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시설 절실" VS "접근성 확보 먼저"… 장애인체육 방향 놓고 갈리는 의견
"전용시설 절실" VS "접근성 확보 먼저"… 장애인체육 방향 놓고 갈리는 의견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2.01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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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체장애인협회, 온라인 시사방송 '양파맛' 1월28일 첫 영상 공개
한정된 예산, 500만 장애인구… 모두 만족하려면 기존시설 확충이 우선
"휠체어 위험하다" 문전박대… 장애인식이 접근성보다 더 큰 장벽
장애인 체육, '이웃 행복' 관점에서 고민해야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가 제작하는 온라인 시사방송 '양파맛'의 첫 영상이 지난 1월28일 공개됐다. 패널들은 장애인 체육시설에 대해 양측으로 갈라져 의견을 나눴다. (출처=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유튜브)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온라인 시사방송 '양파맛'의 첫 영상이 28일 공개됐다.

양파(兩派)맛이란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가 제작하는 시사 토론 프로그램이다. 방송 이름은 하나의 복지 분야 주제를 놓고 다른 관점을 가진 '2개의 파'(兩派)가 의견을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양파 껍질을 한겹 한겹 까내듯 국내 장애인 복지의 다양한 현상에 대해 심도 있는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왼쪽부터) 정기영 원장, 홍덕호 사무국장, 권태익 회장, 박선하 협회장. (출처=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유튜브)

첫 방송의 패널로는 성남시보호작업장 정기영 원장, 용인시처인장애인복지관 홍덕호 사무국장, 경기도지체장애인스포츠연맹 권태익 회장, 경북지체장애인협회 박선하 협회장이 참여했다.

첫 방송의 논제는 '장애인 체육시설'이다. 정기영 원장과 홍덕호 사무국장은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권태익 회장과 박선하 관장은 "기존 체육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보강하는 등 대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장했다.


■ 기존 시설에 편의시설 확충 VS '전문 장애체육인' 양성도 고려해야

(출처=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유튜브)

"장애인 체육시설을 위해 100억 주어진다면?" 질문자가 던진 하나의 질문에 패널들은 의견을 쏟아냈다.

홍덕호 사무국장은 "100억이 있다면 장애인들이 눈치 안 보고 놀이공원처럼 자유롭게 이용할 시설을 만들 수 있겠다"며 "장애인들이 운동을 하고자할 때 가장 크게 와닿는 어려움이 장소, 시설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홍 사무국장에 따르면 전국의 체육시설은 28,000개이다. 반면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은 78개에 불과하다. 

장애인 종목은 15가지 장애유형에 따라 다양하고, 한 종목 안에서도 등급이 나눠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을 위한 체육시설이라고 하면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권태익 회장은 "100억으로는 부족하다"며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 건립만 주창하기에는 비용상 문제에 맞닥뜨릴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권 회장은 "안산에도 장애인 전용 체육관을 짓고 있는데 한 곳 짓는 데에 200억 원 정도가 든다"며 "전용 체육시설 하나를 짓는다고 안산시의 3만6천 장애인을 모두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체육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 장애인 이용시설을 확충하자고 주장했다. 중증장애인들이 시에 딱 하나 있는 전용 체육시설을 이용하려면 이동에만 두세시간이 걸리는 등 접근성 문제가 발생할테니, 동네마다 있는 공공체육시설을 활용하자는 의견이다.

박선하 협회장도 이미 있는 시설에 장애인이 접근 가능하도록 편의시설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 500만 명이 모두 체육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접근성'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것.

이에 정기영 원장은 "100억 원이면 지방 도시에 체육시설을 설치하기에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지어지고 있는 장애인 친화 체육시설인 '반다비 체육시설'을 그 예로 들었다.

정 원장에 따르면 여주시 반다비 시설에는 국비 40억 원과 지방비 50억 원을 더해 총 90억원, 부여군 반다비 시설에는 국비 40억 원과 지방비 60억 원을 더해 총 100억 원이 들었다. 그러면서 정 원장은 "전문 장애 체육인 육성은 일반 공공시설에서 불가능하다"며 "한 시군에 전용 체육시설은 필수로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 '그래도 전용시설'… 장애인식 장벽, 기존 시설 이용하기엔 아직 높아

(출처=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유튜브)

홍 사무국장은 장애인 육상계의 대부다. 88장애인올림픽의 메달리스트이며, 2012 런던 패럴림픽에서는 지도자로 활약했다. 지도한 선수들이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배출하는 등 활약하기도 했다. 30여년 간 장애인 체육계에 몸 담고 있으면서 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절실하게 느껴온 장본인이다. 

그런 그는 당장 필요한 것은 '그래도 전용 체육관'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어느 체육관에 갔는데 휠체어를 타서 위험하다는 이유로 문전박대 당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 부족한 국내 장애인식이 접근성보다 더 큰 장벽이라며 전용 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있더라도 장애인이라고 눈치를 봐야하고, 불이익 받고, 차별 받는다면 그것이 장애인에게는 더욱 피부로 와닿는 상처고 벽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진행자는 장애인 체육을 '이웃의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예산, 환경, 제도, 법 모든 관점보다도 장애인의 건강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한편 김광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 김기호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장,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 오완석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허성철 경기도 장애인복지과장이 양파맛의 개국을 축하하며 영상 축사를 띄웠다. 

양파맛 첫 방송과 개국 축하 영상은 모두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유튜브 채널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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