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첫 국정감사를 마친 장애인 국회의원들의 소감은?
21대 첫 국정감사를 마친 장애인 국회의원들의 소감은?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12.02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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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총, 장애계의 핫이슈 담아 정책리포트 401호 발간
21대 장애인 국회의원 이종성, 최혜영, 김예지 인터뷰 담아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이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 장애계의 핫이슈는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장애인정책리포트(제401호)를 발간했다. 이번 정책리포트는 21대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다뤄진 장애계 주요 이슈와 개선방안을 다루고 있다. 국감장에서 활약이 돋보였던 장애인 비례대표 이종성, 최혜영, 김예지 의원의 소감을 들어봤다. 

(본 인터뷰는 한국장총의 정책리포트 401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첫 국정감사를 주관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성공적인 국정감사를 위해 어떻게 준비를 하셨는지요?

 

이종성 : 국회의원이 되고 첫 번째 국정감사를 모두 마쳤습니다. 야당 초선의원으로서 부단히 현장을 뛰어다니며 의견을 청취했는데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장애인이 처한 생활환경과 복지환경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더 꼼꼼하게 살펴보지 못한 것은 아닌지, 더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아직 내년도 예산안과 법안 심사가 남아있기 때문에 긴장 늦추지않고,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던 사항들 역시 제대로 개선될 수 있도록 꼼꼼히 살피겠습니다. 

최혜영 : 일단 보좌진들과 보건복지 분야에서 중요한다고 생각되는 아이템과 제보를 모두 정리 하고 계속 회의를 했어요. 충분한 요구자료를 통해 현황과 문제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것을 중심으로 질의서를 만들었고요. '선택과 집중'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언론이 크게 주목하지 않아도 우리가 꼭 이야기해야 할 것들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김예지 : 피감기관별 업무보고 자료 및 현안과 등원하기 전 기관 이용자로서 관찰했던 문제점 등을 토대로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어요. 이렇게 취합된 자료들을 보좌직원들과 함께 꼼꼼히 읽고 분석하며 질의를 준비했습니다. 

국민의힘 이종성 국회의원 (사진=이종성 의원실)

국정감사에서 제시한 이슈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요? 

 

최혜영 : 중요한 이슈가 너무 많았어요. 올해는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형국이었기 때문에 장애인 대응책이 중요했고 장애인활동지원 65세 연령제한 폐지도 절실한 이슈였다고 봐요. 무엇보다 31년 만에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이후 도입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의 문제점에도 주목했고요. 이번 국감에서 모두 다루지는 못했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커뮤니티케어 정책에서 중요한 '탈시설'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것과 장애인 ‘돌봄’ 문제를 다룬 것이 의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종성 : 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서 복지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복지시설들이 장기 휴관에 돌입하면서 장애인의 유일한 외부활동이 단절됐잖아요. 발달장애인의 경우 왜 집에만 있어야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으로 도전적 행동을 보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요. 게다가 돌봄 공백은 고스란히 가족의 몫이 되어서 '코로나 블루'를 넘어서 절망감과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이르는 '코로나 블랙'으로 확산되고 있고요. 

그럼에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장애인을 직업처럼 선택이 가능한 광부와 농부에 비유하면서 장애감수성이 전혀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죠. 단순한 비접촉 방식의 서비스만으로는 장애인 수요에 맞는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어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기존 대면 서비스 위주의 복지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처절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예지 : 국가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률, 장애인생산품 우선 구매제도를 불이행한 것이 주목해야할 이슈가 아닌가 싶습니다. 장애인 접근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점, 문화재청 소속 기관 가운데 배리어프리 인증기관이 전무했던 점, 궁궐 등의 무장애 관람 환경조성 사업의 부실함 등도 지적했습니다. 관련하여 설계 단계 부터 장애단체의 자문과 장애 당사자 의견 청취를 꼼꼼히 해줄 것도 요청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국회의원 (사진=최혜영 의원실)

국감에서 논의된 사항 중 임기 내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은요?

 

최혜영 : 이번 국감에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가진 분을 참고인으로 모셔서 일상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 지 직접 듣는 자리를 가졌어요. CRPS는 아직까지 15개 장애유형에 포함되지않아서 이 분은 어떤 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있거든요. 저는 장애유형이나 장애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생물학적 손상으로 인해 서비스가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우리 사회가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애’에 대한 정의나 개념에 대해서 우리 사회에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이종성 : 지난해 장애등급제 폐지로 '장애인 서비스지원 종합조사’가 새롭게 도입이 됐지요. 하지만 활동지원서비스 급여량 판정을 받은 2,370명(7.6%)의 장애인이 기존 인정조사에 비해 급여량이 하락했고, 하락시간이 월 평균 ▼53.2시간에, 최대 월 ▼241시간까지 감소됐습니다. 복지부는 급여량이 하락된 장애인에 대해서 산정특례제도를 만들어서 3년간 기존 급여량을 보존하고, 이후에는 이의신청 제도를 통해 개별적으로 구제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혜영 의원님이 말씀하셨듯 CRPS, 뚜렛증후군 등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하는 사례와 관련해서 지난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김용진 이사장에게 질의를 했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저 또한 이런 문제들이 현장감 있는 정책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김예지 : 문제 제기한 어떤 과제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사안들이 신중히 검토되어야 하는 만큼, 3년 반 남짓 남은 임기 내에 완벽하게 무언가 해결한다는 것은 거짓말 아니면 졸속 정책으로 그 실효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해결책이든 모두를 만족 시키는 결과를 도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과제별 개선 진행 상황을 면밀히 확인하고, 현장에서 느끼는 실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 해결에 가까울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김예지 :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제작한 천연기념물·동물 점자 감각책에 대해 문제 제기가 아닌 칭찬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남아요. 당시 문화재청장님이 국감에서의 칭찬은 처음이라고 하셨던 말씀도 기억에 남습니다. 

최혜영 : 듣던 대로 국정 감사 준비를 위해 수많은 보좌진이 애쓰는 모습을 보았어요. 저희 의원실에도 열정적인 보좌진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그런 문화를 조금 바꿔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하루는 모든 보좌진을 모아놓고 "나는 의정 평가나 언론에 주목 받는 ‘국감 스타’ 등에는 관심이 없으니 늦은 야근이나 주말 근무는 자제하고 즐겁게, 오래 같이하자"고 이야기했어요. 야근과 주말 근무를 하는지 안 하는지 체크하겠다고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제 말을 듣지 않더라구요(웃음). 보좌진들에게 미안함과 함께 큰 고마움을 느껴요. 

이종성 : 국정감사 2일차에 참고인 질의가 있었어요. 이때 21살 발달장애 아들을 돌보는 어머님께서 코로나19 장기화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을 전달하고자 어려운 걸음을 해주셨거든요. 어머님께서는 "코로나19가 확산되니 평생교육센터가 긴급돌봄으로 변경됐다. 센터 휴관으로 온전히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가 얼마나 위험한지, 왜 자신이 밖에 나가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밖에 나가고 싶다는 느낌이 있을 땐 벽에 머리를 박고 소리를 지르며 온 몸으로 화를 표현한다"면서, 장애인 감염병 대응 매뉴얼도 전혀 홍보가 안되서 이용할 수 없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3차, 4차 추경심사 등 상임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마주할 때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장애인 돌봄서비스의 공백 문제를 살펴봐달라 호소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장애인과 그 가족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되려 장애인을 (광부, 농부에 비유하며) 모욕하는 장관의 모습을 보며 직접 장애인을 참고인으로 세워 그 어려움을 들려주고자 했어요. 박능후 장관께서 국감장에서 했던 답변대로 현실적인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주시길 촉구하며, 저 역시 장애인과 그 가족의 어려움이 하루빨리 개선될 수 있도록 소통해나갈 것입니다. 

지난 22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돌봄 공백'으로 죽어간 장애인 가족의 비극을 이야기하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책임을 물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마지막으로 향후 활동 계획과 포부 부탁드립니다.

 

이종성 : 벌써 국회에 들어온 지 5개월이 지났고 첫 번째 국정감사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정파에 치우치거나 특정 유형·단체의 입장만 고집하지 않고, 장애인 복지 전반에 걸쳐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장애인은 삶과 죽음 사이의 극단적인 상황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는 것을 알기에, 장애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작은 실천과 행동들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수와 소수가 서로 포용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구현되길 희망하며, 저 역시 진정성 있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의정활동에 임하겠습니다.

김예지 : 장애인 당사자이자 장애예술인으로서 장애예술인들이 더욱 활발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튼튼히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기술 발달로 편의가 일상화가 되어가는 시대에 점점 소외되어가는 노인·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접근성 이슈에 대해 알리고 개선책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최혜영 : 우선 21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만큼 그리고 제가 장애계 비례대표로 국회에 온 이상 장애인들을 위한 법안 마련과 정책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당장은 모든 장애인들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사회와 격리되어 거주 시설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안으로 탈시설지원법 제정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임기 전에 국회 모든 시설을 유니버셜 디자인으로 재설계하고 싶어요. 국회부터 먼저 장애인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하고 다가갈 수 있을 때,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포용사회를 구현하는 기초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격려와 질책으로 늘 지켜봐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14일 열린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국회의원이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지난 14일 열린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국회의원이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한편, 이번 호에서 다룬 국정감사 속 장애계 주요 이슈들에는 △장애인 건강권 △장애인 편의시설 및 정보접근 △장애인 고용 및 소득 △장애인 문화·교육·체육 △장애인 인권 등이 다뤄졌다.

한국장총은 "지속적으로 논의된 사항들임에도 아직 남아있는 과제들이 많은 것은, 장애인단체 및 당사자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점검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장애계는 국회에서 언급되었던 문제점들을 법과 제도 안에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한다"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지난 12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화재청의 문화유적 접근성 관리가 소홀하다며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지적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지난 12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화재청의 문화유적 접근성 관리가 소홀하다며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지적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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