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덮친 발달장애인 소년... 코로나로 등교 중단됐다가 참변
화마가 덮친 발달장애인 소년... 코로나로 등교 중단됐다가 참변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1.04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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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나간 사이 집에 혼자있다가 화재로 숨져
활동지원시간 3시간뿐.. 등교 중단에도 그대로
발달장애인 돌봄 공백 10개월... "정부 손놓고 있어" 비판
MBC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화재가 일어났던 서울 동대문 장안동의 한 아파트. A군은 어머니가 동생을 돌보기위해 잠시 나간 사이 혼자 있다가 참변을 당했다. (MBC뉴스데스크 갈무리)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또 다른 발달장애인 소년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아파트 1층에서 화염이 거세게 일었다. 그 안에는 특수학교 등교 중단으로 집에 혼자 있던 15세 발달장애인 소년이 있었다.  

불길은 집안 전체를 태우고 40분만에 꺼졌다. 그러나 소년은 발코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고 끝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A군은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나 외부활동이 어려워 특수학교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했다. 모친이 동생을 돌보기위해 A군을 잠시 집에 두고 나온 시간에 참변이 벌어졌다. 

A군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었지만 이 또한 역부족이었다. 국민연금공단이 배정한 시간은 월 104시간. 하루 약 3시간 꼴이었다. 수업을 듣는 시간과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면 활동지원 3시간도 겨우 버틸 수 있는 정도였지만, 등교가 중단된 이후까지 하루를 3시간으로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22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코로나19 상황에서 발달장애인의 가족과 삶'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령기 발달장애아동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돌봄서비스 이용률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60.3%(600명)는 학교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이용할 기회가 없었다고 답했고, 학교에서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55.9%(238명)도 △감염 우려 때문에 △장애학생 지원인력이 없어서 △통학차량이 지원되지 않아서 이용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이나 시설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의 경우, 평소 이용을 하던 사람들 중 휴관 및 폐쇄로 이용하지 못한 비율도 높았다. 장애인복지관은 97%가 이용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발달재활서비스는 62%가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발달재활서비스는 18세 미만 이용 적격자 600명 중 458명(76.3%)이 평소에 이용하던 서비스로 중요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 없이 휴관을 함으로써 서비스 공백 상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때문에 돌봄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에게 전가되고 있어,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직장을 그만뒀다는 응답자 또한 241명(20.5%)에 다했다. 

장애단체들은 돌봄 공백에 손놓고 있는 정부에 분노하며 잇따라 성명을 발표했다. 이미 작년 8월부터 10월까지 연이은 발달장애인의 추락사로 장애인 돌봄 체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어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30일 성명서를 발표하여 "발달장애인은 연령과 상관없이 어떠한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부모나 가족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상황입니다. 이러한 발달장애인의 지원 공백이 일시적이라면 부모나 가족이 응당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벌써 10개월째 지속되고 있으며,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떠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비판했다. 

부모연대는 또한 지난 28일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21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책자도 꼬집었다. 발달장애인의 주간활동서비스와 방과후 활동서비스 대상 인원을 확대하고 단가를 인상하는 것,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활동지원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방안이 나와있었다. 

부모연대는 "얼핏 보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모와 가족에게 사회적협동조합에 참여하라는 것은 발달장애인의 지원책임을 여전히 부모와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등이 제시한 방안이 단지 미사여구를 사용한 사기행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 중심의 발달장애인 공공서비스 지원체계 구축이 우선되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의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더 이상 발달장애자녀와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은 없어야한다며, 더 강력하게 투쟁할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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