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무서워요" 피해아동 트라우마 겪는데도… "교육 목적, 악의 없었다"
"선생님, 무서워요" 피해아동 트라우마 겪는데도… "교육 목적, 악의 없었다"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11.26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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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먹인 깍두기 못 뱉게 입 막고 강제로 양치 시켜
1심 뒤집고 '무죄' 판결… 가해 교사, 유죄 판결에 2차례 불복
해당 교사 비슷한 사람만 봐도 머리 때리는 등 자해까지
만 4세 장애아동을 학대한 유치원 특수교사에 대해 2심(항소심)을 담당한 서울지방중앙법원이 "괴롭힐 의도가 없는 행동"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이 판결을 규탄하고자 26일(목) 오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자폐성 발달장애 아동에게 식사와 양치 교육을 한다며 학대를 가한 유치원 특수교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장애아동 부모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26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해당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2017년 3, 4월 서울 강동구 소재의 모 유치원에 신규 부임한 특수교사 A씨는 급식시간에 깍두기를 먹지 않겠다며 우는 B군의 입을 강제로 벌려 음식을 집어넣었다. 숟가락을 입에 밀어넣고 뱉어내지 못하게 입을 강제로 막았다. 또 양치를 거부하며 화장실에서 발버둥을 치며 우는 아이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은 채 칫솔을 억지로 집어넣었다.

학대 사실은 같은 유치원의 방과후 교사와 교육실무사의 내부 고발로 부모에게 알려졌다. 사실을 알게 된 B군의 어머니는 면담을 요청했으나, 특수교사 A씨는 출장을 이유로 회피했다. 이에 B군의 부모는 이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약식 재판과 1심에서는 이 교사의 행위를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로 인정해, 벌금 300만 원과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2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심의 판결을 뒤엎고 특수교사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에 B군의 부모와 검사 측은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피고인 A교사는 가해 사실을 부정하며 약식 재판과 1심 판결에 불복했다. ⓒ소셜포커스

피고인 A씨는 약식 재판과 1심 결과에 두 차례나 불복하며 "식사나 양치를 교육하는 것은 정서적 학대행위가 아니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만약 그런 행동을 했다면 어떻게든 밥을 먹이려고 교육적인 의도로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에는 고의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교육을 목적으로 한 악의 없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나동환 변호사는 "피고가 교사이기 때문에 재판부가 그의 행위에 교육적 목적이 전혀 없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본다"라면서도 "하지만 피고는 장애아동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교육받은 특수교사이며, 본인의 행위로 인해 아동이 극도의 공포와 고통을 느끼고,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몰랐을 리가 없기에 괴롭힐 의도가 없다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고 주장했다.

피해아동 B군의 어머니. ⓒ소셜포커스

실제로 피해자 B군은 4년 전 당한 학대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정서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회견에서 B군의 어머니는 "그 일을 겪고 난 후, 아이는 늘 그늘진 얼굴을 하고 있다. 먹는 것과 양치질에 대한 두려움이 극심하고, 해당 교사처럼 안경을 쓴 여자를 보면 등 뒤로 숨어 '선생님, 무서워요'라며 스스로 머리를 때리는 자해행동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만 4세 특수아동은 우리 아이 한 명이었다. 말 그대로 특수한 아이라 비장애인 아이들보다 세심한 배려와 보살핌이 필요하다. 아이의 발달을 위해 우리 부부는 혼신을 다해왔지만 일련의 학대 행위를 겪고 난 후, 아이의 상태는 점점 악화됐을 뿐"이라며 피고 A교사의 행위가 B군의 발달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준 학대 행위임을 재차 강조했다. 

부모연대 서울지부 강동지회장은 "매일 아침저녁 '감사합니다', '수고하십니다' 허리 숙여 인사하며 등하원 시켰다. 그 교사가 아이에게 학대를 자행한 사람인 줄도 모르고 B군의 어머니는 늘 감사를 표하며 머리를 조아렸다"며 분노를 표했다. 이어 "특수교사라면 자신의 행위가 장애아동에게 끼칠 영향을 모르고 행동할 수 없다. 항소심의 허탈한 판결 앞에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세상을 두려워하게 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판결을 보면서 우리 아이를 생각했다. 아이는 수많은 고통 앞에 스스로 변호하거나 저항하지 못했다. 교사도 아이가 당한 일상의 고통을 눈감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28살이 된 지금까지도 12년 학창시절이 지옥이었다고 말한다"며 "2심의 어처구니 없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바로잡히지 않는다면 우리는 법을 떠나 다른 어떤 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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