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애 개념이 아쉬운 성남 중앙공원
무장애 개념이 아쉬운 성남 중앙공원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1.2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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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 아파트와 연결된 4개의 구름다리 경사로 장애인에겐 위험시설
문화재 지정된 전통 초가집 등, 찾는 사람 많아도 장애인에겐 NO
휠체어·유모차 가로막는 공원 곳곳의 장애인 불편시설, 개선 시급해
임란 때 전사한 주인집으로 500리 홀로 달려온 말, 충마총과 충마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위치한 성남중앙공원은 인접 서현동과 수내동의 대단지 아파트가 거의 사면을 둘러싸고 있다. 그만큼 지역주민들의 접근성이 좋다.

게다가 주변 500m 이내에 지하철 수내역과 서현역이 있어 멀리서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에도 좋다. 주탐방로는 평지에 가깝고, 수림지역 또한 완만한 야산 지형으로 누구나 이용하기 좋은 환경이다. 수려한 자연환경과 조상들의 여러 가지 유적 등 볼거리도 제법 많다.

그러나 지난 1월 11자 이 공원의 1차 소개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휠체어 등 이동약자에게는 불편한 시설이 너무 많다. 주탐방로에서 이어지는 산책길, 휴게공간, 조망대, 다수의 관람시설로 통하는 길은 대부분 한 뼘도 안 되는 단차가 가로막고 있다. 완만한 지형상 산책로를 경사로 형태로 설계하기 충분함에도 굳이 계단구조가 많아 유모차나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이동약자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

성남시는 1994년도에 개장한 오래된 공원이라 그렇다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게다. 그러나 다른 도시의 많은 공원들이 지속적인 보수를 통해 무장애 공원으로 탈바꿈해 나가는 것과 비교가 되었다.

주변 사방의 아파트단지에서 공원으로 접근할 수 있는 4개의 통로는 구름다리 형태를 이루고 있다. 인터넷 백과사전의 소개자료에 의하면 이 4개의 육교는 “계단이 없어 휠체어로도 통행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고 4곳을 모두 살펴본 결과 실제 이동약자가 통행하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한양아파트에서 분당로를 넘어가는 통로는 다리 건너 공원과 인접한 지점이 가파른 계단이다. 나머지 3개의 통로는 아파트와 공원 양쪽이 모두 경사로 구조를 하고 있으나, 설계와 시공의 잘못으로 휠체어가 통행하기에는 오히려 매우 위험한 구조이다.

현대아파트에서 넘어가는 구조는 계단과 경사로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경사각도가 법정 범위를 초과한 것도 문제지만, 중간에 계단과 경사로를 교차하여 설치를 하는 바람에 엄청난 위험시설이 되어 버렸다. 가파른 경사로를 내려오다가 갑자기 계단을 만나서 자칫하면 휠체어가 계단으로 굴러버릴 수도 있는 구조다. 변화를 주기 위해서 그런 시공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휠체어용 경사로를 설치하면서 정작 휠체어 통행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나머지의 통로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나란히 설치된 경사로와 계단 사이에 경계턱이 없어 법정 각도가 넘는 가파른 경사로를 내려오다 보면 전동 휠체어 컨트롤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휠체어가 계단으로 이동하는 순간 계단의 단차로 인해 전복될 수 있다. 필자는 실제로 비슷한 상황에서 타고 있던 휠체어가 전복하여 큰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주변아파트에서 공원으로 직접 통행할 육교는 이동약자용 통행로를 함께 갖추고 있으나, 모두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장애인에게 오히려 위험시설이 되고 있다. ⓒ소셜포커스
주변아파트에서 공원으로 직접 통행할 육교는 이동약자용 통행로를 함께 갖추고 있으나, 모두 구조적인 문제점으로 장애인에게 오히려 위험시설이 되고 있다. ⓒ소셜포커스

공원 중심부에 들어서면 호수가에 “돌마각”이라는 큰 누각이 있고, 광장 건너편엔 관리사무소가 있다. 바로 옆에는 초가집 한 채가 많은 방문객들에게 눈요기를 시켜준다. 이름은 수내동 가옥이다. 조선 후기에 지은 집으로 추정되는 한산이씨의 종갓집 가옥을 복원하여 경기도 문화재 78호로 지정하였다.

이 가옥은 바깥마당에 면한 '一'자형 문간채 뒤에 'ㄱ'자형 안채가 안마당을 내려다 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튼 'ㅁ'자형이다. 10칸 규모의 안채 뒤로 널찍한 뒷마당은 흙담이 감싸고 있다. 경기지역의 전형적인 살림집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곳에서는 연중 수시로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도 휠체어 장애인은 집 안마당은커녕 대문 앞까지도 가보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다만 보다 돌아서야 한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일행이 되어 방문했다면 장애인은 그냥 외톨이가 되고 만다. 곳곳에 단 한 뼘도 안 되는 턱 하나 때문이다. 그 턱 하나 없애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웠을까? 이러한 관광용 공중시설을 관리·유지하는데 이동약자에 대한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는다.

공원의 중심부에 있는 호수를 돌다 보면 ‘수내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창덕궁의 애련정을 모델로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수내정에서 바라보는 연못의 풍경은 석가산을 비롯한 아기자기한 조경시설로 한국 전통의 정원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수내정 옆으로는 연못 풍경을 좀 더 가까이 앉아서 조망해 볼 수 있는 휴게공간이 있다. 그러나 진입로는 한 뼘도 안 되는 단차가 이동약자의 출입을 가로막는다.

공원 안에는 고인돌 유적지가 있다. 분당신도시 개발 시 인근에서 발굴한 116개의 고인돌 중 10기를 중앙공원으로 이전하여 고인돌 정원을 조성하였다. 주탐방로에서 숲속으로 20여 미터에 불과한 거리이지만, 널찍한 통로는 온통 바윗돌로 깔아 놓았다. 이 역시 이동약자에겐 금단의 구역이다.

고인돌 유적로 올라는 길 옆에 충마총(忠馬塚)과 충마비가 있다. 임진왜란 때 상주전투에서 병조좌랑 이경류(李慶流)가 종사관으로 참전하여 전사하였다. 문관 종사관은 전투 군관이 아닌데도 직접 전투에 임하여 목숨까지 잃었다. 이경류가 전사하자 그의 애마가 주인의 피묻은 옷을 물고 지금의 중앙공원, 한산이씨 마을이었던 선생의 집으로 달려왔다. 500리 길을 달려온 애마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굶어 죽음으로써 주인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고 한다. 이경류의 묘 아래에는 이 말의 무덤과 비석이 있다.

충마총 앞에는 이러한 사연이 기록된 안내 표지판이 있지만, 이동약자는 거기까지도 접근이 불가능하다.

공원관리소 앞 광장과 주변의 전통유적 ⓒ소셜포커스
공원관리소 앞 광장과 주변의 전통유적 ⓒ소셜포커스
문화재로 지정된 수내동 가옥은 전통문화 체험을 위해 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있으나 한뼘의 턱으로 인해 이동약자는 근처에도 갈 수 없다. ⓒ소셜포커스
문화재로 지정된 수내동 가옥은 전통문화 체험을 위해 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있으나 한뼘의 턱으로 인해 이동약자는 근처에도 갈 수 없다. ⓒ소셜포커스
수내동 가옥의 안채 모습 ⓒ소셜포커스
수내동 가옥의 안채 모습 ⓒ소셜포커스
수내정의 모습 ⓒ소셜포커스
수내정의 모습 ⓒ소셜포커스
수내정에서 바라 본 풍경 ⓒ소셜포커스
수내정에서 바라 본 풍경 ⓒ소셜포커스
고인돌 유적지로 올라가는 통로 바닥면은 장애인 통행이 불가능하다. ⓒ소셜포커스
고인돌 유적지로 올라가는 통로 바닥면은 장애인 통행이 불가능하다. ⓒ소셜포커스
고인돌 유적지의 모습, 이동약자는 형체도 볼 수가 없어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찍어오게 했다. ⓒ소셜포커스
고인돌 유적지의 모습, 이동약자는 형체도 볼 수가 없어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찍어오게 했다. ⓒ소셜포커스
충마총과 충마비, 이동약자는 안내판앞에 까지도 접근이 어렵다. ⓒ소셜포커스
충마총과 충마비, 이동약자는 안내판앞에 까지도 접근이 어렵다. ⓒ소셜포커스

분당 신도시 개발로 공원이 생기기 전 이 일대에는 한산이씨가 집성촌이 있었다. 한산이씨 하면 고려말 성리학의 태두 목은 이색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공원에는 조선시대 높은 벼슬을 했던 목은 이색의 후손들의 묘지 등 유적과 기념물이 많다.

공원관리사무소 바로 옆에는 이증의 사당이 있다. 이증은 황해·충청·전라·경상 4도의 관찰사와 형조·예조·공조의 판서를 지냈고, 임진왜란 후에는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는 데 헌신하였다. 이증은 이색의 7세손이고, 충마총 사연의 주인공인 이경류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공원 탐방로 옆으로 한산이씨 삼세유사비(이증의 부, 조부, 증조부의 행적을 기록), 이증의 신도비, 이경류의 정려비, 이정룡의 신도비가 나란히 서 있다. 다수의 비석을 한자리에 모아서 하나의 비각으로 보호하는만큼 그 비각은 여느 비각과 달리 웅장한데다, 아름다운 전통미을 뽐내고 있다. 그러나 건물 앞으로 가서 비각의 제 모습과 소개된 안내판을 보고 싶어도 한 뼘도 안되는 턱 하나가 이동약자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공원입구의 황세울광장 북쪽으로 반려견 놀이터가 있다. 대형견, 중·소형견 등 크기별 전용 공간을 두어 놀이 및 훈련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높은 지형이 아닌데도 휠체어 이용자가 들어갈 수 있는 통로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장애인도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을 텐데 이곳에서는 차별을 받는다.

성남의 중앙공원은 이처럼 장애인 차별행위가 일반화되고 있다. 장애인차별공원이다. 장애인 차별은 인권침해에 속한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한산이씨 역사 인물들의 기념비와 안내판이 있는 곳도 통로의 단차로 인해 접근이 불가능하다. 뒤편의 모습만 겨우 볼 수 있다. ⓒ소셜포커스
한산이씨 역사 인물들의 기념비와 안내판이 있는 곳도 통로의 단차로 인해 접근이 불가능하다. 뒤편의 모습만 겨우 볼 수 있다. ⓒ소셜포커스
한산이씨 역사인물 이증을 기리는 사당의 정문 ⓒ소셜포커스
한산이씨 역사인물 이증을 기리는 사당의 정문 ⓒ소셜포커스
잘 가꾸어진 반려견 놀이터 모습과 이동약자의 진입이 불가능한 통로 ⓒ소셜포커스
잘 가꾸어진 반려견 놀이터 모습과 이동약자의 진입이 불가능한 통로 ⓒ소셜포커스
이밖에 장애인 등의 통행을 허용하지 않는 시설들 ⓒ소셜포커스
이밖에 장애인 등의 통행을 허용하지 않는 시설들 ⓒ소셜포커스
이 정도의 완만한 지형이라면 이동약자가 함께 통행할 시설을 갖추는 것은 어렵지 않으련만... ⓒ소셜포커스
이 정도의 완만한 지형이라면 이동약자가 함께 통행할 시설을 갖추는 것은 어렵지 않으련만... ⓒ소셜포커스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춘 공원 내 화장실. 다만, 공원 내 화장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소셜포커스
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춘 공원 내 화장실. 그러나 공원 내 모든 화장실이 모두 이와같지는 않다. ⓒ소셜포커스

그 외 이 공원에서 특색이 있는 시설로는 심양정원과 발지압 정원이 있다.

심양정원은 성남시와 중국 심양시가 우호교류협력 증진을 목적으로 양 도시에 상대국의 전통정원을 조성하기로 한 협약에 따라 2006년에 조성한 곳이다. 약 1,600m²의 공간에 석가산, 폭포, 연못, 도문광장, 경문, 전통정자 등 중국 심양시의 전통문화와 자연을 축소 표현하였다. 정원을 거닐며, 중국 심양시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발지압 정원은 맨발로 걸으면서 발바닥을 지압할 수 있는 곳이다. 아기자기하고 기하학적인 조형물과 세족 시설이 눈길을 끌며 방문객들의 체험을 유도한다.

심양정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심양정원의 모습 ⓒ소셜포커스
발지압 시설과 족욕시설 ⓒ소셜포커스
발지압 시설과 족욕시설 ⓒ소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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