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전통이 함께 하는 성남 '중앙공원' (상)
자연과 전통이 함께 하는 성남 '중앙공원' (상)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1.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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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인구의 성남을 대표하는 중앙공원, 무장애 개념 아쉬워
전철역 가깝고 주변의 대단지 아파트 많아 대중 접근성 좋지만
휴게공간 및 부대시설, 이동약자 접근성 너무 취약해 개선 시급
수도권 최대의 꽃무릇 군락지, 곳곳의 포토존은 장애인 NO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한 중앙공원은 인구 100만에 가까운 성남시를 대표하는 공원이다. 이 공원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하여 기존 지형과 수림을 살려서 조성했다. 공원이 들어서기 전에 있었던 한산 이씨 집성촌의 일부 흔적과 그 조상들의 선산까지 문화재로 지정하여 그대로 보존하고 그 주변으로 공원을 꾸몄다.

분당구 율동의 영장산에서 발원하여 주변을 흐르는 분당천이 공원 안으로 들어와서 분당호를 반바퀴 정도 싸고 돈다. 그리고 공원의 주탐방로를 따라 서울쪽으로 나란히 흐르다가 한강의 지류인 탄천으로 빠져나간다. 분당천 양쪽 둔치의 포장도로는 주변 풍광을 감상하면서 도보나 자전거 하이킹에 매우 좋은 장소이다.

중앙공원 내 분당천 제방을 따라 봄철에 피는 벚꽃의 풍경은 성남시에서 성남시 내 “가족ㆍ연인과 걷기 좋은 벚꽃길 9경” 중 제1경으로 소개할 만큼 멋진 경치를 자랑한다.

공원의 위치는 분당선 지하철 수내역이나 서현역에서 직선으로 약 500M 거리에 있어서 대중교통 접근성이 우수한 편이다. 분청구청과도 가깝게 연결되어 있으며, 주변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서 가족 단위로 방문하기도 쉽다.

성남시 홈페이지의 “분야별정보 → 공원 → 중앙공원”으로 찾아가면 기본적인 소개와 함께 다양한 영상자료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공원은 다양한 휴게시설, 문화재, 친수공간 등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전통양식의 건축물과 석교를 배치하여 전통미를 계승하고, 고인돌 유적 등이 원형으로 보존되어 있다.

공원은 42만 평방미터의 넓은 면적에 호수와 분수, 물레방아, 잔디광장, 상록수광장, 황새울광장 등 조경시설이 잘 꾸며져 있다. 배드민턴장과 게이트볼장, 기체조장, 종합체육시설 등 운동시설도 많고, 야외공연장도 잘 갖추어져 있다.

분당선 수내역 1번 출구에서 분당구청 쪽으로 400m 거리에 성남대로와 수내로가 교차하는 분당사거리가 있다. 사거리는 공원의 정문 광장이라 할 수 있는 황새울광장으로 바로 연결된다.

성남 중앙공 입구의 모습과 위치 및 시설 안내 ⓒ소셜포커스
공원 내부를 지나가는 분당천의 가을풍경
공원 내부를 지나가는 분당천의 가을풍경 ⓒ소셜포커스
분당천의 봄풍경(성남시 제공)
분당천의 봄풍경(사진 = 성남시 제공)

다목적 이용이 가능한 광장 한쪽으로 반달 모양의 널찍한 간이무대가 있다. 높이는 불과 10cm 정도에 불과한 놀이공간이다. 그런데 한바퀴를 돌아도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황세울광장 위쪽으로는 대형 야외공연장이 있다. 480석의 고정 객석과 6,600㎡의 잔디광장 객석으로 최대 11,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첨단 음향 및 조명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ㆍ예술 공간이다. 파크콘서트 등 각종 공연을 자연과 하나 되어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성남문화재단에 연락하면 대관이 가능하다. 객석과 무대가 직접 연결된 휠체어 경사로는 없지만, 휠체어 이용자가 무대로 접근하려면 무대 뒷쪽 건물로 진입하면 준비실을 통하여 진입이 가능하다.

야외공원 객석을 감싸고 있는 산책로를 한바퀴 돌다 보면, 산책로 한 켠에 아동음악가및 음악교육자로 유명했던 정세문 선생의 노래비가 있다. 노래비에는 동요 “겨울나무”와 작곡가의 업적이 새겨져 있다.

정세문(1923~1999)은 초ㆍ중ㆍ고 교사를 하다가 서울대 음대를 졸업했다. 문교부 편수관으로 학교 음악교과서 편찬을 담당하였으며, 건국대 교수를 역임했다. 200여 편의 동요와 가곡을 작곡하였고, 대표작으로 “어린이행진곡”, “봄이 오면”, “겨울나무” 등이 있다. 다수의 작품이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였으며, 말년에 성남에서 거주하다 타계했다.

황새울 광장의 다목적 놀이 공간 ⓒ소셜포커스
황새울 광장의 다목적 놀이 공간 ⓒ소셜포커스
야외공연장의 무대와 무대 건물의 진입통로, 양쪽을 모두 경사로 구조로 할 수는 없었을까?
야외공연장의 무대와 무대 건물의 진입통로, 양쪽을 모두 경사로 구조로 할 수는 없었을까? ⓒ소셜포커스
야외공연장 앞의 잔디광장 객석, 휠체어 통행을 어렵게 하는 오른쪽 진입로의 불필요한 단차 ⓒ소셜포커스
야외공연장 앞의 잔디광장 객석, 휠체어 통행을 어렵게 하는 오른쪽 진입로의 불필요한 단차 ⓒ소셜포커스
아동음악가 정세문 선생의 노래비 ⓒ소셜포커스
아동음악가 정세문 선생의 노래비 ⓒ소셜포커스

야외공연장에서 내려오면 널찍한 탐방로가 길게 펼쳐진다. 이 공원의 메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분당호까지 500m 가량 이어진다. 이 도로를 꽃무릇거리라고 하는데, 도로 옆 숲 그늘 사이로 꽃무릇 군락지가 길게 자리잡고 있다. 이 면적은 1만㎡ 규모로 수도권 최대의 꽃무릇 군락지라고 한다.

꽃무릇은 꽃이 지고 잎이 나는 특성상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해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를 가진 꽃이다. 그래서 “상사화”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꽃무릇과 상사화는 다르다. 상사화는 여름에 연분홍색 꽃을 피운다. 상사화도 꽃이 피기 전에 잎이 말라 죽고, 꽃과 잎이 서로 볼 수 없어 꽃무릇과 비슷한 운명을 타고났다.

9~10월 개화기에는 화려한 꽃이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 장관을 이루며 시민들을 불러 모은다. 성남시는 매년 꽃무릇 절정기에 이곳에서 축제를 연다.

이 탐방로는 곳곳에 경치 좋은 곳을 골라 꽃무릇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놓았다. 사진에서 바로 액자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사각 나무 프레임이 설치되어 있다. 사람들이 걸터앉을 수 있도록 바위를 다듬어 놓은 곳도 있다. 누구나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이지만 한결같이 휠체어는 접근할 수 없다. 한 뼘도 안 되는 단차가 가로막고 있다. 이동약자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 공원은 이러한 포토존 뿐만 아니라 주탐방로에서 숲속의 휴게시설이나 조망공간으로 방문객들이 진입하는 통로가 많다. 그러나 한결같이 단차가 가로막고 있어 휠체어를 타고 공원을 둘러보는 내내 분통이 터졌다.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많아 주말이면 가족 단위의 수많은 방문객이 찾는다. 가족단위 방문에는 특정한 패턴이 있다. 유모차를 끌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유모차를 가져오는 가족 중 좀 큰 아이가 있으면 킥보드도 함께 가져온다. 방문객 중에는 휠체어를 타고 오는 사람도 있고, 보행보조기를 이용하는 초고령 노인들도 있다.

그러고 보면 도심지의 공원은 뭔가 바퀴 달린 보행보조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러나 이 공원의 모든 시설을 그러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거의 없다. 결국은 반쪽짜리 공원일 수 밖에 없다. 이제 공원설계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매년 9~10월에 시민들을 불러모으는 꽃무릇 군락지와 꽃무릇
매년 9~10월에 시민들을 불러모으는 꽃무릇 군락지와 꽃무릇(사진 = 성남시 제공)
꽃무릇 거리의 곳곳에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으나 이동약자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꽃무릇 거리의 곳곳에 포토존이 설치되어 있으나 한결같이 이동약자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소셜포커스
탐방로에서 부대시설이나 휴게시설 및 조망대 등으로 통하는 길은 한결같이 한뼘도 안되는 턱이 가로막고 있어 이동약자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탐방로에서 부대시설이나 휴게시설 및 조망대 등으로 통하는 길은 한결같이 한뼘도 안되는 턱이 가로막고 있어 이동약자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소셜포커스
이동약자 접근성이 양호한 휴게시설
이동약자 접근성이 양호한 휴게시설 ⓒ소셜포커스
이동약자 접근성이 양호한 급수대와 불량한 급수대
이동약자 접근성이 양호한 급수대와 불량한 급수대 ⓒ소셜포커스

분당호는 공원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호수라고 하기에는 작은 편이고, 연못이라고 하기에는 큰 편이다. 분당호와 그 주변은 경주 안압지와 같은 전통미를 살려 조성한 공간이다. 이곳에 도착하면 ‘돌마각(突馬閣)’이라는 웅장한 누각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경복궁의 경회루를 모티브로 만든 것이라 한다.

그런데 “돌마각”이라는 명칭이 좀 이색적이다. 이곳은 원래 광주군 돌마면에 속했던 지역이다. “돌마”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모두가 말과 관련되어 있다.

병자호란 때 근왕병을 이끌고 온 충청감사 정세규가 청나라 군사들에게 크게 패하자 주인을 잃은 말 떼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돌마”라고 했다는 설이 있다. 그런가 하면 그 전부터 돌마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는데, 백제가 위례성을 도읍으로 건국을 했을 때 기마병 훈련장으로 사용하면서 “돌마”라는 명칭이 사용되었을 것이라고 설도 있다.

아무튼 돌마각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잔잔한 호수면에서 쏘아올리는 여러 곳의 분수, 그리고 석물을 예술적으로 다듬어 놓은 아치형 석교(石橋) 및 아기자기한 조경시설은 등은 더없는 절경을 자아낸다.

그러나 돌마각 주변의 산책로는 모두 평지임에도 아치형 돌다리는 진입로의 경사가 너무 심하다. 각도를 측정해보니 14도가 나왔다. 법정한도 4.7도보다 3배나 초과한다. 게다가 이어지는 산책로와 일부 조망공간은 바닦면에 바윗돌을 깔아놓아 요철이 너무 심하여 휠체어나 유모차 등은 통행이 전혀 불가능한 구조이다.

이 공원은 이처럼 장애인 불편시설이 유난히 많다. 여기까지 지적한 것들은 전체의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 문제들도 하편에서 다시 짚어볼 것이다.

중앙공원 내 분당호 호수가의 “돌마각"
중앙공원 내 분당호 호수가의 '돌마각' ⓒ소셜포커스
분당호 연못의 내부 풍경
분당호 연못 풍경 ⓒ소셜포커스
아치형 돌다리는 진입로의 경사가 너무 심하다. 각도를 측정해보니 14도가 나왔다. ⓒ소셜포커스
호수 주변 아치형 석교는 경사가 너무 가파르고 이어진 산책로는 심한 요철현상으로 이동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호수 주변 아치형 석교는 경사가 너무 가파르고(상단) 이어진 산책로는 심한 요철현상(하단)으로 이동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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