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당해도 말 못해"... 힘없는 장애인 때려죽인 '활동지원사'
"구타당해도 말 못해"... 힘없는 장애인 때려죽인 '활동지원사'
  • 박지원 기자
  • 승인 2021.02.22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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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드리기 싫다"고 거부하자 머리 발로 걷어차, 이전 폭행 행위도 적발
유가족 "형이 미신고시설에 있는 줄도 몰랐다" 원장·지자체·정부 다 '가해자'
다른 종사자 폭로 "왠만하면 말 안 들으니 입술에 피나게 패라"고 지시받아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미신고시설 '평강타운'에 거주하던 장애인의 폭행·사망 사건에 대해 유가족과 장애인 단체들이 시설장 및 국가와 지자체를 상대로 3억여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셜포커스

[소셜포커스 박지원 기자] = 미신고 장애인거주시설 '평강타운'에서 발생한 장애인 폭행·사망 사건의 유가족들이 국가와 지자체를 상대로 3억여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김ㅇ경 씨(지적1급/37세)의 동생은 가해자들을 향해 통분의 눈물을 흘렸다. 

작년 3월 8일 새벽 6시 경 활동지원사 A씨는 엎드려있던 피해자 김 씨의 머리를 3차례 발로 가격했다. 이유는 "예배를 보기 싫다"는 말 때문이었다. 평소 엎드려 생활하는 김 씨를 활동지원사 A씨가 양손으로 들어 예배당으로 옮기려했고, 김 씨가 몸부림을 치며 거부하자 구타한 것이다.  

활동지원사 A씨는 같은 날 오후 김 씨에게 미안하다며 캔커피를 따라주었으나, 김 씨가 이내 커피를 손으로 쳐서 바닥에 쏟아지자 화가 난 A씨는 김 씨의 뒤통수를 걷어차며 폭행을 지속했다.  

결국 김 씨는 입에 거품을 물며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였고 구급차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던 중 11일만에 외상성 뇌출혈 및 뇌부종으로 사망했다. 

가해자는 A씨는 상해치사와 장애인복지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되어 지난해 11월 20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유가족들의 싸움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생활하던 김 씨가 어머니의 건강 악화로 2008년 장애인거주시설 '사랑의집'에 입소했지만, 실제 거주한 곳은 미신고시설 '평강타운'이었기 때문이다.

시설장 B씨는 2002년경부터 안산시에서 미신고 장애인거주시설을 운영해왔다. 2008년 평택으로 주소 이전을 마친 뒤 '사랑의집'을 개소하고 운영했지만, 바로 옆에 주소지가 같은 한 동의 건물로 구별되지않는 미신고시설 '평강타운'을 별도로 운영해왔다.

유가족이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피해자 김 씨의 동생이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소셜포커스

2020년 3월 당시 '사랑의집' 거주자로 4인이 등록되어있었지만, 실제로는 피해자 김 씨를 포함한 입소자와 활동지원사 등 총 18명이 거주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가족과 장애인단체들은 시설장 B씨가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피해 미신고시설을 마음대로 운영하면서 활동지원급여를 가로채는 등 별도의 수익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시설장은 피해자 김 씨가 매달 지급받는 기초생활수급비, 장애인연금 등을 자신의 통장으로 바로 이체하거나 출금하는 등 장애인들의 복지급여를 착복해 추가적인 수입을 얻은 것이 확인됐다. 

시설장 B씨와 사실혼 관계로 시설에서 '장로'라고 불리웠던 오 씨 또한 시설장과 함께 거주 장애인들을 폭행해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설에서 근무했던 활동지원사의 증언에 따르면, "사랑의 집에서는 장애인들 때리는 게 일상이기 때문에 상처같은 것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원장님(B씨)과 장로님(오 씨)도 장애인들을 때린다. 내가 사랑의 집에 왔을 때 원장이 하는 말이 '장애인들은 좋게 대해주면 말을 듣지 않으니, 말을 안 들을 때는 입술에 피가 나게 때려줘라'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활동지원사는 "애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이렇게 죽도록 패라고 하면서, 장애인을 직접 때리며 시범을 보여준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유가족과 장애인 단체들은 시설장 B씨의 주도로 장애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학대와 폭행, 종교의 강요 등 인권침해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수수방관했다고 비난했다.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미신고시설 '평강타운'에 거주하던 장애인의 폭행·사망 사건에 대해 유가족과 장애인 단체들이 시설장 및 국가와 지자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셜포커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이정하 활동가는 "신고시설 옆에 버젓이 미신고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F점수 주면서 컨설팅받으면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떻게 피해자의 죽음 앞에서 예산을 투입하고 복지시설로 등록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뻔뻔하게 말할 수 있냐. 시설에서 사람이 죽어나갔다. 수용방식의 제도 다 폐지해야한다"고 분노했다.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시설운영자들의 거센 반발과 민원에 부딪쳐 시설을 적극적으로 단속하거나 폐쇄하지 않고,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면 신고를 받아주는 회유정책을 추진했다고 비난했다.

김 씨의 사망사고 이후 시설 거주 장애인은 모두 다른 시설과 쉼터로 전원 조치 당했다. 이들은 복지부가 이러한 지자체의 조치를 방관했고 미신고시설을 공동생활가정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면죄부를 주었다고 비난했다. 이는 기존 사회복지시설 관리 지침에도 어긋나며, 개인운영신고시설과 미신고시설에 대한 관리 소홀을 증명하는 셈이라는 지적이다.  

권달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지난 가을에 시설장이 나를 찾아왔다. '자기는 사랑의집 원장이지 평강타운은 잘 모른다, 내 책임이 아니다'고 하더라. 다시 평강타운을 운영할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평강타운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것이 정말 개탄스럽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복지부와 경기도, 평택시와 수차례 면담했지만 모두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 평택시에 물어보니 지금 평강타운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더라. 분명 경기도와 지자체가 관리·감독에 소홀했고, 정부의 거주시설 정책에도 책임이 있다. 대한민국의 거주시설은 시설장의 폭리와 가정의 영리를 위해 존재할 뿐이다. 탈시설지원법을 속히 제정하고 평강타운을 폐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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