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역 휠체어 서비스의 치명적인 문제점
철도역 휠체어 서비스의 치명적인 문제점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1.04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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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역에 비치된 휠체어, 구조상 문제점으로 이용에 불편
이동약자의 입장을 조금만 고려하면 쉽게 개선될 사항
10여 년 전부터 수차례 시정 건의에도 개선 약속 안 지켜
철도시설 장애인 등 이동·승하차 도움을 위한 매뉴얼 필요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전국의 대부분 철도역에는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휠체어를 비치하고 있다. 필자도 기차역에서 비치된 휠체어를 이용한 적이 많다. 택시나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가면서 철도역에 도착하기 전에 전화를 하면 사회복무요원이 휠체어를 갖고 나온다.

복무요원은 장애인이 그 휠체어를 타고 역내를 이동하여 기차에 안전하게 오를 때까지 도와주고 다시 휠체어를 가져간다.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도착한 역에서도 직원이 휠체어를 가지고 나와서 이용자를 휠체어에 태워 기차역 밖의 환승 지점까지 이동을 도와준다.

그런데 각 철도역에서 이동약자의 이동을 돕는 휠체어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팔걸이와 바퀴 사이에 공간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다 보면 그 공간으로 옷깃이 들어가서 바퀴에 닿다 보니 바퀴가 돌아가면서 옷을 더럽히는 경우가 참 많다. 휠체어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러한 일을 당했을 것이다.

이용할 때는 잘 모른다. 이용하는 그 시간이야 휠체어를 가져와서 도와주는 코레일 직원이 고마울 뿐이다. 그러나 나중에 옷깃에 먼지나 오염물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게 된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휠체어 바퀴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여행 중에 기차역 휠체어를 이용하다 신사복이나 외출복이 오염되다 보면 여행 기분을 완전히 망치게 되고 얼마나 불쾌하고 황당할까?
특히 비오는 날 같은 경우에는 세탁비를 들여야 할 만큼 오염이 되고 보면 참기 어려울 만큼 화가 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휠체어 바퀴의 철망 사이로 옷깃이나 점퍼의 지퍼가 물리면서 계속 나아가다 보면 안전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필자가 이런 일을 당하고 코레일에 개선을 건의하기 시작한 때는 2012년도로 기억된다.

잦은 피해사례를 설명하고 그 공간을 셀로판지나 아크릴판 등으로 막아서 사용하고, 휠체어를 새로 구입할 때는 그러한 공간이 없는 것으로 구입해서 비치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한 공간이 없는 휠체어 사진까지 제시하여 건의를 하곤 했다.

처음에는 코레일 고객 게시판에 건의문을 올렸다. 시정하겠다는 회신을 받았다. 그리고 그후 수개월간 개선 여부를 유심히 관찰했으나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다시 2차 민원을 제기하고 또 1년 가까이 모니터링을 했으나 변화가 없었다. 방문했던 기차역마다 문제점을 제기하고 본사에서 관련 지시를 받은 적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거나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사실 이 문제는 코레일에서 기차역에 비치된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면 민원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시정이 되어야 할 사항이다. 민원을 통해서라도 그러한 사실을 인식했다면 전국의 각 철도역에 공문으로 개선을 지시하고 개선 결과를 사진 찍어서 보고하라는 공문 한 장이면 해결될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러나 고객게시판의 답변은 답변을 위한 답변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그 후 혹시 코레일 감사실에 민원을 제기하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여 코레일 감사실에도 문제를 제기했었지만, 개선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답변만 있을 뿐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수년 전 어느 날, 충남의 홍성역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역에 도착하여 기차에서 내리면서 역무원으로부터 휠체어 서비스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역무원에게 휠체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건의했다. 본사에 수차례 건의를 했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어 이해할 수 없다는 불평과 함께...

그 역무원은 “휠체어에 그러한 허점이 있는 줄은 몰랐군요. 바로 시정해놓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타기 위해 다음 날 아침에 홍성역을 방문했다. 휠체어 도움을 요청했는데, 휠체어가 개선되어 있었다.

팔걸이 아래 공간을 셀로판지로 막고 테이핑을 해서 옷깃이 들어가지 않도록 임시나마 안전조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른 역에서는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렇게 간단한 문제를 왜 코레일 본사 차원에서는 수차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도 아니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도 아니다. 전국의 철도역에 비치된 휠체어를 하루아침에 모두 교체하여 달라는 것도 아니다. 간단한 보수를 통해서 개선할 수 있는 일이고, 휠체어를 새로 구입할 때는 제대로 된 휠체어로 구입하면 될 일이다.

필자는 마지막 단계로 코레일 홈페이지의 “사장과의 대화방”에 글을 올렸다.

상당한 시일이 지나도 반응이 없자,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회신을 촉구하고서야 답장을 받았다. 수년 전의 일이다. 지금의 홈페이지에는 그러한 기능마저 없애버린 것 같다.

그 뒤로 서울역 등 일부 역에서 개선의 기미가 보였다. 그러나 다른 대다수의 역에서는 개선결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역도 옛날 상태로 다시 돌아갔다. 1회성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그리고 또 수년이 지났다.

그 사이 필자는 상시 휠체어를 이용해야 할 만큼 악화되어, 이제 철도역에 비치된 휠체어를 이용하지 않는다. 기차역에 갈 때도 개인 휠체어가 없으면 방문할 수가 없기 때문에 굳이 역사에 비치된 휠체어는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제 민원제기를 하는 것도 지쳐버렸다.

그러나 보행이 나만큼 어렵지 않은 장애인이나 이동약자, 즉 휠체어를 항상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여전히 기차역에 비치된 휠체어 서비스를 받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최근에 자주 이용하는 수원역 고객센터를 방문했다. 개인 휠체어를 이용하더라도 승하차를 하려면 리프트 설치 등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센터 한쪽에 고객용 휠체어가 비치되어 있었다. 팔걸이 아래 공간으로 옷깃이 들어가 오염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그 문제의 휠체어였다. 그 휠체어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과거에 필자가 당했던 것처럼 얼마나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할까?

역무원에게 조심스럽게 그러한 경험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건의했다. 그런데 답변이 기가 막혔다.

“저 같은 사람에게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어요. 민원을 내세요.”

이에 “안 그래도 제가 10년 전부터 코레일 본사에다 수차례 민원을 냈는데도 이러니 어떻게 해요?” 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역무원의 재답변은 또 이랬다. “그러면 어쩔 수 없죠.”

몇 년 전 같은 건의를 즉각 받아들이고 곧바로 시정조치까지 했던 홍성역 직원의 행동과 너무 비교되지 않는가?

현장에서 직접 담당하는 사람이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 가장 우선임에도 자기에게 말해도 소용없다니… 건의가 없더라도 문제점을 찾아내어 바로잡아야 할 현장 직원의 입에서 “나는 모르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가? 또 민원을 내라고 하는데, 그러한 자세를 가진 직원이라면 민원을 낸다고 시정이 될까?

휠체어 이용자가 역무원이나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받아 기차 승하차를 하는 과정에서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필자는 어느 날 사회복무요원의 도움을 받아 승차하는 과정에서 리프트 연결이 잘못되어 한 계단을 추락하는 바람에 휠체어가 손상되는 아찔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처럼 장애인 등 이동약자는 여러 가지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차를 이용하게 된다.

코레일에서는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문제가 발생하거나 건의가 들어오면 마지못해 1회성 지시로 끝낼 것이 아니라, 매뉴얼화가 필요하다. “이동약자의 철도시설 내 이동 및 안전한 승하차 도움을 위한 지침” 같은 것을 내부규정으로 마련해서 상시 관리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수년 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대한항공 땅콩 회항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대한항공 승무원이 고객에게 땅콩을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매뉴얼대로 했느니 안 했느니 하면서, 사주 가족이었던 임원이 직원에게 심한 갑질행위를 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출발하려던 비행기가 다시 회항까지 했던 사건이다.

여기에서 뜬금없이 이 말을 꺼내는 이유가 있다. 항공사의 경우 고객에게 땅콩 하나를 제공하는데도 모두 매뉴얼이 있다는 것이다.

철도 승무원이나 역무원에게 그러한 매뉴얼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있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기차를 타면서 때로는 목숨을 담보로 서비스를 제공받기도 하는데, 코레일에는 제대로 된 매뉴얼이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코레일 등 철도운영 회사는 매뉴얼에 의해 장애인의 이동 및 승하차 지원을 위한 휠체어나 리프트 등 장비를 제대로 갖추는 것은 물론, 안전한 서비스 요령, 역무원이나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교육, 매뉴얼을 어기는 직원에 대한 조치사항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해서 이동약자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

기차역에서 휠체어 서비스를 받으면서 바퀴에 의복이 오염되는 모습
기차역에서 휠체어 서비스를 받으면서 바퀴에 의복이 오염되는 모습 ⓒ소셜포커스
기차역에서 이동약자를 돕기 위해 비치된 휠체어
기차역에서 이동약자를 돕기 위해 비치된 휠체어 ⓒ소셜포커스
팔걸이 아래 공간이 막힌 휠체어와 개방된 휠체어개방된 휠체어는 옷깃이 들어가 오염되는 사례가 많다.
팔걸이 아래 공간이 막힌 휠체어와 개방된 휠체어, 개방된 휠체어는 옷깃이 들어가 오염되는 사례가 많다. ⓒ소셜포커스
휠체어 이용자의 기차 탑승을 돕기 위해 대기중인 리프트 장치
휠체어 이용자의 기차 탑승을 돕기 위해 대기중인 리프트 장치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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