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장애인 차별 행위, 언제쯤 개선될까?
신한은행의 장애인 차별 행위, 언제쯤 개선될까?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0.12.21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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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점들과 옥외ATM기 등 다수 시설 장애인 이용 불가
6개월 전 본지의 문제점 지적에도 개선의지 안 보여
장애인 접근 보장하지 않으면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
전국에 수많은 차별시설 추정, 차별행위는 인권침해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서울의 한폭판 남대문 뒤에 신한은행 본점 건물이 있다. 그리고 건물 바로 옆에는 옥외 ATM(현금인출기)가 있다. 이곳은 대한민국 1번지라 할 수 있는 세종대로 거리다.

본지는 지난 7월 3일자로 신한은행의 본점 건물 출입구와 주변 ATM기 등에 대한 장애인 불편사례를 보도한 적이 있다. ATM기의 단차와 주출입구에 이르는 경사로의 요철현상, 주출입구 자동문 미설치 등으로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거나 불편하다는 내용이었다.

그 보도 이후에 은행 본사 홍보부에서 연락이 왔다. 보도에서 지적한 사항은 여건이 되는대로 시정할 예정이며, 이번 기회에 전국의 옥외 ATM기를 모두 점검하여 장애인들의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개선할 것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왔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났다. 최근에 확인해 보니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건물 구조를 바꾸는 것도 아니고,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도 아닌데, 무슨 여건이 아직도 안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러면 신한은행의 다른 지점은 어떨까? 필자가 살고 있는 수원을 대상으로 몇 군데 취재를 해봤다.

수원중앙지점의 경우다. 중앙지점이라 하면 10개도 넘는 수원의 지점 중 가장 중심에 해당하는 지점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지점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접근할 수 없다. 주출입구는 5개의 계단이 절벽처럼 가로막고 있으며, 이런 경우 당연히 휠체어 통행용 경사로가 필요함에도 그러한 시설은 갖추지 않았다.

계단 옆에 아주 조그마한 휠체어 표식이 보였다. 벨을 누르면 도와준다는 안내 문구도 보였다. 그런데 평일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까지만 가능하고, 토요일이나 공휴일에는 이용할 수 없다고 씌여져 있었다. 그 시간 외에 현금인출기라도 이용하려면 아예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벨을 눌러봤다. 아무리 기다려도 반응이 없었다. 평일 오후 4시 이전인데도 그렇다. 설사 사람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100Kg이 넘는 전동휠체어를 5개의 계단으로 올려 줄 장사는 없을 것 같다. 두 명이 나와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벨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관리부실로 고장이 났거나 기능을 상실했을 것“이라는 상상이 들었다.

아니면 ”은행 직원이나 청원경찰 아저씨가 나와 통장이나 카드를 건네받고 비밀번호를 알고 가서 용무를 대신 봐주는 시스템“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러한 기능마저도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실제로 그러한 시스템을 운영한다면 이는 정당한 편의 제공이 아니다.

진정한 편의제공은 휠체어 장애인도 아무런 도움이나 간섭없이 자력으로 자신의 용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그곳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수밖에 없다. 건물 옆 화단의 일부 면적까지 활용한다면 공간은 충분해 보였다. 이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에서도 편의시설을 갖춘 은행은 얼마든지 많다. 신한은행의 다른 지점도 마찬가지다.

그 은행에 전화를 걸어서 휠체어 장애인이 들어갈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답변은 이랬다.

“휠체어 통로는 따로 없어요. 건물이 오래된 데다 구조상 어쩔 수가 없습니다. 1층에 경사로를 설치하면 되겠지만 우리 맘대로 할 수도 없구요. 관리책임은 케이비증권에 있습니다.”

그 직원이 도움벨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 보면 도움벨이 있다는 것도 모르거나, 도움벨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등기상 1~2층은 신한은행 소유이고, 3~4층은 케이비증권 소유다. 9층 건물이고 엘리베이터도 2대나 있는 대형건물이다. 7~8층은 보험회사 사무실이다. 모두가 공적 공중시설인 금융기관이다. 1층에 휠체어 접근로만 있다면 장애인도 9층까지 자유롭게 오갈 수가 있겠는데, 너무 원망스럽다.

은행 직원은 1층에 휠체어 접근로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1층 소유주인 신한은행에서 책임지고 시설을 해야 함에도, 왜 3~4층을 쓰는 케이비증권의 핑계를 대는지 알 수가 없다. 설사 케이비증권의 지분이 더 많다 해도 그렇다. 1층에 필요한 시설이라면 1층 소유주가 설치해야 할 것이 아닌가?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 같이 협의를 해서라도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신한은행 수원중앙지점
신한은행 수원중앙지점 ⓒ소셜포커스
신한은행 수원중앙지점 장애인을 위한 도움벨, 하지만 무용지물이다.
신한은행 수원중앙지점 장애인을 위한 도움벨, 하지만 무용지물이다. ⓒ소셜포커스

다음은 같은 수원에 있는 신한은행 송죽동점의 경우다.

이 건물도 은행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2개의 계단을 거쳐야 한다. 휠체어는 접근할 수 없다. 그런데 은행 출입구에는 그 계단 위로 폭이 1m도 안 돼 보이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임시방편으로 설치된 그 경사로는 경사로가 아니라 계단 위에 그냥 걸쳐놓은 철판이다. 계단 각도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엄청나게 가파른 구조다.

기울기를 측정해보니 29도가 넘었다. 휠체어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기울기는 3.18도(부득이한 경우 4.76도까지 허용)이니 안전기준의 9배(완화기준을 적용해도 6배)를 초과한 것이다. 휠체어가 도저히 올라갈 수 없다. 무리하게 오르내리다가는 그대로 추락하거나 전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편의시설이 아니라 엄청난 위험시설이다.

이 점포는 신한은행에서 일부 임차한 건물이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도저히 갖출 수 없는 시설이라면 그런 곳에 점포를 열어서는 안 된다. 공공성이 높은 공중시설을 설치할 때는 그러한 조건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사규 등 내부 규정으로 점포 및 ATM기 설치기준을 마련하여(이미 그러한 규정이 있다면 개정을 통해서라도) 입지조건 선정 때부터 이동약자 편의시설 요건을 필수적으로 검토하게 한다면 어려울 것도 없으리라고 본다. 이런 것은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참고해야 할 사항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1에는 “휠체어가 사용자의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의 기울기는 18분의1 이하로 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12분의1까지 완화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8분의1이라 함은 높이가 10cm일 때 밑변의 길이를 180cm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각도로 환산하면 18:1은 3.18도가 되고, 12:1은 4.76도가 된다.

다음은 곳곳에 비치된 옥외ATM기에 관한 얘기다. 길거리나 아파트단지 등 사람 통행이 잦은 곳에는 옥외 ATM가 설치된 곳이 많다. 그런데 신한은행 ATM가 유난히 많은 것 같다. 옥외 ATM기 위치를 네이버지도에 노출되도록 하는 금융기관을 신한은행 외에는 보지 못했다. 그만큼 신한은행은 옥외 ATM 설치가 주요 영업전략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당연히 장애인 접근성 문제도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인터넷 지도를 검색해보니 가까운 아파트단지(조원동 주공뉴타운)에도 신한은행 ATM가 설치되어 있었다. 직접 확인해 보니 2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도로(보도)에서 ATM부스로 들어가는 통로는 한뼘 정도의 단차가 가로막고 있어 휠체어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 한 뼘에 불과한 그 단차가 휠체어 사용자에게는 거대한 절벽이다.

신한은행 송죽동점의 장애인 위험시설
신한은행 송죽동점의 장애인 위험시설 ⓒ소셜포커스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한 아파트 단지의 신한은행 ATM기, 전국이 대부분 같은 현상이다. ⓒ소셜포커스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한 아파트 단지의 신한은행 ATM기, 전국이 대부분 같은 현상이다. ⓒ소셜포커스

수원시만을 대상으로 알아본 결과가 이렇다. 신한은행은 전국에 1,000개에 가까운 지점이 있다. 얼마나 많은 곳에서 장애인은 이렇게 차별을 받고 있을까?

더구나 신한은행은 최근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하는 ‘2020년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NBCI) 조사’에서 4년 연속 은행부문 1위 기업으로 선정됐다고 하니 더욱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분야의 경쟁력에서도 수년간 1위를 했다고 한다.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 조사 등 서비스나 경쟁력 평가를 할 때도 서비스 불평등 또는 시설 사용에 있어서 인권침해적 요소는 없는지도 반드시 평가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금융기관은 공중시설 중에서도 공공성이 매우 높은 시설이다. 장애인은 물론 누구나 차별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이유로 그렇지 않는 사람과 동등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없다면 장애인 차별시설이다. 이러한 시설을 그대로 두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도록 규정한 장애인 차별행위에 속한다. 장애인 차별은 곧 인권침해로 본다. 절대 비약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차별문제 조사기관인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신한은행의 장애인 차별행위는 언제쯤이나 바로잡아질까?

신한은행 본점 건물의 모습
신한은행 본점 건물의 모습 ⓒ소셜포커스

 

신한은행 본점 건물 앞의 옥외ATM기 ⓒ소셜포커스
신한은행 본점 건물 앞의 옥외ATM기 ⓒ소셜포커스

 

완벽하지는 않지만 휠체어 접근로를 갖춘 옥외ATM기
완벽하지는 않지만 휠체어 접근로를 갖춘 옥외ATM기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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