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꽉 막힌 것 같아요" 마스크 의무착용에 청각장애인 '불통' 호소
"세상이 꽉 막힌 것 같아요" 마스크 의무착용에 청각장애인 '불통' 호소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11.30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스크 때문에 입모양 볼 수 없어 직원들 사이에서 소외감 느껴
"청각장애인입니다" 밝혔는데… 공공기관에서도 불청객 취급
장애벽허물기, 대책 촉구 기자회견 개최… "정부 지침에 개인이 대처할 수 없어"
마스크 의무 착용으로 인해 소통이 더욱 어려워지며 청각장애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은 3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안전을 위한 마스크 의무 착용이 일부 장애인들에게는 세상과의 단절을 불러 일으키며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지역 확산이 극심해지며 방역당국은 10월 한 달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11월 13일부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대중교통이나 의료기관, 일반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 실내뿐만 아니라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 미착용 시에는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나 이 조치 시행 이후, 청각장애인들의 사회 활동은 더욱 어려워졌다. 

한 청각장애인은 "세상이 온통 꽉 막힌 것 같다. 직장에서 직원들끼리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마스크 때문에 하나도 안 보인다. 바짝 긴장해 직원들의 태도를 살피고 상상만 할 뿐이다. 자신이 외계인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장애벽허물기 측에 심리적 고립감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다수의 청각장애인들이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는 오늘인 3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참여했다.

청각장애인 당사자 김정기 씨.
ⓒ소셜포커스

청각장애인 당사자 김정기 씨는 "물건 값이 적혀있지 않을 때, 점원에게 물어볼 수가 없다. 물건이 대충 2,000원인 것 같으면 3,000원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는다. 집에 그렇게 생긴 동전이 엄청 많다. 나 말고도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겪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다"라고 수어로 발언했다.

이어 김정기 씨는 지인의 사례를 통해 청각장애인들이 일반 공중시설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조차 편의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음을 밝혔다. 김 씨는 "한 지인은 인감 때문에 주민센터에 갔는데 마스크 때문에 난감했다고 한다. 지인은 서툰 발음이지만 청각장애인이라고 말했는데 공무원은 글씨를 안 써주고 마스크를 쓴 채로 계속 말을 했다더라. 스마트폰에 글씨를 써서 보여주니 그제야 미안한 듯 표정을 지으며 필담을 했다고 한다"고 발언했다.

김정기 씨는 "적어도 공공기관, 복지시설에서는 장애인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달라. 또 코로나19 정부브리핑에서 청각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언급하는 등 국민들의 인식 개선에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통역을 하는 동안은 마스크를 쓸 수 없어 감염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어통역사들도 정부 대책을 요구했다.

한현명 수어통역사.
ⓒ소셜포커스

한현명 수어통역사는 "수어통역사들은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마스크를 쓸 수 없어 감염 위험이 크다. 시국상 수어통역을 거부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닌데, 1급 전염병으로부터 개인 이 안전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정부 차원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수어통역을 요구하는 사람이 방역 실시 사실과 안전에 대해 확인시키고, 안전치 않은 상황에서 통역을 거부할 권리 등을 명시한 표준양식을 마련해달라. 또 수어통역사들이 투명칸막이나 별도의 공간 등 안전한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수어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장애벽허물기 김철환 대표 또한 "방역단계 1.5단계까지는 100명 이하 인원이 모일 수 있어 행사가 아예 없지 않다. 그런 자리에서 통역을 할 때, 1~2시간 정도 마스크를 못 끼는데 객석에 있는 분들이 기침이라도 하면 굉장히 불안불안하다"고 말했다.

장애벽허물기는 청각장애인 외에도 비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할 시 긴장감으로 인해 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 공황장애, 자폐성 발달장애와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하기 어려운 뇌병변장애, 안면장애 등 장애유형도 함께 언급하며, '마스크 의무 착용에 따른 장애인 등의 문제 해결 방안마련 제안서'를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

회견에 참석한 시청각, 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이 청와대 측에 제출할 제안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소셜포커스

주요 요구 사항은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장애인에 대한 별도 지침 마련, 청각장애인에 대한 국민인식개선, 수어통역 요청자의 안전한 통역 환경 확보 규정 명시, 투명마스크 등 방역물품 공공기관 비치 등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