 추진 위험, 선도 모델 만들어 확대해야"라는 의견 지배적
양난주 교수 "민간시설 압도적.. 폐해 많아 공공서비스 확립 불가피하나 민간도 같이 살아야"
신창환 교수 "국가직영으로 노동자 처우·임금개선 효과 글쎄... 서비스질 향상에 초점맞춰야"
금일(17일) 오후 2시 제9차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사회서비스원 관련 법률안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보건복지부 박인석 사회복지정책실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사회서비스원 확대를 두고 사회복지 전문가들의 발언이 조명됐다. 금일(17일) 열린 제9차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사회서비스원 관련 법률안을 검토하는 공청회가 마련됐다. 

사회서비스원이 환영받지 못하는 주된 이유 중 한 가지는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사회복지 공공성 강화’를 명목으로 민간사회복지시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시설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까다로운 서비스를 제공해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목표이지만 정작 민간시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차별성이 없다는 점 또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양난주 대구대학교 교수는 민간시설의 폐해를 이야기하며 정부의 사회복지서비스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정부가 이용자에 대한 바우처나 수가 등을 지원하면서 사회복지 인프라를 시장에 전적으로 맡기게 되니, 80~90%의 자영업자가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게 됐다. 개인 소규모 단체는 대부분 보육과 장기요양에 치우쳐있는데,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서비스만 제공한다는 점과 평가 직전에 일제히 문을 닫고 평가 후에 다시 신설하는 기관도 15~20%에 달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 또한 투자 자금을 회수해야하니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도 많아 어린이집 급식문제, 장기요양시설 식사문제가 이슈가 되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라며 설명했다.

양 교수는 저출산 고령사회라는 특징과 코로나 정국을 바라보았을 때, 앞으로 가족에게 서비스를 전적으로 맡길 수 없고, 가까운 지역사회에서 믿고 이용할 수 있는 공공기관의 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간시설의 종사자 처우나 급여수준이 정부의 지침대로 따라왔음에도 개선 정도가 미비하니 공공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지적하며, 수가 향상과 제도적인 정비가 선행되어 민간도 같이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한다고 피력했다.

허준수 숭실대학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반면 숭실대학교 허준수 교수는 사회서비스원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현 사회서비스원 운영방안을 살펴보면 새로운 국공립 시설을 확충하는 방안보다 시설평가를 통해 평가점수가 낮은 시설들을 사회서비스원이 회수하여 위탁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신규발주하는 사회서비스 기관을 사회서비스원이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기 때문에, 민간 비영리기관들의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 사회적 자본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도지사가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해서 운영하면 지역의 특성을 살린 사회서비스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정작 국공립 시설 확충을 위해 현존하는 기관평가에 대한 시·도지사의 의견이 지배적일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시·도지사의 사적인 견해에 따라 수십 년간 사회서비스를 제공했던 민간기관에 대한 위탁이 철회되어 사회서비스원의 시설로 이관될 확률도 높다는 주장이다.

실제 201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 지역에서는 사회서비스원 임원 및 관리자 등의 선출에 시·도지사의 견해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했고, 시·도지사가 교체될 때마다 인사 구조에 영향을 미쳐 중립적인 운영이 어려웠다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정부와 지자체가 아닌 중립적인 기관에서 시설 평가를 진행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신창환 경북대학교 부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한편, 신창환 교수는 사회서비스원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의 한계점을 짚었다. 신 교수는 “국공립 시설 운영을 주로 민간법인 등에 위탁해왔고, 사회복지사 처우가 열악하다보니 그 결과 사회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대다수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시설의 급여수준과 근무조건은 정부의 사회복지시설 임금가이드라인 및 각종 지침, 고시 등 규제를 따르고 있어 민간위탁 자체가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의 하향화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사회서비스원은 직접 고용 방식으로 근로조건을 향상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공공이 직접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 서비스 질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명확한 경험적 연구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복지관 시설 평가 결과에서도 직영의 서비스 질이 우수하다는 근거도 찾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게다가 임금·고용체계가 다른 상황에서 서비스원 직영기관의 운영방식이 민간에게 일종의 지침과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면, 민간기관의 반발은 서비스 단가 인상 요구 혹은 또 다른 편법적 서비스 제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양난주 대구대학교 교수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결국 전문가 모두 사회서비스원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직까지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성급한 추진이 자칫 일선 사회복지 현장의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이미 현장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는 측면이다.

양난주 교수는 “7만개의 사설 업체가 있는데 정부가 10~20%를 맡는다고 민간시설과 경쟁이 되고 이익을 침해한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무분별하게 공공영역이 민간시설의 역할조차 빼앗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선두 모델을 개발을 선보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라고 설명했다.

신창환 교수 또한 법안조차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시범 사업의 성과를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할 것을 제언했다. 공공직영의 비율을 확대해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오려면 사회서비스원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용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 전반적인 복지서비스 품질 향상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사회서비스원 확대와 「사회서비스원법」 제정을 두고 필요성과 우려의 시선 속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한국지체장애인협회를 비롯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등 장애단체들이 잇따라 반대 성명서를 내면서 사회서비스원을 둘러싼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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