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우편취급국 절반 이상이 장애인 차별시설
전국 우편취급국 절반 이상이 장애인 차별시설
  • 조봉현 논설위원
  • 승인 2021.02.08 09: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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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 업무는 국가의 중요한 공공서비스, 모두에게 편리해야
국가의 위탁으로 민간이 운영하는 우편취급국 전국에 800여 개
전국 우편취급국 절반 이상, 휠체어 출입 불가한 장애인 차별시설
관계 규정에 누구나 차별없이 접근가능한 시설 갖추도록 명시해야

[소셜포커스 조봉현 논설위원] = 급히 우편물을 보내야 해서 가까운 우편취급국을 방문했다. 우체국은 3Km 넘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같은 동네의 우편취급국을 방문한 것이다. 건물 앞에 도착하여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하니 한 뼘도 안 되는 턱 하나가 휠체어를 타고 간 필자를 막아섰다. 용무를 볼 수가 없었다. 그대로 돌아가야 할 처지였지만, 우편물을 급히 보내야 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황당했다.

간판에 전화번호도 없어 건물 안쪽으로 고개를 내밀고 도와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한참 만에 직원이 나와서 다른 방문자의 용무를 처리하느라 늦어서 죄송하다면서 우편물을 받아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직원은 접수 절차를 취하고 영수증과 거스름돈을 가지고 다시 나왔다.

필자는 문제의 우편취급국에 가서 사무실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밖에서 직원의 도움을 간신히 용무는 보았지만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않았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공공시설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생각에 분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다른 곳의 우편취급국은 어떤 상황일까?

1Km의 거리에 또 다른 우편취급국이 있었다. 이곳에도 가봤다, 역시 한 뼘도 안 되는 단차로 인해 휠체어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전국의 실태가 궁금했다. 인터넷 지도에서 전국을 대상으로 60곳을 임의 선정하여 로드뷰로 관찰해 보았다. 34개소가 휠체어 통행이 불가능 구조였다. 절반이 넘는 비율이다.

우편취급국은 법령에서 정하는 요건을 갖춘 사업자가 우체국을 대신하여 국가의 우편 업무를 위탁받아 지역 주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과거에는 우편취급소라고 했다. 인구 등으로 보아 우체국이 필요함에도 우체국 신설이 어려운 경우에는 「우체국창구업무의 위탁에 관한 법률」(약칭 “우체국업무위탁법”)에 따라 민간에게 위탁을 주어 운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에 확인해 본 결과, 현재 전국에 799개의 우편취급국이 운영중이라고 한다. 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개인이 운영하고 있었다.

우편 업무는 국가가 제공하는 대표적인 공공서비스이다. 그러한 공적서비스는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구분없이 동등한 수준의 편의 제공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가 직영하는 우체국이든지 국가의 위탁을 받아 민간이 운영하는 우편취급국이든지 누구나 평등하고 편리하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우체국업무위탁법」에는 “우체국업무 수탁자는 위탁받은 우체국창구업무를 공평ㆍ신속ㆍ정확하게 취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한 공중시설이 단지 접근로의 턱 하나 때문에 특정 집단이 이용을 할 수 없다면 이는 공평하지 않다. 그리고 장애인에게 차별행위를 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를 장애인 차별행위에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이 법에서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설비·도구·서비스 등 제반 조치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차별 해소를 위해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에는 차별행위의 예외로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파악한 결과 출입구에 턱이 있는 우편취급국은 거의 대부분 단 하나의 턱이 문제였다. 이러한 단차를 해소하는 데는 단 몇 만원, 많아 봐야 몇 십만원이면 충분한 사안이다. 인터넷에서 경사로를 조회하면 단 몇 만원에도 살 수 있다.

전국에 산재한 800여 곳의 우편취급국 중 절반 이상이 장애인 차별시설이라니,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편취급국 운영자들의 개식개선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통해서라도 시정이 되어야 한다.

「우체국업무위탁법」 제6조 제2항에는 “수탁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령으로 정하는 시설과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그 시설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편물과 우표류 보관함, 그리고 우정사업본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요청하는 장비나 시설이다. 또 우체국창구업무 수탁신청을 위해서는 위탁우체국을 설치할 장소의 약도와 사무실의 평면도 등을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위탁우체국을 이용하는데 누구나 차별없이 접근이 가능한 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한가지 추가하면 전국적인 문제점이 어렵지 않게 해소될 것이다. 우정사업본부 등 관계기관 및 우편사업자들의 인식개선과 시정노력을 촉구한다.

필자가 처음 방문했던 우편취급국의 출입구 단차
필자가 처음 방문했던 우편취급국의 출입구 단차 ⓒ소셜포커스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다른 우편취급국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다른 우편취급국 ⓒ소셜포커스
네이버지도의 로드뷰로 관찰한 전국 각지의 우편취급국
네이버지도의 로드뷰로 관찰한 전국 각지의 우편취급국 ⓒ(네이버지도 로드뷰 화면) 
일부의 우편취급국은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여 단차를 해소한 곳도 있다.
일부의 우편취급국은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여 단차를 해소한 곳도 있다. ⓒ(네이버지도 로드뷰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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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 2021-02-10 15:18:07
본기사에 댓글을 남기고 싶어서 회원가입 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