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할만한 일 없어" 장애인 외면하는 신의 직장
"장애인이 할만한 일 없어" 장애인 외면하는 신의 직장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11.20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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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장애인 정규직 채용 2년간 '0명'… 채용률 5년 연속 1%대
전장연, 금융공공기관 중증장애인 고용률 제고 촉구하며 19일 두 차례 기자회견
"할 일 없는 게 아니라 안 찾은 것" 장애인식개선 및 홍보 직군 신설 요구
금융공공기관들이 "장애인이 할만한 일이 없다"며 장애인 의무고용 책임을 외면하고 있어 장애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평균 연봉이 1억에 가까워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공공기관이 중증장애인 의무고용 책임을 외면하고 있어 질타를 받고 있다.

(배진교 의원 국정감사 자료 재구성)

올해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바에 따르면, 9개 주요 금융공공기관 중 법적 장애인 의무고용률 3.4%를 지킨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올해 금융공공기관 실고용률 평균은 2.98%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장애인고용부담금은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에는 8억6천만 원이었던 고용부담금은 2019년에는 22억9백만 원으로 2.5배 급증했다. 지난해까지 집계된 총 누적액은 약 60억 원이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당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2016년 월 최저임금은 1,260,270원, 2019년에는 1,745,150원으로, 증가율은 38.4%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자연증가치를 감안하더라도 가파른 추세다.

그 중에서도 한국산업은행의 장애인 고용률은 5년 연속 1%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2년간은 장애인을 단 1명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금융 공공기관의 중증장애인 고용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지난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었다. (출처=배진교 의원실)

이에 지난 19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이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직접 제기했던 정의당 배진교 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한국산업은행 앞에서 중증장애인 직무개발 등 노력을 통해 고용률 제고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국회 기자회견에서 배진교 의원은 "9개 공공기관이 납부한 고용부담금 누적액 60여억 원 중 89.3%를 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이 차지한다"며 "솔선수범해 장애인 고용률을 준수해야 하는 공공기관이 부담금을 납부한 것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고용률을 높일 선제적 조치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대표는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장애인고용부담금이 너무 적기 때문에 공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장애인 고용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공공기관은 적당한 인재가 없기 때문에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력만 운운하지 말고 이번 기회를 통해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발언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는 "발달장애인인 내 자녀는 물리치료사 보조 일을 하고 있다. 분명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도 장애유형과 직무를 분석하지 않으니, 장애인고용률 위반이 계속되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장애인 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직무개발에 힘써줄 것을 요구했다.

(왼쪽부터 김동호, 주민수, 곽남희 활동가) ⓒ소셜포커스

이은 오후 회견에서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발언을 이어갔다. 서울피플퍼스트센터 김동호 활동가는 "23살 때,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한 달 일하다 그만뒀다. 일이 느리고 목소리가 작아서 사회복지사가 나오지 말라더라.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은 돈이 있어서 나름 재밌었지만 평생 백수로 산다고 생각하니 마냥 편하지 않고 불안했다"며 장애인에게도 직업 생활이 꼭 필요함을 토로했다.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민수 활동가는 "해외에서는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취업할 기회를 준다. 장애인도 사람이고 세금 내는 장애인도 있다. 일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왜 한국은 장애인의 일할 권리는 무시하나"라고 발언하며 장애인고용률 제고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곽남희 권익옹호활동가는 "설마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싫어서 고용 안 하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미국에서는 채용한 시각장애인을 위해 키보드를 개조하고, 휠체어 탄 사람을 위해서는 높이가 조절되는 책상을 둔다고 하더라"라며, 우리나라 기업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의 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은행에서는 장애인 직원을 만나본 적이 없다. ATM기기에 점자 오타가 있다는 동료들이 많은데 그런 오타 모니터링 사업을 하는데 장애인을 고용해도 되지 않나. 지금 금융공공기관들은 오타는 오타대로 놔두고, 벌금은 벌금대로 내고 장애인에 대한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공공기관 측의 고용 의지 부족'이라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오후 회견 끝에 전장연 측은 인사채용국장과 면담에 성공해, '한국산업은행 장애인 의무고용 추진을 위한 정책 제안서'를 전달했다.

이 제안서는 △장애인 고용 목표 KPI 수립 등을 통한 의무 고용 적극 이행 △UN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른 장애인식개선 및 홍보 직군 채용 도입, 크게 2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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