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지니의 3번째 소원은... "탈시설지원법" 발의, 장애계 "환영"
알라딘 지니의 3번째 소원은... "탈시설지원법" 발의, 장애계 "환영"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0.12.10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인권선언의 날 72주년 맞아 최혜영, 장혜영 의원 포함 68명 공동발의
장애계, "묵은 소원 하나 풀었다"... "탈시설 넘어 시설 폐쇄까지 나아갈 것"
금일(10일) 장애계의 오랜 소원이었던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탈시설지원법)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비롯한 총 68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법안 발의를 알리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애니메이션 알라딘 아십니까. 램프에 갇혀살았던 지니는 알라딘에게 3번째 소원으로 자신의 자유를 빌어달라고 말하죠.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것. 그것은 이 세상 그 어떤 마법과 보물보다도 값진 것입니다. 알라딘은 마지막 세 번째 소원으로 지니에게 자유를 선사합니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지니의 소원처럼 탈시설 거주 장애인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금일(10일) 장애계의 오랜 소원이었던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탈시설지원법)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비롯한 총 68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최혜영 의원은 애니메이션 알라딘 지니의 이야기를 빗대며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램프 속 지니처럼 자신의 삶에서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탈시설은 정부 국정과제이고, 이미 오래된 논의이니만큼 모쪼록 해당 법률안이 장애인 당사자에게 내가 주인이 될 수 있는 알라딘의 3번째 소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탈시설지원법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42번에 해당한다. 정부는 △탈시설지원센터 설치 △자립지원금 지원 △임대주택 확충 △대구희망원 문제 해결 등을 약속하며 임기 내에 탈시설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최헤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최 의원은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 72주년을 기념해 법안을 발의한만큼 탈시설 정책에 대한 현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요구했다. 서구 국가들은 1970년대부터 시설의 문제점에 주목하고 탈시설 관련 법안을 제정해 정책을 추진해온만큼 탈시설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또한 대한민국 정부에 장애인인권 모델을 기반으로한 탈시설화 전략 개발과 장애를 이유로 자유 박탈을 전제하는 현행법률조항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고,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현 정부에 탈시설 로드맵 구축을 권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앙정부 차원의 탈시설 정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금일 함께 기자회견장에 선 장혜영 의원 또한 남다른 감회를 내비췄다. 장 의원은 실제 18년 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지내온 여동생의 탈시설을 도왔고, 등원 전 제작했던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을 통해 탈시설 당사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바 있다.  

장 의원은 "저보다 한 살 어린 저의 발달장애인 여동생은 넉넉하지 않은 집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장애인 거주시설에 보내져야했다. 부끄럽지만 시설에서 사는 것이 더 나은 보호라는 어른들의 말을 나조차도 믿어왔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느날 갑자기 살고 있던 집과 가족을 떠나 홀로 낯선 곳에서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타인의 결정에 따라 기약없이 살아가야하는 삶은 절대 더 나은 보호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라며 회상했다. 

탈시설지원법은 전체 4장 총 53개 조항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장애인 탈시설을 10년 안에 완료하기 위한 한시법이다.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세우고, 선택권·자기 결정권 등 장애인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법안에는 ▲장애인 탈시설 전후로 필요한 체계 구축 및 국가와 지자체의 관련 책무 명시 ▲장애인탈시설위원회 설치 및 운영 규정 마련 ▲탈시설 장애인 초기 정착 지원금 ▲공공임대주택 우선 제공 ▲주거유지서비스 및 시설 단계적 축소와 폐쇄에 대한 지원 ▲인권침해 시설에 대한 조치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이 금일(10일) 국회 앞에서 '탈시설지원법 입법발의 환영 및 제정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소셜포커스

한편, 동 시간대 국회 앞에서는 '탈시설지원법' 발의를 환영하는 장애인 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오늘 정말 역사적인 날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해외는 탈시설지원법을 넘어서 시설폐쇄법이 만들어지고 시설들이 해체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서야 탈시설지원법을 발의했지만, 10년 내 모든 시설들이 해체될 수 있도록 시설폐쇄법도 제정해야한다. 아직도 2만6천명의 장애인이 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탈시설지원법 제정해야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도 발언에 나섰다. 이 변호사는 "사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는 탈시설이 무엇인지 정확한 명칭조차 없었다. 오늘로서 법안에 탈시설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이 법은 단순히 장애인을 탈시설 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 및 지원센터의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인권침해의 문제가 있는 시설을 포함해 거주시설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도록 되어있다. 법안이 통과되는 날까지 많은 분들이 힘을 실어주시길 바란다"라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