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돌말이 했는데 숨을 안 쉬어"… 그날 교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돌돌말이 했는데 숨을 안 쉬어"… 그날 교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 박예지 기자
  • 승인 2021.02.15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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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주도해 상습 학대… "같은 날만 2번 봤다" 동생 앞에서도 자행
학폭위 회부해놓고 묵묵부답, 교육 당국까지 무마 시도
"가해자 없는 살인사건, 진상 밝혀라"… 학부모, 국민청원 게시
지난 11월 구미 혜당학교에서 지적장애 1급 장애 학생이 심정지로 뇌사 상태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실은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지난달 국민 청원을 게시하며 세간에 드러났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학교와 교육청은 이를 은폐, 무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지적장애인 학생이 학교에서 폭행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진 사건에 대해 학교 측과 교육 당국이 은폐를 시도하고 있다.

해당 학생의 부모는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는 없는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달라"며 지난 달 26일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18일 경북 구미 소재 특수학교인 혜당학교에서 벌어졌다. 피해 학생은 당일 오후 1시 10분경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학교 측은 "하교 시간에 신발을 신기려는데 갑자기 앞으로 쓰려저서 호흡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모 측은 학생의 몸에 남은 상처들을 보았을 때 학대 정황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두 다리에는 끈으로 강하게 장시간 묶어둔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있었고, 뒤통수에는 피와 살점이 짓이겨진 5cm 가량의 상처가 3곳에 있었다. 오른쪽 무릎에는 물집이, 오금에는 피멍까지 들어있었다. 

학교 측은 학대 정황을 부인했지만 현장에는 피해 학생의 쌍둥이 동생이 함께 있었다. 동생은 지적장애 1급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형이 체조 매트에 둘둘 말린 채 학대를 당하며 울음 소리만 내고 있는 광경을 같은 날만 2번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피해 학생의 학급에서는 이 학대 행위를 '돌돌말이'라는 은어로 부르고 있었다. 폭행이 상습적이었음을 예상할 수 있는 지점이다. 심지어 거짓을 주장하던 담임 교사도 어머니와의 통화 중 "가끔씩 멍석말이를 한다"고 고백했으며, 피해 학생의 동생과 피해 학생의 급우들 간의 통화 녹취에서도 "가끔 돌돌말이를 했다", "돌돌말이를 했는데 숨을 안 쉬어"라는 내용이 있었다.

부모 측은 교사와 사회복무요원이 피해 학생을 밧줄로 묶고 무거운 매트로 돌돌 만 뒤 다른 학생에게 그 위를 올라타도록 해, 아이가 질식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담당 의사는 "최소 35분 이상 심정지 상태가 지속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피해학생 부모는 같은 달 20일 구미경찰서에 담임 교사를 아동학대와 폭행 혐의로 신고했다. 당시 교실에 있던 사회복무요원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은 25일에는 장애인 부모 단체가 학교장과 면담을 실시하고, 12월 2일에는 경북지역 시민단체가 긴급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거듭해서 사건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당학교와 교육청은 묵묵부답의 태도로 일관했다. 지난해 12월 23일 구미시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사건을 회부했지만 결과는 아직 내놓지 않은 상태다.

피해학생 부모는 "경위를 조금만 살펴봐도 사고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는 사건인데 교육청은 사고사 경위만 보고 받았을 뿐"이라며 사건에 개입하지 않는 교육청을 비판했다.

이어 "이 학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장애 아동이 있는 특수학교다. 힘들고 귀찮고 짜증난다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아이들이 아니다"라며 담임 교사와 사회복무요원, 현장에 있던 학생들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신속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한편 현재 2,710명이 동의한 이 청원은 이달 25일 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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