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심리상담 필요한데..." 전화 못하는 농인은 어떡하나
"나도 심리상담 필요한데..." 전화 못하는 농인은 어떡하나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1.13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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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심리상담 서비스 다 전화상담... 수어상담은 여전히 먼 일
마스크 탓 소통 더 어려워졌는데, 심리상담까지 차별하나 "분통"
장애벽허물기 등은 129 보건복지콜 등에서 수어 상담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청각장애인 차별이라며 오늘인 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 진정서를 제출했다. ⓒ소셜포커스
지난해 10월 장애벽허물기 등 농인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9 보건복지콜 등에서 수어 상담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청각장애인 차별"이라며 진정서를 접수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코로나19 사태가 1년여 동안 지속되면서 농인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심리상담 서비스에서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로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심리상담 직통번호로 전화를 하면 언제든지 정신건강전문요원과 상담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지만, 전화를 할 수 없는 농인에게는 이 또한 분노로 다가왔다. 

한국농아인협회는 13일 성명서를 통해 "모두의 위기 속에서 우리 농인들 역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온종일 집에만 머물러야하는 상황에 큰 무력감을 느끼며 경제적인 어려움과 심리적인 어려움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농인은 보호받아야할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농인들은 어떻게 상담치료를 진행해야하는가?"라며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농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어를 사용해도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 표정이 파악하기 어려워 소통에 제약을 받는다. 또한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 제공면에서도 예방, 진단, 치료 등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따랐다.  

소위 '코로나 우울증(블루)'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정부가 제공하는 전화 상담은 모두 음성언어로만 진행되고 있어 농인들은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콜 129, 정신건강복지센터 1577-0199,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모두 영상 전화를 통한 수어 상담을 제공하지 않는다.

농인 커뮤니티에는 이미 우울증을 겪고 있는 농인들의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비농인은 영상물이나 음성 소통으로 어느 정도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지만, 농인들은 이조차 여의치않아 더욱 심한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장애벽허물기 등 농인 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서를 접수하는 등 비대면 음성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촉구했지만, 여전히 개선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당시 진정인 A씨는 "129 복지콜을 통해 문자상담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잘 되지않았고, 정신건강을 전문으로 다루는 상담사도 없는 것 같다"며, "음성언어체계가 익숙하지 않아 문자 내용이 조금 이상하면 질병관리본부 1339로 연락하는 등 자동 응답만 돌아온다"라고 토로했다. 

농아인협회는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심리지원 서비스의 개선을 촉구하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모두가 동등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국수어와 문자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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