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청와대 연설 수어통역 제공해야
인권위, 청와대 연설 수어통역 제공해야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0.12.15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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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진정은 기각했지만… "청와대에 일차적 책임 있어"
장애벽허물기, "인권위 입장 환영… 수어통역사 조속히 배치해달라"
지난 22일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을 포함한 장애인 단체들이 청와대 앞에서 '청각장애인의 알권리 확대를 위한 청와대 진정'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소셜포커스(사진=장애벽허물기)<br>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와대는 주요연설 등을 중계 할 때 수어통역을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지난 11일 성명서를 발표해 환영 의사를 드러냈다. (사진=장애벽허물기)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청와대의 주요연설을 중계하거나 영상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할 때 수어통역을 제공하라는 입장을 지난 8일 밝혔다.

이은 11일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은 인권위의 입장 표명을 환영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 당시, 이를 생중계한 방송사는 지상파를 포함해 총 12개이다. 그 중 5개 방송사(KBS, MBC, SBS, MBN, KTV)만 수어통역을 제공했다.

이에 대해 장애벽허물기는 농인의 채널 선택의 자유가 침해당했고, 수어통역사마다 조금씩 다른 표현으로 인해 균일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을 우려가 있다며 5월 12일 청와대를 대상으로 차별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지상파방송사와 공익채널(KTV)에서 수어통역을 제공했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 없이 편의 제공을 거부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건을 기각했다. 그러나 청와대에 수어통역을 제공할 일차적 책임이 있다며 "연설 중계나 홈페이지에 게시된 동영상 등에 수어통역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애벽허물기는 "인권위의 입장 표명을 다시 한 번 환영하며, 조속한 수어통역사 배치를 청와대에 요구한다"고 성명서를 통해 강조했다.

장애인권단체의 지속적인 요구와 인권위의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공식 연설 영상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어떤 편의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한편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 영상에는 수어통역은 물론 자막조차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인권위의 청와대에 대한 입장표명을 환영하며, 청와대는 하루 빨리 수어통역사를 배치해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청와대의 주요연설을 중계하거나 영상을 청와대 홈페 이지에 게시할 때 농인(聾人)의 실질적 정보 보장을 위하여 수어통역을 제공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지난 8일 내놓았다.

지난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을 맞아 대국민 특별연설이 있었다. 당시 연설을 생중계한 방송사는 지상파방송사 등 12개였다. 하지만 이 가운데 5 개(KBS, MBC, SBS, MBN, KTV) 방송사만 수어통역을 제공했다.

농인들이 수어통역이 있는 방송만을 봐야하는 등 선택권에 제한된 것이다. 또한 방송사마다 배치된 수어통역사들의 수어표현이 조금씩 달라 연설 내용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낳을 우려도 있었다.

즉,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은 국민 누구나 차별 없이, 올바르게 시청할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이를 올바로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더 나아가 청와대 홈 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연설이나 영상에도 수어통역이 제공되지 않아 농인들에 게 제약이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우리 단체는 청와대를 차별진정(5월 12일)을 했다. 청와대는 행정전반을 총괄하는 기구로서 “한국수화언어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을 관련 법률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수어의 권리보장이 미흡하고, 농인들의 정보접근환경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 건을 기각했다. 수어통역 제공이 없는 방송사가 있지만 다수가 시청하는 지상파방송사는 물론 공익채널(KTV)에 수어통역이 있었고, 자막 등 다른 수단도 일부 있어 정당한 사유 없이 편의 제공을 거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청와대의 책무와 정보권의 측면에서 연설 중계나 홈페이지 동영상 게시 등에 수어통역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청와대가 수어통역을 제공할 일차적 책임이 있고, 청와대 홈페이지의 영상이나 주요 내용을 수어로 농인들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더 나아가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언어임으로 농인들의 실질적 정보접근 보장을 위해서 수어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우리 단체는 몇 년 전부터 공공기관의 수어통역사 배치 운동을 해왔다. 대표적인 곳이 정부, 국회, 청와대이다. 다행히 지난해에 정부정책 브리핑 자리에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었고, 올해 들어 코로나19 정책브리핑 수어통역사 배치, 국회 기자회 견장 수어통역사 배치도 진행되었다. 

청와대 수어통역사 배치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20대 국 회에서는 국정감사에 참석한(2019.10.2.) 당시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정운현)이 수어통역사 배치를 청와대 건의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위가 내놓은 입장표명은 환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 단체는 청와대에 요구한다. 청와대는 인권위의 입장표명을 받아드려 청와대 춘추관에 수어통역사를 배치해라. 지정된 통역사가 청와대에서 수어통역을 하도록 하여 (코로나19 브리핑 수어통역과 같이)중계를 하는 모든 방송사에, 같은 내용의 수어통역을 내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수어통역을 하루 빨리 제공해야 한다. 이를 통하여 청와대의 소식과 정보를 농인들도 자유롭게 수어로 홈페이지의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단체는 인권위의 입장 표명을 다시 한 번 환영하며, 조속한 수어통역사 배치를 청와대에 요구한다.

2020년 12월 11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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