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시급"
인권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시급"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1.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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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개정안 심의 촉구'… 해당 개정안, 7월부터 계류
"사적부양 사회적기반 약화된 상황"… 현행 유지하면 '비수급빈곤층' 해결 안 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지난 10일 제61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세종정부청사 앞에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며 릴레이 삭발식을 진행했다. ⓒ소셜포커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국가인권위원회가 국회에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내용을 담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조속히 심의해달라고 의견을 표명했다. 사진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지난해 8월 10일 제61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세종정부청사 앞에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며 릴레이 삭발식을 벌이는 모습. ⓒ소셜포커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국회에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촉구했다.

인권위는 "가족 부양 우선의 관점을 벗어나야 국가가 최저생활 보장 의무를 다할 수 있다"며 지난 12월 28일 전원위원회에서 국회의장에게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내용을 담고 있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조속히 심의해달라고 의견을 표명할 것을 결정했다.

지난해 7월 9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11월 17일 제382회 국회 전체회의에 회부됐으나 아직 계류상태이다. 부양의무자의 여부와 관계없이 소득인정액만을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자격을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수급 빈곤층은 2018년 12월 기준 약 73만명(48만 가구)에 달한다. 부양의무자라는 독소조항으로 인해 수많은 취약계층들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정부는 '단계적 폐지'를 내세우며 교육급여와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했지만 실질적으로 생존과 연결된 생계와 의료급여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장애계를 비롯한 사회운동단체들이 지난해 8월 '제2차 기초생활보장종합계획'이 발표되기 전,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을 이어가는 등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보건복지부는 부양의무 고소득·재산 가족이 있으면 생계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조항을 그대로 남겨뒀다.

고소득·고재산 부양의무자 기준은 연소득 1억 원 이상 혹은 부동산 9억 원 초과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약 10억 2천만원. 부양의무자가 거주하는 주택 가격이 급등해 9억 이상이 되면 수급당사자는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지난 12월 세상에 알려진 일명 '방배동 모자사건'도 폐지 여론에 불을 붙였다. 이혼 뒤 연락이 끊긴 남편에게 부양의무가 있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를 받을 수 없었던 한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비수급 빈곤층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인권위는 "고령화, 만혼·비혼의 증가, 이혼율 증가 등으로 사적 부양의 사회적 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제도의 사각지대를 더욱 크게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며 "생계 및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유지된다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비수급 빈곤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완전 폐지를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빈곤사회연대는 인권위의 의견 표명을 환영하는 성명을 4일 발표했다. 빈곤사회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모두가 부양의무자 폐지를 열망하는 가운데 제도 변화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야 할 정부와 국회만이 시대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정부에 개정안 심의와 예산 책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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