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와 장애인 콜택시
아파트 단지와 장애인 콜택시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1.18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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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차량 장애인 콜택시, 아파트 단지 출입절차 개선방법 없나?
출입절차 개선하면 이용자, 장콜 기사, 아파트 경비원 모두에게 편리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사는 아파트, 원활한 장콜 출입 보장해야
지자체 장콜 운영 관계자들의 의식 개선 노력과 적극성 필요해

아파트 단지와 장애인 콜택시

= 장애인콜택시(통상 “장콜”이라 부른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파트 단지의 출입구 차단기가 자동으로 열렸다. 장콜은 1초의 멈춤도 없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들어간다. 장콜 기사가 흡족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다.

“이 아파트는 우리 장콜이 오면 차단기가 자동으로 열려서 참 좋아요. 전광판에서 거주세대 차량으로 인식해주니 꼭 우리 아파트에 들어가는 것 같아요. 수원 시내 아파트 단지가 몇 백개는 되겠지만, 장콜이 오면 이렇게 자동으로 열리는 곳은 이 아파트가 유일합니다. 이게 다 우리 조 선생님 덕분이라면서요? 다른 아파트도 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일이 있기 1년 전의 일이다. 출근을 위해 장콜을 불렀다. 20여 분이 지나서 차량이 배정되었고, 배차 후 15분 만에 배정된 차량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5분 후에 도착 예정이라는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5분 만에 도착 예정이라는 차량은 10분이 넘어도 도착하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15분 이상 떨면서 기다린 후에 차량이 도착했다.

“아이고 죄송해요. 아파트 들어오는데 절차가 너무 까다롭네요. 정문으로 들어오는데 이 아파트는 외부 차량을 후문으로만 들어오게 하네요. 아무리 사정해도 안 되고, 차를 간신히 돌려서 단지 외곽을 한 바퀴 돌아 후문으로 들어오는데 신호도 몇 번 걸리고 해서 이렇게 오래 걸렸습니다.”

장콜 기사가 사과할 일은 아니었지만, 고객이 오래 기다렸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안해 하는 표정이었다.

“수고가 많으셨군요. 다른 아파트는 보통 어떤가요?”하고 물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아파트도 대부분 마찬가집니다. 정상 출입구로 들어와도 방문처 세대번호와 방문 목적을 한참 설명해야 간신히 차단기를 올려주고... 장애인 콜택시라고 해도 잘 모르는 사람도 많고... 심할 때는 다툼이 생기기도 합니다. 아무튼 아파트에 들어가서 손님 모시는 게 참 힘들어요. 아마 수원뿐만 아니라 전국이 다 그럴 겁니다.”

필자는 그 이후 장콜을 운영하는 도시공사의 협조로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100여 대의 장콜 차량번호 리스트를 입수하여 우리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갔다. 리스트를 제시하면서 수원시가 운영하는 이동약자 수송 전용 차량이니 자동출입이 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처음에는 난처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충분히 설명을 했더니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었다.

첫째 민간차량이 아니고 수원시 공용차량이다. 둘째 우리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동약자를 위한 차량이다. 셋째 관리사무소 경비원들의 수고를 덜어 주게 된다. 넷째 출입구에서 불필요한 정차를 하지 않으니 장콜 기사의 편의는 물론, 매연 발생도 줄어들 것이고 환경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다시 얼마 전에 장콜 증차가 있었다. 증차된 차량번호 명단을 받아서 관리사무소에 갔더니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렇게 미리 등록을 해두니까 우리 경비원들이 편해서 좋다고 하네요. 이런 것은 얼마든지 도와드려야죠.” 1차 요청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할 만큼 아파트에 사는 가구의 비율이 높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9년도 전국 가구 중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의 비율이 50.1%에 달한다. 전국 인구의 절반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시는 73%에 이르러 신도시일수록 그 비율이 높다.

요즘의 아파트 단지는 크건 작건 보안시스템이 발달하여 외부 차량에 대한 출입통제가 심하다. 외부 차량에 해당하는 장콜 출입절차 또한 까다롭다. 전국의 시·군 단위로 운영하는 장콜 기사들의 가장 큰 고충이기도 하다. 이러한 고충은 결국 이용자인 이동약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혜를 찾으면 모두에게 이로운 길이 생긴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처럼 시스템을 개선하면 이용자인 이동약자에게도, 장콜 기사에게도, 아파트 경비원에게도 모두 이롭다. 담당 공무원이 조금만 수고를 하면 많은 사람이 편리하다.

뿐만 아니라 주거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아파트에서 장콜의 원활한 출입을 보장함으로써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장콜의 원활한 운영은 전체 이용자들의 대기시간을 단축하게 된다. 장콜의 고질적인 문제인 대기시간 단축은 지자체별 가장 큰 고민인 증차 수요를 줄일 수도 있다. 즉 증차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장콜을 운영하는 당국의 의지와 자세다. 필자는 수원장콜 콜센터 상담원에게 여러 차례 우리 아파트의 개선사례를 설명했다. 그리고 “콜센터나 시청에서 장콜이용자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 장콜 리스트를 첨부한 공문을 보내서 장콜 출입의 편의를 요청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그럴 때마다 그 직원은 “상부에 건의는 했는데 잘 안되네요. 다시 건의를 해보겠습니다.”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그러면서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도 조 선생님처럼 명단을 요청하면 얼마든지 보내드리겠습니다.” 말을 덧붙였다.

장애인 콜택시가 아파트 단지를 출입할 때 겪는 이러한 문제점은 전국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장콜을 운영하는 각 지자체에서 조금만 더 의식을 바꾸고 능동적으로 일을 추진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편의를 줄 수 있다. 더불어 공익사업의 효율성과 가치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공무원 등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보다 적극적인 열정과 노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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