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과 계단 없애주세요!" 신촌에 울려퍼진 뿅망치 소리의 정체는?
"턱과 계단 없애주세요!" 신촌에 울려퍼진 뿅망치 소리의 정체는?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11.18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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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이 있는 삶' 2탄은 신촌에서... 턱ㆍ계단 있는 상가 앞에서 뿅망치질 퍼포먼스
일부 상가 점원들 "난감"... "그럼 경사로를 설치하든가" 장애인과 팽팽한 대치
금일(18일) 오전 '생활편의시설장애인 접근 및 이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층이 있는 삶 프로젝트, 수상한 플래시몹 2탄'을 진행하기위해 신촌 거리에 집결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장애인에게는 '커피 한 잔의 여유'조차 허용되지않는 것인가!" 금일(18일) 오전 뿅망치를 든 장애인들이 신촌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1층이 있는 삶 프로젝트'라는 슬로건 아래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편의점, 커피전문점, 약국, 음식점, 제과점, 미용실 등 생활편의시설 앞에서 플래시몹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 개선 촉구를 외치고자 나왔다고 밝혔다. 

'장애인등편의법' 20주년이었던 2018년 장애인단체와 공익소송 변호사들은 '생활편의시설 장애인 접근 및 이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꾸렸다. 공대위는 대한민국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편의점, 커피전문점, 숙박시설 등에 대해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진행했고, 일부 업체가 책임을 회피하는 데에는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경진 노등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와 이태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팀장이 장애인의 원활한 생활편의시설 이용을 위해 '장애인등편의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은 1998년 4월 11일 이후에 건축되거나 재축, 용도변경된 바닥면접 300제곱미터(약 90평 이상)의 공중이용시설들에만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약국과 편의점 등 공중이용시설의 경우 건축시기와 바닥면적의 크기에 따라 예외를 두고 있지만, 공대위는 20여년 전에 제정된 '장애인등편의법'이 대한민국 헌법과 장애인권리협약 등 상위법에도 현저히 미치지 못하고, 장애인 권리 범위를 매우 소극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다혜 변호사

정다혜 장애인법연구회 변호사는 "지인이 이번 '1층이 있는 삶'의 슬로건을 듣더니 왜 1층만만이냐고 되묻더라. 장애인은 비장애인이 갈 수 있는 모든 층에 갈 수 있어야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럴 수 없는 현실에 마음이 무척 갑갑했다. 장애인은 1층에서만이라도 커피를 마시고 목이 마를 때는 음료수를 사고 코로나로 마스크가 필요할 때는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거리로 나와야만 돌아봐주는 현실이 너무나 서글펐다"라고 토로했다. 

공대위는 지난주 플래시몹 1탄을 광화문 광장 근처 상가에서 진행하고, 금일 2탄은 신촌 사거리 일대 버ㅇㅇ, 맥ㅇㅇㅇ, 베ㅇㅇㅇㅇㅇㅇㅇ, 공ㅇ 등 유명 프랜차이즈 상가 앞에서 진행했다. 

장애인들이 경사로 없이 계단만 설치되어있는 버ㅇㅇ 상가 앞에서 뿅망치를 두들기며 플래시몹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약속장소에 모여 짧은 시간 동안 황당한 행동을 한 뒤, 순식간에 흩어지는 플래시몹의 특성상 이날 역시 상가를 불시에 방문해 매장 앞 계단과 턱을 뿅망치로 두들기며 시위를 하자, 상가 점원들과 공대위 간의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승헌 활동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이승헌 활동가는 "플래시몹의 특성상 허락을 구하고 진행하는 게 아니다보니 기분이 나쁘실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각 상가 앞에서 플래시몹을 한 게 채 1분도 안된다. 무엇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까지하는 것인지, 무엇을 도와주면 좋을지 묻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비난만하는 모습에 오히려 놀랐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날 플래시몹에 참여한 추경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직원들이 짜증내는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라. 당신들(비장애인)은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는 곳을 장애인은 못 들어간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냐. 짜증만 내지말고 턱과 계단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토로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영연 간사는 "지난주에 이어 2주째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데, 방문했던 곳 어디에서도 점주나 직원이 '무엇때문에 오셨어요?'라고 묻지않았다. '경사로가 없어서 불편해요'라고 건의를 해도 어느 곳도 들어주지않았다. 너무 놀랍고 화가난다. 과연 장애인을 고객으로 생각했으면 이렇게 대처했을까싶다. 결국 '장애인등편의법'이 개정되어야만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이기에 국회의원을 비롯한 시민들 모두 우리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공대위는 지난주 광화문 광장 근처에서 플래시몹 1탄을 진행하고, 금일(18일)은 신촌 사거리 일대 버ㅇㅇ, 맥ㅇㅇㅇ, 베ㅇㅇㅇㅇㅇㅇㅇ, 공ㅇ 등 유명 프랜차이즈 상가 앞에서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플래시몹 퍼포먼스 중 일부 상가 직원들의 항의에 장애인들과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셜포커스

한편 '1층이 있는 삶 프로젝트, 수상한 플래시몹'은 매주 수요일 11시에 진행된다. 공대위는 오는 25일(수) 11시에는 이화여자대학교 방향 신촌 일대 상가에서 진행할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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